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이스쇼에 출연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0, 러시아)만큼 명예를 잃은 금메달리스트가 있었을까.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소트니코바가 최근 자신의 행보를 밝혔다. 그동안 선수 활동보다 대외적인 활동에 주력했던 그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소트니코바는 최근 러시아 매체 OK매거진에 "지금은 아이스쇼에 출연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피겨스케이팅 무대에 돌아갈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목표는 2018년 올림픽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트니코바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논란 속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했지만 완벽한 경기를 펼친 김연아(27)를 따돌리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정점에 올라선 그의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소치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소트니코바는 "앞으로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2014~2015 시즌 그는 빙판에 서지 않았다. 애초 자국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러시아 로스텔레콤 컵과 일본 NHK 트로피에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취소했다.

B급 대회와 자국 대회에 나섰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2015년 러시아 로스텔레콤 대회에 나타난 그는 실수를 연발했다. 그러나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후한 점수를 받으며 185.11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이 대회가 소치 동계 올림픽 이후 소트니코바가 출전했던 유일한 A급 무대였다.

▲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환호하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 GettyImages

주니어 시절 소트니코바는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이 기대하는 유망주였다. 그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이 열리는 강원도 강릉에서 주니어 챔피언에 올랐다. 2011년 강원도 강릉을 찾은 소트니코바는 실수로 무너진 엘리자베타 뚝따미셰바(19, 러시아)를 따돌리며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뒤 1위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전, 유일하게 우승했던 시니어 무대는 B급 대회인 골든 스핀이었다. 그랑프리 시리즈와 유럽선수권대회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는 한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소치 동계 올림픽이 열리기 전 소트니코바는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러시아가 금메달 후보로 기대한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8)가 실수로 무너질 때 러시아 관중들의 호응을 얻은 이는 소트니코바였다. 그는 러시아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가장 선전했다. 이런 결과는 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졌다.

상당수 전문가는 물론 선수들까지 소트니코바를 금메달리스트로 인정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캐나다의 유망 안무가인 셰린 본(40)은 2014년 아이스쇼 공연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 "러시아 선수(소트니코바)는 열정과 에너지를 갖고 열심히 했다. 그러나 경기를 보면 저는 김연아가 1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 외에 몇몇 스케이터들도 "소치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 결과가 이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명예롭게 은퇴한 선수들이 있다. 올림픽 금메달의 상승세를 이어 나가는 선수들도 더러 있다. 이와 비교해 올림픽에서 반짝 빛을 내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이들도 있다.

소트니코바는 17살에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선수 생활을 더 이어 나갈 수 있는 나이다. 타라 리핀스키(미국)처럼 일찍 은퇴할 권리도 있다. 문제는 소트니코바가 자신의 앞날에 대해 번복을 자주 했다는 점이다. 

▲ 2015년 재팬 오픈에 출전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 GettyImages

소트니코바는 소치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제대로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다. 논란이 많은 올림픽 결과로 그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를 만회할 기회를 얻으려면 선수 생활을 계속해 떳떳하게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소트니코바의 발언과 행동은 오락가락했다.

소트니코바는 최근 위기에 몰렸다. 소치 동계 올림픽 도핑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매체 dni.ru는 최근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도핑 샘플 명단을 근거로 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소트니코바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증거가 될 소트니코바의 소변 샘플은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트니코바는 올림픽 사상 가장 불명예스러운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가 될 위기에 몰렸다. 그가 선수로 복귀해도 명성을 얻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러시아의 어린 선수들은 무섭게 성장했고 그가 치열한 러시아 올림픽 예선을 통과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소트니코바의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여자 싱글 세계 랭킹은 70위권이다. 그의 도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가 스스로 떳떳하다고 밝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명예는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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