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은수 김예림 김나현(왼쪽부터) ⓒ 강릉,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꽃들의 전쟁'이 한창이다. 빙판 위에서 부드럽고 우아하게 펼쳐지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아름답다. 꽃들은 누가 더 아름답고 완벽한지를 놓고 경쟁한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은 차준환(16, 휘문중)이 독주하고 있다. 여자 싱글은 '춘추전국시대'다. 지난해 종합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유영(13, 문원초)은 쇼트프로그램에서 흔들리며 6위로 떨어졌다. 유영과 '리틀 김연아 삼총사'로 불리는 임은수(14, 한강중)와 김예림(14, 도장중)은 실수 없는 경기를 펼치며 나란히 쇼트프로그램 1, 2위에 올랐다. 발목 부상을 끝까지 이겨 낸 김나현(17, 과천고)은 3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점수 차는 크지 않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임은수는 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제 71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1그룹에서 64.53점으로 1위에 올랐다. 63.98점을 기록한 김예림은 2위를 차지했고 김나현(62.87점)이 그 뒤를 이었다.

임은수와 김예림의 점수 차는 0.55점이다. 김예림은 김나현에게 1.11점 차로 앞서 있다. 소소한 실수가 승부를 결정한다. 무럭무럭 성장하는 이들은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깨끗한 경기에 도전한다.

▲ 임은수 ⓒ 강릉, 곽헤미 기자

평소에는 친한 친구지만 빙판에서는 승리욕 강한 경쟁자

지난해 암울했던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따뜻한 빛줄기가 비쳤다. 남자 싱글에서는 차준환이 등장했고 여자 싱글은 꿈나무 트로이카인 유영, 임은수, 김예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쩍 성장한 김나현이 한국 여자 싱글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는 유영이었다. 그는 지난해 종합선수권대회는 물론 10월 랭킹전에서도 우승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꿈나무대회에서는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쿼드러플(4회전) 살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둔 유영에게 뜻하지 않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독감에 걸린 유영은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유영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빙판에 넘어지는 실수를 했다. 유영이 6위로 떨어질 때 선전한 이는 임은수와 김예림이었다.

임은수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1.1점의 가산점(GOE)을 챙겼다. 트리플 플립과 더블 악셀도 깨끗하게 뛰었고 3가지 스핀은 모두 최고 등급인 레벨 4를 기록했다. 임은수는 여자 싱글 1그룹 출전 선수 가운데 예술점수(26.68)가 가장 높았다. 풍부한 표현력과 비거리가 긴 점프가 장점인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제 기량을 확실하게 발휘했다.

김예림은 기술점수 1위를 차지했다. 그의 기술점수는 38.15점이다. 프로그램 후반부에 점프를 집중적으로 배치한 그는 장기인 타노 점프(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뛰는 점프)를 활용하며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루프, 더블 악셀을 모두 깨끗하게 해냈다. 임은수처럼 3가지 스핀에서 모두 레벨 4를 기록했다.

▲ 김예림 ⓒ 강릉, 곽헤미 기자

김예림은 그동안 기술과 비교해 표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완한 그는 예술점수 3위에 해당하는 25.83점을 기록했다.

임은수와 김예림은 어린 시절부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지난해 동계체전에서는 임은수가 1위, 김예림이 2위에 올랐고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 선발전에서는 김예림이 1위, 임은수가 3위를 차지했다. 매 대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들은 8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만난다.

임은수는 "강릉에 있는 호텔에서 묵으며 대회를 준비했다. 이번 대회는 국내 대회가 아닌 국제 대회 느낌이 든다"며 "이번 대회 긴장감은 국제 대회와 비슷하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는 느낌이 좋고 빙질도 좋아서 편안하게 경기했다"고 밝혔다.

임은수는 김예림과 유영이라는 좋은 경쟁자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들의 실력이 뛰어나 좋은 경쟁 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받을 점도 많다"고 덧붙였다.

김예림은 "(임)은수와 (유)영이는 태릉에서도 함께 훈련한다. 항상 셋이서 훈련하기에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대회 때는 경쟁 의식이 생기지 않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세 명 모두 자기 주장이 강하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래도 서로 도움이 된다. 평소에는 잘 지내고 좋은 친구다"고 덧붙였다.

이들보다 언니인 김나현은 비교적 덜 주목을 받았다. 이 점에 대해 그는 "동생들이 워낙 잘해서 제가 섭섭한 점은 없다. 제가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김나현은 "동생들 모두 승리욕이 강하다. 훈련 때 함께 스케이트를 탔는데 무서울 정도다"며 후배들의 실력을 인정했다.

임은수 김예림 그리고 유영의 공통점은 어린 나이답지 않은 강한 승리욕과 정신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김나현도 진통제를 비롯한 각종 처방에도 떠나지 않는 통증을 독하게 이겨 냈다.

▲ 유영 ⓒ 강릉, 곽헤미 기자

마지막까지 마음을 다스리고 집중하는 자가 '포스트 김연아'

뛰어난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타고난 재능과 뛰어난 운동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피겨스케이팅은 정신적인 면이 매우 중요하다. 연습 때 아무리 잘해도 단 한번 주어지는 경기에서 실수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김연아를 비롯한 세계적인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실전에서 강한 점이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부진하면 프리스케이팅에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선전한 이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쫓기는 처지가 된다. 양쪽 모두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를 이겨 내는 이가 좋은 스케이터가 되고 최종 승자가 된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다스리고 집중하는 자가 '포스트 김연아'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