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최근 메이저리그는 불펜 투수들의 가치가 급상승하는 추세다. KBO 리그는 전부터 그랬다. FA 시장에서 불펜 투수들이 선발투수만큼 큰 돈을 손에 쥐었다. 

지난 3년 동안 FA 계약을 살펴 보면 정우람(한화) 4년 84억 원, 손승락(롯데) 4년 60억 원, 안지만 4년 65억 원 등 총액 50억 원이 넘는 계약이 3건 있었다. 권혁(한화) 4년 32억 원, 윤길현(롯데) 4년 38억 원 등도 눈에 띄는 계약이다. 

이들은 모두 만으로 30살 이후 FA 자격을 얻었는데도 그동안의 성과를 크게 인정받았다. 그런데 최근 KBO 리그에서 불펜이 강한 팀들은 한화도 롯데도 아니었다. 

2년 연속 불펜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았던 NC는 FA 불펜 투수를 영입한 적이 없다. 2014년 홀드와 세이브 1위를 배출한 넥센은, 그 두 선수가 모두 빠진 지난 시즌에도 홀드왕과 세이브왕을 낳았다. LG는 20대 셋업맨과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드문 사례다. 

이 세 팀이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 순위에서 1~3위였다. 선수 이동이 제한적이고 대형 투수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리그 환경 등을 생각하면 올해 전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 ⓒ SPOTV NEWS 디자이너 김종래

▲ 소리없이 강한 NC

타이틀 홀더가 없다. 슈퍼스타도 없다. 그렇지만 가장 안정적이었다. NC는 팀 불펜 평균자책점과 WPA(승리 확률 추가, Win Probaibilty Added)에서 2년 연속 1위를 지켰다. WPA란 각각의 상황에 따라 승리 확률이 얼마나 높아지고 낮아졌는지를 보는 기록이다. 1.0 이상의 WPA를 기록한 불펜 투수가 리그에 단 8명인데, 이 가운데 3명이 NC에 몰려 있다. 마무리 투수 임창민이 1.69, '인간 승리' 원종현이 1.59,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바꾼 이민호가 1.29를 기록했다.

가능성을 보인 젊은 투수들이 많다. 구창모와 장현식, 배재환은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노린다. 여기서 밀려나도 불펜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확 바뀔 선발 로테이션의 성적이 불펜 안정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해 이태양, 이재학의 이탈과 에릭 해커, 재크 스튜어트의 부상 공백을 메워준 최금강, 정수민 등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불펜의 체력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캠프 시작을 열흘 남짓 앞두고 외국인 선수 영입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가 된다. 

▲ ⓒ SPOTV NEWS 디자이너 김종래

▲ 넥센, 소수정예는 옛말

소수정예는 한동안 넥센 투수력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였다. 염경엽 감독은 포스트시즌 3인 선발제, 조상우-한현희-손승락 집중 활용 등은 얇은 선수층을 극복하기 위한 궁여지책을 썼다. 그러나 끝내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사퇴 후 SK에서 단장으로 새 출발 한다. 그러나 남긴 것은 있다. 한현희와 조상우가 올 시즌 중 팀에 복귀할 전망이다.

이보근과 김상수, 김세현은 놀라운 재발견이다. 올해는 이들을 중심으로 강윤구, 오주원, 김택형 등 왼손 투수, 마정길, 하영민, 박주현 등 오른손 투수가 팀을 떠받친다. 소수정예는 옛날얘기로 들린다. 단 놀라운 1년을 보낸 선수들의 성공담이 계속돼야 한다. 김상수와 김세현은 지난해 블론 세이브 공동 1위(8개)다.

▲ ⓒ SPOTV NEWS 디자이너 김종래

▲ LG의 자랑 20대 불펜 듀오

지난해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리고 올해 만 30살 미만인 선수는 임정우와 심창민(삼성), 김재윤(kt)까지 3명. 같은 나잇대에 지난해 10홀드 이상 기록한 선수는 김상수와 김지용, 심동섭(KIA), 윤명준(두산), 김대우(삼성), 윤지웅(LG)까지 모두 7명. 이 10명 가운데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김지용, 윤명준, 임정우, 심창민 4명으로 줄어든다. 올해 20대 선수로 셋업맨과 마무리 투수까지 채운 유일한 팀, 바로 LG다.

시즌 내내 안정적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붙박이 1군이 아니었던 김지용은 이동현, 신승현이 부상과 부진에 빠졌을 때 셋업맨까지 '승진'한 사례다. 임정우는 전반기 평균자책점 5.08, WPA -1.365로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후반기에는 2.27, 1.518을 기록한 초특급 마무리 투수로 변신했다. LG 불펜의 또 다른 강점인 두꺼운 선수층이 두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신정락은 일단 불펜에서 시즌을 출발하기로 했다.

▲ 만만치 않은 SK

상위 3개 팀에 필적할 만하다.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만 보면 4.90으로 3위 LG(4.87)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불펜 투수 WPA에서는 마무리 투수 박희수가 1.75로 4위에 올랐다. 3년 10억 5,000만 원이라는 저렴한(?) 계약을 맺은 채병용은 평균자책점은 4.30이었지만 WPA는 불펜 투수 가운데 2위인 1.93이다. 힘을 써야 할 때 썼다.

이 부문 1위는 정우람으로 1.95를 기록했다. 만약 정우람이 원소속팀에 남았다면 SK 불펜은 난공불락이 됐겠지만, 신인 김주한이 있어 위안이 된다. 김주한은 WPA 0.43으로 40경기 이상 구원 등판한 선수 가운데 14위였다. NC와 마찬가지로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실속은 차린 팀이다. 강속구 투수 서진용이 1군에 안착한다면 선수층도 두꺼워진다.

▲ 그리고

두산은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 5.08로 5위, 중간은 했는데 이용찬과 정재훈이 수술을 받고 시즌 준비가 늦어진 점이 불안 요소다. 대신 팀 전력으로 봤을 때 두산의 불펜은 '리그 밸런스 패치' 정도. 그렇게 문제라던 불펜으로도 지난해 7회 이후 역전패가 단 5번이다. 강한 선발과 방망이로 불펜 문제를 극복했다.

지난해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 9위는 KIA(58승 11패, 0.841), 10위는 삼성(57승 13패, 0.814)이었다. 두 팀 모두 새 얼굴이 필요하다. KIA는 빠른 공을 던지는 한승혁이 더 중요한 상황을 책임질 수 있기를, 삼성은 FA 차우찬 대신 얻은 이승현이 보상 선수 대박을 터트리기를 바랄 것이다.

한화와 롯데는 공통점이 있다. 불펜 투수 영입에 많은 돈을 썼으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정우람은 구원 WPA가 1.95로 가장 높았지만, 블론 세이브가 7개로 공동 4위에 머물렀다. 한화가 마무리 투수를 자주 써서 탈이 났다면, 롯데는 너무 아껴서 문제였다. 손승락이 48경기 출전에 그쳤다. kt는 스토브리그에서 선수 수급에 실패한 채 내부 육성만 믿어야 하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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