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한때 겨울철 실내 스포츠의 꽃으로 불렸다. 농구대잔치의 시대가 가고 프로 농구가 출범했는데 관심은 점점 줄고 있다. 2015-2016 시즌 평균 관중 수는 불과 3,784명. 최근 10시즌 가운데 가장 적었다. 국제 경쟁력은 상실한 지 오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대표 팀이 동반 금메달을 차지했으나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한때 최고의 선수였고, 지금은 국가 대표 팀을 맡은 허재 감독에게 한국 농구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농구 대통령'의 임기는 계속된다. 선수와 감독으로 최고를 경험한 허재는 지난해 6월 국가 대표 팀 전임 사령탑으로 선임돼 2019년 2월까지 태극 마크를 단다. 지난해 7월 대만에서 열린 윌리엄존스컵과 9월 이란에서 열린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 챌린지를 마친 허재 감독은 이제 다시 밑그림 그리기에 들어갔다.

'허재호'는 풀리그로 치러진 존스컵에서 6승 2패로 필리핀(8승)에 이어 준우승, 아시아 챌린지에서는 결승전에서 이란에 완패해 또 준우승했다. 허재 감독은 스포티비뉴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는데 4월에는 대표 팀을 소집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대표 팀 구성을 준비하면서 2016-2017 시즌 KBL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올해는 젊은 선수 위주로 대표 팀을 구성해서 앞으로 한국 농구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허재 농구 남자 대표 팀 감독 ⓒ 한희재 기자

한국 농구의 국제 경쟁력은 과거와 비교해 제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혼혈 선수, 장신 선수가 부족한 가운데 대표 팀 감독을 맡은 그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프로 팀 이상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힘든 점이 있을 텐데 "협회 지원이 부족한 면은 있지만 많이 신경을 써 주고 있다. 프로 팀에서도 항상 만족할 만큼 지원해 주지는 못한다. 그 문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현실을 받아들였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가 한국 귀화를 원한다는 뜻을 밝힌 것은 허재 감독에게 큰 힘이 될 일이다. 허재 감독은 "기존 KBL에서 뛰는 귀화 선수들, 문태종이나 문태영, 전태풍 등이 있는데 이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열흘 동안 7~8경기를 뛰려면 체력적인 문제가 있다. 새로 귀화 선수를 데려오는 건 절차 문제로 어려운 점이 있는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라틀리프의 꿈이 이뤄진다면, 한국의 포스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 아시아 챌린지 대회에 출전한 대표 팀. ⓒ 대한민국농구협회

2019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만큼 미래를 향한 큰 그림을 그릴 여유를 가졌다. 젊은 선수를 주로 지켜보고 있다는 허재 감독은 "다 젊은 선수들로 채우는 건 어렵다. 기존 선수들과 조화가 잘 이뤄져야 한다. 후배들이 선배를 보고 배울 점이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세대교체를 하는 건 힘들다고 본다. 3분의2 정도는 젊은 선수로 구성해서 자꾸 경험을 쌓다 보면 내년 아니라 내후년에라도 기량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며 당장은 힘들더라도 임기 내에 새로운 팀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얘기했다.

전처럼 KBL 우승 팀 감독이 대표 팀까지 맡았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임 감독제로 '업무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미 KCC와 일회성 대표 팀 감독을 맡아 본 허재 감독은 "프로 팀 감독 할 때부터 (대표 팀) 전임 감독을 하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한 달 남짓한 국제 대회를 위해 프로 팀 감독이 자리를 비우는 게 쉽지 않다. 최근 전임 감독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KBL에서 반년 정도 시즌을 치르고 나서 대표 팀을 맡으면 힘든 점이 많다. 전임 감독제는 올바른 방향 같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 허재 농구 남자 대표 팀 감독 ⓒ 한희재 기자, 장소 협조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영상] 허재 감독 인터뷰 ⓒ 촬영 홍성문 / 편집 임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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