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필 또…' 아스널 아르센 벵거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16강의 저주가 시작된 것일까. 아스널은 12일(이하 한국 시간) 열린 2016-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조 추첨 결과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를 치른다.

아스널은 지난 6시즌 동안 모두 16강에 오르고도 모두 패했다. 6년 동안 매번 2위를 차지해 다른 조 1위를 상대해야 했다. 6년 만에 조 1위를 차지했고 벤피카, 레버쿠젠, 포르투, 세비야처럼 '해볼 만한' 상대도 있지만 또다시 분데스리가 최강 뮌헨을 만났다.아스널은 2012-13, 2013-14 시즌 연속으로 뮌헨과 만나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스널이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무엇보다 최근 아스널의 경기력이 뛰어나다. 벵거 감독은 짧은 패스 위주의 공격 전개에서, 더 간결하고 빠른 역습으로 전술에 변화를 줬다. 선수단 구성의 변화에 잘 어울리는 변화였다. 중앙 공격수로 변신한 알렉시스 산체스가 맹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2선 공격수 메수트 외질, 시오 월콧, 알렉스 이워비, 알렉스 옥스-챔벌레인 등 빠른 공격수들이 더해지면서 아스널의 공격은 빠르고 날카롭다. 시코드란 무스타피의 영입과 함께 수비도 안정을 찾았다.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0승 4무 1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올리비에 지루가 출전하는 플랜 B도 여전히 위협적이다. 지난 시즌까지 주전 중앙 공격수로 출전했던 지루는 8경기를 출전해 3골을 기록하고 있다. 8경기 모두 교체 출전이란 점을 고려하면 좋은 기록이다. 지루가 투입되면 높이를 살린 새로운 공격을 펼칠 수 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부임과 함께 새로워진 뮌헨의 경기력도 아스널에 긍정적이다. 뮌헨의 변화를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토마스 뮐러의 경기력이다. 뮐러는 지난 시즌 49경기 출전해 32골, 12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분데스리가에서만 20골을 넣어 득점 3위에 올랐다. 팀 동료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30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으니 두 선수가 분데스리가에서만 50골을 합작했다.

이번 시즌 뮐러의 공격 포인트가 급감했다. 21경기에 출전해 4골 8도움을 올리고 있다. 절대적으로 나쁜 수치는 아니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해 크게 페이스가 떨어졌다.

안첼로티 감독의 부임 뒤에도 뮌헨은 높은 점유율을 보이지만, 수비 조직을 흔들기 위한 움직임이 줄었다. 과르디올라 체제의 뮌헨은 레반도프스키를 중심으로 2선 공격수와 풀백까지 끊임없이 침투를 하며 수비 라인을 흔들었다. 그리고 '영리한 공격수' 뮐러는 동료가 움직이며 만드는 공간을 누비며 골과 도움 행진을 벌였다. 안첼로티 체제의 뮌헨은 과르디올라 감독 때와 비교해 '자리'를 지키며 공격을 펼친다. 뮐러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줄었다. 단순한 측면 공격수로 배치해선 뮐러의 가치를 충분히 살릴 수 없다.

뮌헨의 변화는 아스널에도 나쁘지 않다. 정적으로 변한 뮌헨의 공격이라면 시코드란 무스타피의 합류와 함께 수비적 안정감을 높인 아스널이 어느 정도 막아 낼 수 있다. 아스널이 뮌헨에 점유율은 내주지만 빠른 역습으로 득점을 올리는 경기 양상이 그려진다.

아스널은 16강에 머문 6년 가운데 2013-14시즌 뮌헨에 1, 2차전 합계 1-3으로, 2015-16시즌 바르셀로나에 1, 2차전 합계 1-5로 완패했다. 아스널은 점유율을 높이면서도 짧은 패스로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을 펼치는 팀에 약점을 보였다.

변수는 부상이다. 산체스, 외질, 로랑 코시엘니 등 중요 선수들이 다친다면 악몽은 재연될 수 있다. 무스타피, 페어 메르테사커, 대니 웰백 등이 내년 1월 복귀 예정이다. 추가로 다치는 선수만 없다면 선수단 운용에 더욱 여유가 생길 것이다.

아스널의 승리를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아스널이 뮌헨을 만났다고 불운을 탓하기엔 이미 충분히 강해졌다. 아스널이 재정 위기 속에 '꾸역꾸역' 성과를 내던 시기는 지났다. 아스널은 뮌헨과 맞상대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