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디종으로 이적하는 권창훈.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권창훈이 꿈에 그리던 유럽으로 향한다. 역사 속 쉽지 않았던 선배들의 유럽 도전사를 기억해야 한다.

18일 수원 삼성은 프랑스 리그 앙(1부 리그) 디종 FCO와 미드필더 권창훈 이적에 합의했다. 권창훈은 수원 유스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에 도전하게 됐다.

디종은 강력하게 권창훈을 원했다. 디종은 지난해 12월부터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무상 임대 제의부터 시작해 100만 유로, 이후엔 120만 유로까지 이적료가 올랐다. 타 구단 이적 땐 수원이 보상금을 챙길 수 있다. 권창훈의 이적료는 디종 구단 역대 이적료 3위에 해당한다. 디종 측에서 권창훈에게 최대한 빨리 팀에 합류해 달라는 요청을 해, 권창훈은 18일 새벽 프랑스로 출국했다. 

권창훈에게 디종은 일단 기회의 장이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디종은 리그 앙 20개 팀 가운데 16위에 올라 있지만 최하위 FC 로리앙과 승점 차가 2점밖에 나지 않는다. 디종은 강등 위기와 중위권 도약 가능성을 모두 가진 팀이다. 권창훈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선배는 아주 가까이에 있다. 바로 수원 서정원 감독이다. 

서 감독은 선수 시절 여러 차례 유럽 이적을 타진했고 1998년 1월 리그 앙 RC 스트라스부르로 이적했다. 당시 12경기를 남기고 스트라스부르는 5승 6무 11패 승점 21점으로 18개 팀 가운데 16위를 달리고 있었고 17위 AS 캉과 같은 승점을 기록해 '강등 전쟁'을 하고 있었다. 

서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올림피크 리옹전에서 골을 기록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팀에 합류한 뒤 12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하면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서 감독 합류 뒤 스트라스부르는 4승 4무 4패를 거뒀고 최종 순위 13위로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17위였던 캉은 끝내 꼴찌로 추락해 강등됐다.

팀의 잔류를 이끈 서 감독은 스트라스부르 팬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도 1998-99 시즌 감독이 교체된 뒤 감독의 외면을 받았고 K리그 복귀를 선택했다. 그때 그가 선택한 팀이 수원 삼성이었고, 수원의 감독이 돼 권창훈을 지도했다.

권창훈의 이적을 보면 서 감독의 사례와 비슷한 점이 많다. 강등 걱정을 하는 팀에서 겨울 이적 시장 동안 '즉시 전력감'으로 영입을 추진했다. 이적 뒤 활약하며 팀의 잔류를 이끈다면 구단과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인 것도 똑같다. 서 감독이 스트라스부르를 떠난 뒤 팬들이 서 감독에게 편지를 쓰는 등 여전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디종엔 왼발잡이 선수가 많지 않고, 감독 역시 공격적인 임무를 수행할 미드필더를 원했다고 한다. 권창훈이 활약할 수 있는 '판'은 마련됐다. 이제 권창훈의 활약에 모든 것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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