김재환이 당겨치는 타구를 막기 위해 1, 2루간에 많은 내야수들이 배치된다. 특히 1년치 데이터가 쌓이는 포스트시즌에선 그 강도가 더해진다. 김재환이 시프트를 뚫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매년 포스트시즌의 과제가 되는 이유다.
하지만 데이터를 좀 더 깊게 살펴보면 과연 김재환을 땅볼로 막는 시프트가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김재환은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타구를 최대한 멀리 보낼 수 있는 파워 히터다. 파워 히터의 대부분은 당겨 친 타구가 많다. 일반적으로 힘을 실을 수 있는 타구는 당겨 친 타구이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다르다. 멀리 치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반드시 당겨서 힘을 실어야 하는 타자가 아니다. 밀어서도 장타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김재환의 올 시즌 타구 방향별 성적을 정리한 데이터다. 물론 당연히 당겨 친 타구의 비율이 좀 도 높다. 우중간을 포함해 당겨 친 타구 비율이 36%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당겨친 타자라고 하긴 힘들다. 당겨 친 타구의 인플레이 타율이 4할을 넘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타구를 밀어 쳐서 만들고 있다.
좌중간을 비롯해 밀어친 타구 비율이 44%로 당겨 친 타구 비율보다 훨씬 높았다. 밀어 쳐서 넘기거나 안타를 친 확률이 결코 적지 않았다는 걸 뜻하는 데이터다. 밀어 쳤을 때 타율이 당겨 쳤을 때 기록을 넘어선다. 좌중간을 향한 타구의 타율이 6할9리나 된다. 좌중간을 뚫은 타구도 4할3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김재환이 잘 맞은 타구를 날렸을 때 밀어친 타구 비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데이터다.
굳이 땅볼에 대비해 시프트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김재환이 제대로 친 타구 중 적지 않은 숫자가 밀어 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빗맞은 타구에 대비하는 것이라면 굳이 수비 위치를 극단적으로 옮겨 가며 모험을 걸 필요가 있는 것인지 타구 비율은 묻고 있다.
21일 잠실 LG전에서 3안타를 친 김재환은 2개의 당겨 친 타구와 1개의 밀어 친(밀려 친) 타구로 3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모두 내야를 넘어가는 타구였다.
시프트는 확률의 게임이다. 상대에 압박을 줄 수 있을 때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타구 데이터로는 김재환 시프트가 김재환에게 압박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재환 시프트는 효과적인 전략인 것일까. 그를 상대해야 할 팀들 처지에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