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한국 여자 싱글 선수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우상을 김연아(27)로 삼는 점이다. 김연아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끝으로 빙판을 떠났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기록한 총점 228.56점은 7년이 흐른 현재까지 여자 싱글 역대 최고 점수로 남아 있다. 김연아의 등장 이후 피겨스케이팅을 지망하는 소녀들은 대부분 그의 영향을 받았다.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제 71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1그룹 우승자인 임은수(14, 한강중)도 김연아의 영향을 받았다. 그의 장점과 경기 스타일은 유망주들 가운데 김연아와 가장 닮았다. 긴 비거리의 점프를 뛰는 점과 표현력이 뛰어난 점이 그렇다. 임은수의 프로토콜을 보면 김연아의 기술 구성과 많이 비슷하다.

임은수는 8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막을 내린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1그룹에서 총점 191.98점으로 우승했다. 그는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클린 경기에 성공했다. 임은수가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191.98점은 2014년 김연아가 이 대회에서 받은 227.86점 다음으로 높은 점수다. 자국 대회에서 나온 점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식 점수로 인정받지 못한다. 국내 대회에서 나온 점수지만 임은수의 성장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 임은수 ⓒ 강릉, 곽혜미 기자

김연아와 비슷한 점프와 기술 구성, 경기 스타일도 흡사

임은수의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기술 구성은 김연아와 비슷하다. 임은수는 김연아를 상징하는 점프였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뛴다. 김연아는 이 기술을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가장 먼저 시도했다. 임은수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가장 먼저 뛴다.

두 번째 점프로 트리플 플립을 뛰는 점도 똑같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는 점과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조합도 김연아와 임은수의 공통점이다. 임은수는 프로그램 후반부에 트리플 살코와 더블 악셀을 뛴다. 김연아도 단독 점프로 트리플 살코와 더블 악셀을 빼놓지 않았다.

임은수는 트리플 루프를 뛰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기술 구성이 김연아와 비슷하다. 기술 구성만 김연아와 비슷한 것이 아니다. 점프의 비거리가 긴 점도 그렇다. 여자 선수 가운데 김연아의 점프 비거리는 독보적이었다. 김연아의 점프는 매우 완성도가 높았고 가산점(GOE)도 늘 챙겼다.

임은수의 점프도 어린 선수치고 뛰어나다. 앞으로 긴 비거리의 점프를 한층 다듬고 성공률을 높일 과제가 있다. 임은수는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저는 딱히 힘이 좋은 편은 아니다. 점프를 뛸 때 스피드를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종합선수권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그는 "아직 (김)연아 언니의 100분의 1도 안 된다. 아직 멀었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주니어 그랑프리 때 펜스에 부딪히는 실수를 했다. 연아 언니는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임은수는 이번 대회에 걸려 있는 ISU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그는 "비 점프 요소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 2016년 대한체육회 스포츠 영웅 헌정식에서 선배 김연아(왼쪽)에게 축사를 하는 임은수. ⓒ 곽혜미 기자

강한 승부 근성과 정신력도 어린 시절 김연아와 비슷

김연아는 어릴 때부터 지독한 악바리였다. 빙판에 들어가 어떤 과제를 받으면 될 때까지 몸을 아끼지 않았다. 임은수의 정신력도 보통이 아니다. 그는 연습할 때 제대로 되지 않으면 빙판에 손을 치며 아쉬워했다.

임은수는 지난해 7월 열린 2016~2017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했다.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흔들리며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임은수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퇴장했다. 실수를 했다는 아쉬움에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이를 이겨 내며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10월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에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클린에 성공했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나오며 메달권 진입이 어려울 듯 보였다. 임은수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당시 (임)은수는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아쉬움에 눈물을 보였다. 그런데 메달이 결정됐고 이 경험으로 한층 성장했다"고 밝혔다.

▲ 임은수 ⓒ 강릉, 곽혜미 기자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임은수는 ISU 캐스터와 인터뷰했다. 테드 바톤 ISU 피겨스케이팅 캐스터는 임은수에게 "임은수 선수는 지금도 훌륭한 선수고 앞으로도 밝은 미래가 전망된다"며 칭찬했다.

당시 칭찬을 들었던 점에 대해 임은수는 "제가 국제 대회에 나갈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저를 많은 분께 조금이라도 알리는 점이다"고 밝혔다. 그는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에서 바톤 캐스터와 인터뷰를 하며 저를 알려서 기뻤다"고 덧붙였다.

임은수는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오는 3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르면 프리스케이팅에서 오는 압박감이 있다. 1위를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임은수는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제 페이스를 찾는 법을 배웠다. 긴장해도 마음을 다잡는 방법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임은수는 이번 대회에서 한층 성장한 기량을 보여 줬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아직 갈 길이 멀고 보완할 점도 많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는 좋은 경험을 얻을 기회다. 또 자신의 존재를 국제 무대에서 제대로 알릴 대회이기도 하다.

이번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임은수는 경기력은 물론 정신력도 한층 성장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는 오는 3월 15일 시작하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김예림(14, 도장중)과 함께 출전한다.

[영상] 임은수 프리스케이팅 경기 ⓒ 촬영 김의정 촬영 감독, 편집 장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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