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양효진(왼쪽)과 황연주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현대건설의 서브 리시브는 흔들렸고 3세트까지 블로킹도 살아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에밀리 하통(25, 미국)의 공격 성공률은 30.43%에 그쳤다. 반면 GS칼텍스는 두 자릿수 점수를 올린 선수가 4명이나 있었다. 팀 서브 득점은 8점으로 3점에 그친 현대건설을 압도했다.

이런 기록을 보면 GS칼텍스가 이긴 팀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현대건설은 풀세트 접전 끝에 GS칼텍스를 꺾고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현대건설은 1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NH농협 프로 배구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2(20-25 25-22 12-25 26-24 15-9)로 이겼다. 현대건설은 1, 3세트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4세트 중반 GS칼텍스는 17-13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는 듯 보였다. 그러나 뒷심이 부족했다. 늘 승부처에서 흔들렸던 GS칼텍스는 다 이긴 대어를 놓쳤다.

강팀의 조건 가운데 하나는 위기 상황에서 나오는 집중력이다. 20점을 넘을 때 집중력 싸움에서 앞선 팀이 승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건설은 각종 기록에서 GS칼텍스에 밀렸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GS칼텍스를 압도하며 승점 2점을 올렸다.

경기를 마친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은 "승부처는 4세트로 본다. 4세트를 따냈기에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노련했다기 보다 상대 범실이 나와서 이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은 4세트 13-17로 뒤졌지만 상대 범실로 기회를 잡았다. 이 경기에서 GS칼텍스의 외국인 선수 알렉사 그레이(23, 캐나다)는 엉덩이 근육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GS칼텍스는 팀의 기둥인 알렉사가 빠졌지만 국내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하며 현대건설을 괴롭혔다.

GS칼텍스는 승리를 위해 필요한 열 개의 고개 가운데 아홉 고개를 넘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고개가 문제였다. 정신력과 승리욕이 필요한 마지막 한 고개를 앞두고 GS칼텍스는 현대건설에 역전을 허용했다.

▲ 황연주 ⓒ 곽혜미 기자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알렉사가 빠졌지만 선수들이 잘해 줬다. 그러나 20점 이후 결정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차 감독은 "앞으로 20점 이후의 집중력을 보완해야 한다. 결국 자신감이 문제다"며 아쉬워했다.

GS칼텍스는 4세트 23-22에서 강소휘(20)의 뼈아픈 서브 범실이 나왔다. 반면 현대건설의 황연주(31)는 23-23에서 분위기를 뒤집는 서브 득점에 성공했다. 이 서브 득점은 황연주의 개인 통산 400번째 기록이었다. 상승세를 탄 현대건설은 4세트를 26-24로 따냈다.

마지막 5세트에서 GS칼텍스는 5-2로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GS칼텍스는 연속 7실점했다. GS칼텍스의 날개 공격수들은 나쁜 볼을 무리하게 때리다 범실을 쏟아냈다. 반면 현대건설은 나쁜 볼을 함부로 때리지 않았다. 토스가 나쁘면 상대 진영으로 넘겨 블로킹을 노렸다. 기회가 오면 팀의 기둥인 양효진(28)은 해결사 소임을 해냈다.

승부처 싸움에서 이긴 현대건설은 5세트를 15-9로 따내며 올 시즌 12번째 승리를 챙겼다. 황연주는 "GS칼텍스 날개 공격수들은 어린 선수들이 많다"며 "그래서인지 나쁜 볼을 때리다가 범실을 했는데 우리 팀은 블로킹에 자신감이 있다 보니 나쁜 볼이 올라가면 무리하게 때리지 않고 상대 진영으로 넘겨 블로킹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GS칼텍스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확실한 득점을 올리는 방법을 알았다. 경기 내내 현대건설을 압도했던 GS칼텍스는 위기 관리 능력이 아쉬웠다. 차 감독은 "(위기 관리 능력은) 징크스가 아닌 징크스 같다. 이런 점은 선수들이 이겨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GS칼텍스 이소영(왼쪽)과 황민경 ⓒ 곽혜미 기자

팀의 해결사인 알렉사가 빠진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다양한 공격으로 현대건설의 허를 찌른 GS칼텍스의 전술은 나름대로 성공했다. 이런 흐름을 마지막까지 이어 가지 못한 점이 패배가 됐다.

양효진은 "어려운 경기를 했다. 선수들의 리듬이 매우 맞지 않았다. 분위기를 잡는 계기를 찾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4세트를 이긴 것이 컸다. 4세트를 이기면 5세트도 이길 것 같았다. 마지막에는 선수들의 의지가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베테랑 공격수 황연주와 국가 대표 주전 미들 블로커 양효진이 있다. 수많은 경기를 치르며 경험을 쌓은 이들의 노련미는 승부처에서 빛을 발휘했다.

GS칼텍스는 승부처에서 약하다는 문제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아쉽게 경기를 놓쳤지만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했다. 양 감독은 "GS칼텍스에는 좋은 날개 공격수들이 많다. 볼 배분이 고르게 간 점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소영(23)은 두 팀 최다인 27득점을 기록했다. 이소영과 강소휘, 황민경이 지금보다 성장하면 외국인 선수와 삼각편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차 감독은 "우리 팀도 충분히 좋은 삼각편대를 만들 수 있다"며 뒷날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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