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오른쪽)은 지난해 마지막 날 타렉 사피딘을 2-1 판정으로 꺾었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마리텔(마이 리틀 텔레비전) 벨트가 선수 생활 마지막 벨트가 아니길 기도한다. UFC 챔피언이 어렵더라."

김동현(35, 부산 팀 매드/㈜성안세이브)은 복귀전을 한 달 여 앞둔 지난해 11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농담조 어투였지만 씁쓸한 감정이 묻어 나왔다.

올해는 김동현이 옥타곤에서 활동한 지 햇수로 10년째. 김동현은 전 세계에 날고 기는 선수들이 퇴출 아픔을 겪는 UFC에서 버텨 왔다. 2008년 데뷔해 지난해 마지막 날(이하 한국 시간) 타렉 사피딘을 판정으로 꺾기까지 17번 싸워 13승을 챙겼다. 오카미 유신과 아시아 UFC 파이터 최다승 타이 금자탑을 세웠다. UFC 웰터급에선 조르주 생피에르(19승), 맷 휴즈(16승), 조시 코스첵(14승)에 이어 역대 4위다.

하지만 아직 정상에 서지 못했다. 타이틀전 문턱에도 못 갔다. 도약할 법하면 허리 등 잔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김동현은 한국 나이로 36세, 선수 생활 황혼기에 목표를 고쳐 잡았다. UFC 정상에 도전한다.

사피딘을 꺾은 날 인터뷰에서 "나이로 봐서 이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미끄러지면 너무 많이 돌아가야 한다. 2017년 타이틀 도전권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 타이틀전을 한 번은 해야 하지 않겠나. 새해 목표다.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우들리는 지난해 7월 로비 라울러를 꺾고 웰터급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스티븐 톰슨과 비겨 타이틀을 지켰다.

시나리오 짜여진 웰터급…이이제이(以夷制夷)

챔피언들이 무너지면서 UFC 여러 체급이 어지러워졌다. 2015년 11월 론다 로우지를 시작으로 조제 알도, 크리스 와이드먼, 도미닉 크루즈 등 지난해까지 여러 챔피언이 정상에서 내려왔다.

코너 맥그리거는 페더급에 이어 라이트급을 들쑤셔 UFC를 더 어지럽게 만들었다. 페더급 타이틀전은 2015년 12월 이후 열리지 않았다. 맥그리거의 휴가 선언으로 라이트급 타이틀전도 당분간 계획이 없다.

미들급은 마이클 비스핑이 집권한 지난해 6월 이후로 난장판이 됐다. 비스핑의 요구로 당시 45세로 UFC 최고령 파이터이자 랭킹 13위였던 댄 헨더슨이 첫 도전자로 나섰다. 라이트헤비급은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가 다쳤다. 새 밴텀급 챔피언 코디 가브란트마저 방어전 대신 페더급에서 알도와 경기를 원하는 형국이다.

그나마 웰터급은 시나리오가 짜여져 있다. 콘텐더들끼리 대결이 설계돼 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와 스티븐 톰슨의 2차전을 선언했다. 시기 장소만 정하면 된다. 오는 3월 UFC 209가 유력하다.

그다음을 웰터급 랭킹 3위 데미안 마이아가 기다린다. 마이아는 우들리가 그러했듯 타이틀전을 할 때까지 다음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전 챔피언이자 랭킹 2위 로비 라울러는 랭킹 5위 도널드 세로니와 재대결이 유력하다. 세로니와 라울러는 지난해 11월 뉴욕 대회에서 붙을 예정이었으나 라울러의 부상으로 취소됐다.

김동현은 비슷한 랭킹 선수와 한 경기를 추가로 이긴다면 콘텐더들 사이 대결에서 낙마한 선수와 경기를 기대할 수 있다.

▲ 닐 매그니(오른쪽)는 웰터급 랭킹 8위다. 지난달 31일 UFC 207에 출전해 조니 헨드릭스를 꺾었다.

김동현의 다음 상대는?

김동현은 지난 3일 UFC가 발표한 랭킹에서 7위로 두 계단 도약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도미닉 워터스와 경기 이후 부상으로 공백이 생겨 9위까지 떨어졌다.

랭킹상으로는 김동현 위에 6명이 있지만 줄어들 수 있다. 랭킹 4위 카를로스 콘딧은 은퇴를 고민하는 상태다. 랭킹 6위 로렌즈 라킨은 FA로 이적이 유력하다. 지난해 8월 UFC와 계약이 끝났다. UFC가 제시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벨라토르 또는 일본의 라이진 FF와 계약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동현은 사피딘과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마이아와 재대결을 희망했다. 2012년 1라운드에 마이아에게 TKO로 진 적이 있다.

하지만 마이아는 타이틀전이 아니라면 어떤 제안도 들을 생각이 없다는 방침. 랭킹이 낮은 김동현과 경기를 수락할 만한 마땅한 이유도 없다.

김동현의 다음 상대는 8위 닐 매그니가 유력하다. 미국 격투기 매체 MMA 파이팅은 2월에 출전을 원하는 8위 닐 매그니의 잠정 상대를 콘딧과 라킨으로 예측했는데, 둘 다 UFC에서 행보가 불투명하다며 김동현을 대안으로 5일 거론했다.

김동현은 매그니와 지난해 8월 경기할 예정이었으나 김동현의 부상으로 무산됐다. 김동현 역시 '마이아를 바라지만 매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경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 UFC는 웰터급 인기 파이터 닉 디아즈의 복귀전 상대 찾기에 고심이다.

변수 : 맥그리거와 닉 디아즈

맥그리거는 2015년 12월 페더급 챔피언이 되자마자 라이트급, 웰터급 세 체급 챔피언이 되겠다고 떵떵거렸다. 지난해 11월 라이트급 챔피언이던 에디 알바레즈를 꺾고 1차 목표를 이뤘다. 웰터급에선 의문부호가 있었지만 지난해 웰터급으로 네이트 디아즈와 1승씩 나눠 가져 가능성을 보였다.

도전 지향적인 맥그리거의 다음 경기는 라이트급 방어전 대신 웰터급 타이틀전이라는 예상이 많다. 명분보다 실리를 선택하는 UFC의 행보를 보면 가능성이 적지 않다. UFC는 지난해 맥그리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맥그리거가 뛴 3경기가 역대 PPV 판매 1, 2, 3위다.

게다가 챔피언 우들리의 태도가 가능성을 키운다. "맥그리거는 나와 붙으면 죽는다"고 발을 뺐던 우들리는 최근 맥그리거와 경기에 긍정적으로 변했다. "아일랜드에서 붙는 게 어때?"라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팬 투표에서 맥그리거와 경기를 원하는 반응이 43%로 톰슨(38%), 비스핑(19%)보다 많다.

돌아온 닉 디아즈도 변수다. 디아즈는 한때 스트라이크포스 타이틀전을 치르고 UFC 웰터급 랭킹에선 5위에 올랐던 강자다. 동생 네이트 디아즈 못지않은 악동 기질로 많은 인기를 끈다. 마리화나 양성반응에 의한 18개월 출전 정지 징계가 끝나고 돌아온 지난해 8월 1일 UFC와 새 계약을 맺었다.

UFC는 디아즈의 티켓 파워를 위해 복귀전 상대에 고심이다. 라울러는 물론 은퇴한 조르주 생피에르처럼 굵직한 상대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디아즈가 복귀전에서 이름 있는 선수를 꺾는다면 즉시 타이틀 전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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