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 없다. 2년 6개월 만에 복귀한 전 UFC 웰터급 라이트급 챔피언 BJ 펜(38, 미국)이 페더급 신세대 야이르 로드리게스(24, 멕시코)에게 처참하게 패했다.

16일(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토킹 스틱 리조트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03 메인이벤트 페더급 경기에서 펜은 로드리게스의 앞차기와 펀치를 맞고 쓰러진 뒤 퍼붓는 파운딩 세례에 2라운드 24초 TKO패 했다.

페더급 정상에 올라 UFC 최초 3체급 챔피언이 되겠다던 펜은 로드리게스에게 킥 거리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1라운드가 시작되자 바짝 붙어 클린치 싸움을 걸었다.

그러나 펜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로드리게스는 클린치에서 펜에게 몰리지 않았다. 펜을 금방 떼어 내고 미들킥 하이킥 나래차기까지 시도하며 펜의 접근을 견제했다.

스피드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태권도 선수 출신 로드리게스는 하이킥 뒤돌려차기로 펜을 주춤거리게 했다. 기세에서 밀린 펜은 사이드 스텝을 밟기 시작했고 숨을 몰아쉬었다. 로드리게스는 앞차기와 돌개차기에 이어 미들킥 연타로 1라운드 승기를 확실히 가져갔다.

이미 넘어간 분위기를 뒤집을 수 없었다. 나이가 들어 반응 속도가 느려진 펜은 2라운드 초반 로드리게스의 앞차기에 이은 펀치를 맞아 쓰러졌고 그라운드에서 후속 파운딩을 막지 못해 패배를 허용했다.

로드리게스는 페더급 신세대 파이터 가운데 하나다. 태권도 발차기를 옥타곤에서 시도하는 실험적인 타격가다. 총 8연승, UFC 6연승으로 상승세를 탔다.

◆ 경기 요약

- 야이르 로드리게스 2R 24초 TKO승
- 야이르 로드리게스 10승 1패 / BJ 펜 16승 2무 11패
- 야이르 로드리게스 8연승(UFC 6연승) / BJ 펜 4연패
- BJ 펜 마지막 승리 2010년 11월 21일 UFC 123 맷 휴즈 전
- 유효 타격 횟수 로드리게스 55회(111회 시도) vs 펜 4회(22회 시도)
- 한 줄 평: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옛정 때문에? 존 매카시가 경기를 너무 늦게 말렸어

조 로존, 이겼어도 이긴 거 같지 않아

조 로존(32, 미국)은 현상금 사냥꾼이다. 2006년 9월부터 옥타곤에서 15번 보너스를 받았다. 일단 나오면 명승부 예약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로존은 승리하고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1(29-28,29-28,27-30) 판정승했지만, 이 경기는 자신이 완패했다는 것을 알았다. 엄청난 오심에 마르신 헬드(24, 폴란드)는 불만을 터트렸고 로존은 상처뿐인 영광(?)을 안았다.

두 선수는 엎치락뒤치락경기를 펼쳤다. 1라운드 로존이 태클을 막고 팔꿈치 연타로 헬드의 머리를 찍을 때만 해도 쉽게 흐름을 가져오나 싶었다. 그러나 헬드는 금세 충격에서 회복하고 타격으로 맞대응했다. 기습적인 태클로 상위 포지션으로 올라가 '승부의 추' 균형을 맞췄다.

헬드는 각종 서브미션 그래플링 대회에서 입상한 바 있다. 태클의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베테랑 로존의 방어가 좋아 상위에서 이렇다 할 정타를 넣지 못했지만, 5번이나 테이크다운에 성공해 점수를 땄다. 3라운드에 승기를 자기 쪽으로 완전히 가져왔다.

하지만 심판 두 명은 경기를 전혀 다른 눈으로 봤다. 로존에게 승리를 줬다. 로존은 판정 발표에서 자신의 이름이 처음 불릴 때 화들짝 놀랐고, 헬드의 승리를 축하하는 의미로 손뼉을 치다가 두 번째 이름이 불리자 토끼눈이 됐다. 

로존은 원치 않은 승리로 1승을 추가해 전적 27승 12패가 됐다. 헬드는 두 명의 장님 심판 덕에 6번째 쓴잔을 맛봤다.

