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민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왜소하고 체구가 작은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서 이 악물고 버텼다."

허경민(27, 두산 베어스)이 144경기에 모두 나섰던 지난 시즌을 되돌아봤다. 2015년 시즌부터 두산 주전 3루수로 성장한 허경민은 안정적인 수비 능력과 큰 경기에 강한 배짱을 지녔다. 지난 시즌 두산이 통합 우승을 이루는 데 큰 힘을 보탠 허경민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 팀에 승선했다.

새해 첫날. 허경민은 수첩에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 5가지를 적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올 시즌 막바지에 수첩에 적은 목표를 이루면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허경민과 일문일답.

-지난해 좋은 활약을 펼쳤는데, 2017년 느낌은?

지난해까지 한 건 다 잊었다. 저는 이제 지금과 앞으로만 보고 준비하고 있다. 

-전 경기 출전이 말해주듯, 체력이 강점인 거 같다.

전 경기를 해 보니까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기록도 아니고 쉽지 않다. 전 경기에 나서려면 건강한 몸, (나)성범이 형 (황)재균이 형 보면 체구가 단단하다. 저처럼 작은 체구인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악물고 버텼다. 개인 기록은 힘들어서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제가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기록이 떨어지는 걸 두려워하진 않았다.

-큰 경기에 강한 인상이 있다. 대표 팀에 뽑힌 이유 가운데 하나일까.

뽑아 주신 위원들께서 어떤 점을 봐 주셨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정말로 (황)재균 형이나 최정 선배가 저보다 잘한다는 건 저도 인정한다. 그래도 저를 뽑아 주신 건 저한테 그 선수들이 갖고 있지 않은 걸 기대해서 뽑아 주셨다고 생각한다.

-큰 경기에서 잘하는 건 집중력 덕일까.

경험해 보니까 큰 경기일수록 '잘해야겠다. 악착같이 해야겠다' 이러면 플레이가 소심해진다. 큰 경기니까 누구나 긴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들어가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한국시리즈 때 한 시즌 잘하고 초대 받은 자리라 생각하고 나섰다.

-WBC는 처음인데.

한국에서 열려서 더 기대되고 국가 대표 한번 해 봤지만, 정말 떨리고 자부심도 느껴진다. 태극 마크가 달린 파란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우리나라 야구 팬들이 다 지켜봐 주신다는 생각에 영광스럽다.

-1990년대생들이 대표 팀에서 적은데, 젊은 선수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게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낄 거 같다.

이번에 많이 안 뽑혔지만, 1990년생 좋은 선수들이 많다. (오)지환, (김)상수, (안)치홍이 그리고 동기 아닌 후배들도 무서울 정도로 잘하는 선수들 많다. 이 대회 지나고 2020년쯤 되면 그 선수들이 우리나라 주축 선수들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 허경민 ⓒ 곽혜미 기자
-개인적으로 올해 더 발전하고 욕심내고 싶은 점은?

1월 1일에 제 목표를 정했다. 수첩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었는데, 달성했을 때 1월 1일에 이런 목표를 적었다는 걸 보여 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싶다. 말 먼저 앞서고 못한 적이 많아서 내용은 나중에 밝히겠다. 지난해에는 최다 이닝이라고 말해서 지키려고 정말 힘들었다. 올해는 5가지 정도 정했는데, 3개 정도 지키면 남들한테도 잘했다고 박수 받는 시즌이 될 거 같다.

-올해 두산을 우승 후보로 꼽는다. 3년 연속 우승 부담 있을까.

다른 팀들이 전력 보강 잘됐다. 저희는 기존 선수들이 더 해야 한다. 부담감보다는 저희가 우승하기 위해서는 다른 팀보다 한 발짝 더 뛰고, 개인 기록을 더 올리려고 생각해야 우승할 수 있다. 지키려는 마음보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면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두산 내야 경쟁 치열한데, 3루를 위협할 만한 선수가 보이는지?

(류)지혁이, (최)주환이 형, (서)예일이 다 실력 좋은 선수들이다. 저도 지혁이처럼 백업 선수로 지낸 시절이 있었다. 언제 어느 순간 (백업 선수가) 치고 올라올지 모른다. 늘 긴장하고 있고, 제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혁이나 저나 플러스가 되려고 하면 팀이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배들을 만나 이런 마음을 먹은 거 같다. 누구나 자기 자리를 지킨다는 생각보다 후배들을 잘 다독여서 좋은 내야수가 많은 팀이란 느낌을 주고 싶다.

-경찰청에 입대한 정수빈이 훈련소에서 편지를 보냈던데, 기분이 어땠나.

제가 쓴 게 아닌, 다른 사람이 군사 우편으로 쓴 편지를 받아서 뭉클했다. 내용은 저만 알지만, (정)수빈이가 편지 한 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기인 거 같다. (군대) 가야 하는 거니까 저도 했던 거고. 뭉클한 거 반, 통쾌한 거 반이었다.

다음 달에 연습 경기 하면 볼 거다. 지금 수빈이 부모님께서 걱정이 많으시다. 걱정 안 해도 잘 있다가 나올 테니 걱정 안 하셨으면 좋겠다. 

-정수빈은 군대에서 힘들어 하던가.

힘들어 하진 않는다. 나이가 많은 상태로 가서 주장 노릇을 하고 있는 거 같다(웃음). 편지 보니까 적응 잘하고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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