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그는 해태에서 프로 야구 선수로 데뷔했다. 투수로 입단해 1996년 야수로 포지션을 바꾼 것은 결과적으로 그를 20년 넘게 프로 야구 선수로 살아남게 한 '신의 한 수'였다. 2000년에는 SK로 이적했고, 여기서 2012년까지 13년(12시즌)을 뛰었다.
2012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뒤에는 9번째 구단으로 1군 합류를 앞둔 NC에 입단했다. 곧바로 주장을 맡아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 2년 만에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세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신청하지 않고 1년 7억 5,000만 원에 계약했다. 타자로만 통산 1,976경기 출전에 1,831안타, 330홈런, 타율 0.282를 기록했다.
다음은 이호준과 일문일답이다.
- 왜 은퇴를 결심했나.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고, 시기를 잡고 있었는데 이때가 딱 좋을것 같아서, 저도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어서 결정을 조금 빨리했다. 저도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려서 시무식 때 단장님과도 이야기했고, 감독님과도 이야기해서 결정했다."
"매년 은퇴를 생각하면서도 욕심이 생기더라. 제 욕심으로 계속 야구를 하다 보면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LG 이병규(9번) 선배와 정성훈 선수 사례도 봤다. 좋을 때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을 했다."
- 은퇴 후 진로는.
"하와이에서 이승엽을 만났다. 저와 비교할 수 없는 경력을 남긴 선수이기는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로에 대해 생각했다. 세 가지 중에 하나 아니겠나. 코치를 하거나 연수를 가거나 해설 위원을 하거나. 일단 잘 공부를 하겠다."
"계속 은퇴 시기를 잡고 있었다. FA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생각하지 않았다. 1년 1년 야구를 할 수 있던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가족들이 큰 동요 없이 받아들인 것 같다."
- 2008년 수술한 뒤 힘들었을 것 같은데.
"2008년이 생각난다. FA 계약하고 첫해에 무릎 수술을 받았다. SK 팬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2년 가까이 대인기피증이 생기기도 했다. 힘든 시기였다. 그래도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말이 생긴 게, 그 뒤로 끝날 줄 알았는데 계속 야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더 노력할 것 같다. 모든 타석을 진실한 마음으로 뛰고 싶다. '1년 더 하면 안될까'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했으면 좋겠다. NC에서 우승하고 싶었는데 마지막 기회다. 그 꿈을 이루고 싶다."
- 몸은 어떤지.
"훈련을 시작하면서 작년이랑은 또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겨 내야 한다. 매년 시즌 초반에 몸이 좋았던 적은 없다. 허리가 갑자기 아프다. MRI를 찍어 보니 허리는 괜찮다고 하는데 근력 문제인 것 같다."
- 하와이에서 이승엽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이승엽과는 은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승엽도 아름다운 이별을 많이 생각하고 있더라. 나보다 훨씬 훌륭한 성적을 낸 선수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구나,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와이 개인 훈련 다녀오고 나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다. 감독님이 생각을 존중해 주셨고,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그 뒤로 구단에 뜻을 전했다. 예전부터 '언제 은퇴할 거냐'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성적이 안 좋으면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보다는 멋지게 은퇴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 2,000안타를 채우기 전 은퇴할 것 같은데. (2016년까지 1,831안타)"2,000안타는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 목표를 잡고 내년까지 야구를 하고 싶을까 봐 걱정이 됐다. 대신 오른손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은 넘고 은퇴하고 싶다. 이것 역시 욕심이다. 300홈런에서 은퇴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오른손 타자 최다 홈런 장종훈 340개)
"이야기하다 보니 많이 떨린다. 은퇴식 때 우는 선수들 보며 왜 우나 싶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손이 찌릿찌릿하다. 은퇴식이 벌써 걱정이다."
"양준혁 선배 치고 열심히 뛰는 거 보면 멋있는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지 않나. 그래도 올해는 열심히 뛰는 걸 보여 드리고 싶다."
- NC에서 은퇴하는 기분이 특별할 것 같다.
"처음 들어왔을 때 다들 꼴찌할 거라고 하고, 다른 팀 선수들이 얕잡아 본다고 생각해서 그걸 깨고 싶다는 오기가 들었다. 캠프에서 후배들 운동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밤 늦은 시간까지 경쟁을 이기려고 훈련하는 걸 보면서 어릴 때 열정을 다시 느꼈다. 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크게 한 것도 없는데 후배들 덕분에 좋은 별명이 생기고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 고맙다."
- 후배들이 뭐라고 하던가.
"어려운 선배라 그런지 말은 못 하더라. 미리 은퇴를 발표한 이유는 마지막 시즌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더 생길 거라고 본다. 그걸 노렸다."
- 선수협 회장을 해 보니 어떤가.
"어렵다. 두 번 하라면 못 할 거 같다. 모든 선수들의 요구를 채워 줄 수가 없더라. 선수들이 선수협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선수들에게조차 믿음을 주지 못한 것 같다. 올해 숙제는 그거다. 선수협 관련 기사가 나오면 부정적인 댓글이 달린다. 언제쯤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협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하면서 하나씩 바꾸고 싶다. 작년에는 한번에 바꾸려다 실패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