◆ 경기 요약

- 조 로존 3R 종료 2-1(29-28,29-28,27-30) 판정승
- 조 로존 27승 12패 / 마르신 헬드 22승 6패
- 테이크다운 횟수 마르신 헬드 5회 vs 조 로존 1회
- 한 줄 평: 새해를 맞이하는(?) 엄청난 오심 + 약 4,000만 명 인구 폴란드에 종합격투기 강자 수두룩 

맥기의 테이크다운, 조금만 일렀다면

벤 사운더스(33, 미국)는 키 191cm, 양팔 길이 199cm로 웰터급에서 체격이 큰 '빅 유닛'이다. 서브미션 결정력도 좋다. 2014년 UFC에서 처음으로 오모플라타 승리를 기록했다.

게다가 왼손잡이여서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코트 맥기(32, 미국)가 거리를 좁히려고 들어가면 어김없이 니킥을 올려찼다. 여차하면 사이드 스텝으로 압박을 벗어났다. 

맥기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계속 전진하고 붙어서 사운더스를 넘어뜨리거나, 적어도 지치게 하는 것이었다.

3라운드, 드디어 맥기의 부지런한 공격이 먹히기 시작했다. 맥기는 지친 사운더스의 턱에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고, 클린치에서 첫 번째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상위 포지션에서 파운딩을 퍼부었다.

그러나 약간 늦었다. 3라운드를 따냈지만, 1·2라운드를 내주는 바람에 판정에서 0-3(28-29,28-29,28-29)으로 졌다.

사운더스는 2연승 하고 21번째 승리(2무 7패)를 기록했다. 맥기는 2연승 뒤 최근 5경기에서 패승패승패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전적은 18승 6패가 됐다.

◆ 경기 요약

- 벤 사운더스 3R 종료 3-0(29-28,29-28,29-28) 판정승
- 벤 사운더스 21승 2무 7패 / 코트 맥기 18승 6패
- 벤 사운더스 2연승 / 코트 맥기 최근 5경기 '패승패승패' 롤러코스터
- 코트 맥기가 3라운드 테이크다운 처음 성공
- 한 줄 평: 라운드별 채점은 이래서 아쉽다

형만한 아우 없다고? 서지오 페티스 3연승

형 앤서니 페티스는 갈 지(之) 자로 걷고 있다. 라이급에서 3연패 하고 페더급으로 내려갔다. 찰스 올리베이라에게 길로틴 초크로 이겼지만, 맥스 할로웨이에게 TKO로 졌다. 1승 1패 뒤, 페더급 감량이 어려워 라이트급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동생 서지오 페티스(23, 미국)는 2015년 내려온 플라이급에서 꽤 잘나간다. 존 모라가(32, 미국)에게 3라운드 종료 3-0(29-28,29-28,30-27) 판정으로 이기고 3연승을 이어 갔다. 통산 전적 15승 2패가 됐다.

사우스포 페티스는 모라가를 전진 압박했다. 모라가의 날카로운 카운터펀치가 날아와도 물러서지 않았다. 충격을 받으면 태클을 시도하면서 한 템포 쉬어 갔고, 회복되면 오른손 잽부터 다시 시작했다. 1라운드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박아 넣어 다운을 얻었다. 타격전에서 우세했다.

모라가는 3라운드 페티스를 그라운드로 끌고 가 서브미션 역전승을 노렸지만, 페티스가 잘 빠져나갔다. 1, 2라운드를 앞선 페티스의 판정승.

원래 페티스의 상대 주시에르 포미가의 부상으로 대회 2주 전 대체 선수로 나선 모라가는 고향인 피닉스에서 판정패하고 3연패 수렁에 빠졌다. 2015년부터 이기지 못하고 있다. 통산 전적 16승 6패.

◆ 경기 요약

- 서지오 페티스 3R 종료 3-0(29-28,29-28,30-27) 판정승
- 서지오 페티스 15승 2패 / 존 모라가 16승 6패
- 서지오 페티스 3연승 / 존 모라가 3연패
- 유효 타격: 페티스 48회(159회 시도) vs 모라가 33회(120회 시도)
- 한 줄 평: 서지오 페티스, DJ를 견제할 도전자로 성장할지 지켜보자

[그래픽] 김종래 제작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