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 이동국은 K리그의 앞날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파주, 김덕중 기자]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10대의 나이로 혜성 같이 등장했다. 잠깐의 활약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그 이후에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는 부상으로 낙마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우루과이와 16강전서 득점 기회를 놓치며 팬들의 지탄을 받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는 대표 팀에 뽑히지 못했다. 정점에 섰을 때 뜻하지 않는 일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래서 붙은 꼬리표가 '불운한 공격수'다. 

지난해 연말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고 있는 이동국을 만나 속 깊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표 팀뿐만이 아니라 유럽에서 뛸 때도 불운했던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머리와 가슴으로 배우고 느꼈다고 했다. 고난과 역경의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이동국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9년생으로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고 있다. 전북 현대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선수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컵을 품은 뒤에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엄청난 돈을 자국 리그에 쏟아붓고 있는 중국 그리고 일본 축구의 변화 속에서 K리그의 준비가 미흡하다면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음은 이동국과 일문일답. 

-2016년 전북에 많은 일이 있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아무래도 ACL 우승 컵을 들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9년 전북에 와서 그해 K리그 우승하고 쭉 ACL에 진출하고 있는데 2011년 ACL 결승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하고도 홈에서 우승 컵을 들지 못했다. ACL 우승이 정말 쉽지 않구나 생각했다. 2016년에는 그 한을 풀었다. 원정에서 결승 2차전이 열렸는데 많은 팬들이 응원을 왔다. 그 앞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중국 리그에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많다. 중국 팀과 경기할 때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혹시 있나.

상대 팀에 스타플레이어가 많다고 하면 우리 선수들한테도 자극이 된다. 저 선수는 얼마나 다르길래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뛰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부딪혀 보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축구는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경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결과적으로 2016년 중국 팀과 경기를 하면서 우리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다는 점을 느꼈다. 3명의 외국인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나머지 선수들이 잘 받쳐 줘야 하는데 아직 중국 팀은 그런 면에서 부족하다. ACL에서 K리그가 경쟁력이 있었던 이유는 조직력을 잘 갖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 축구가 지금처럼 정체한다면 앞으로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중국 팀에 크게 고전할 수도 있다.  

-중국, 일본 축구의 양적, 질적 팽창이 두드러진다. K리그의 대표 선수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예전에는 정말 생각하기도 쉽지 않았던 세계적인 선수들이 중국 슈퍼리그로 모이고 있다. 같은 팀에 세계적인 선수가 있다면 함께 훈련하면서 배울 점이 있고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중국 축구의 수준이 향상될 것이다. J리그도 중계권료 수익으로 큰돈을 벌면서 뛰어난 선수와 지도자를 데려오려고 한다. 자연히 리그 수준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축구가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동아시아 축구의 역학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인지. 
 
K리그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아시아에서 최고의 리그라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준비해야 한다. 사실 중국, 일본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동남아시아 축구도 급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 축구와 유럽 축구의 격차과 컸지만 지금 많이 줄어든 것처럼 동남아시아 축구도 적극적인 투자로 동아시아와 수준 차이를 줄였다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도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일본과 같은 규모의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는데 K리그의 자생력을 키울 방안이 있다면?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일본이나 유럽은 축구 유료 중계로 수익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우리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도 알고 있다. 선수로서 공격적인 축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밌는 축구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간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유료 중계에 대한 거부감이 줄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조금씩 환경도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영상] 이동국 인터뷰 ⓒ 스포티비뉴스 촬영 한희재 기자, 편집 장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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