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건우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힘든 시기에 포기하지 않고 준비했던 게 지금 좋은 보상을 받은 거 같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50인 후보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기뻤다. 메이저리거 김현수(30, 볼티모어)와 추신수(35, 텍사스)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 대체 선수 후보로 떠올랐을 때도 기대하지 않았다. KBO가 20일 '추신수는 WBC에 참가하지 못한다'고 알리며 대체 선수를 발표했을 때 말 그대로 얼떨떨했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박건우(27)는 생애 처음으로 성인 대표 팀의 부름을 받았다.

기쁜 마음 반, 부담스러운 마음 반이었다. 박건우는 "솔직히 유한준(kt) 선배, 박해민(삼성) 형, 나성범(NC) 형이 뽑힐 줄 알았다. 제가 가도 되는 자리인가 그런 생각이 컸다. 저는 50인 엔트리에 뽑힌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며 정말 영광이라고 했다.  
 
좋은 일의 연속이다. 지난해 프로 데뷔 8년 만에 빛을 봤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며 주전 외야수로 성장했다. 132경기 타율 0.335 20홈런 83타점 17도루로 맹활약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올해 태극 마크를 달고 그라운드에 나설 기회를 얻었다.

박건우는 "요즘은 얼떨떨하다. 벤치에서 1군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1군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고, 대표 팀까지 나가게 돼서 기분이 묘하다"고 속마음을 표현했다.

가족과 동료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박건우는 "매형인 (장)원준이 형이 축하한다고 연락해 주셨다. 아무래도 가족들이 가장 축하를 많이 해 줬다"고 말했다.

▲ 박건우(왼쪽)와 기쁨을 나누는 김태형 두산 감독 ⓒ 한희재 기자
친한 친구이자 먼저 대표 팀에 승선한 허경민(27, 두산)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두 선수는 2008년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이후 9년 만에 대표 팀에서 함께 뛴다. 허경민은 대표 팀에 뽑힌 두산 동료들과 지난 19일 호주로 출국해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박건우는 "(허)경민이가 연락해서 정말 축하한다고 했다. 경민이는 대표 팀에 나가 봤으니까 조금이라도 조언을 들으려고 했는데, 조언보다는 자부심이 많이 생길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민이가 잘 챙겨 주겠죠"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처음 대표 팀에 합류하지만 적응은 고민하지 않았다. 박건우를 포함해 허경민, 장원준, 이현승, 양의지, 김재호, 민병헌 등 대표 팀에 뽑힌 두산 선수들만 7명이다. 임정우(LG)와 우규민(삼성), 이대은(전 지바 롯데) 등 친분이 있는 선수들도 많다.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건우는 "기사에서 왼손 투수가 나왔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선수라고 들었다. 그런 쪽으로 맞춰야 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김태형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박건우는 "뽑히자마자 감독님께 가장 먼저 전화를 드렸다. 솔직히 감독님께서 지난 시즌 초반에 제가 못했을 때 계속 기용해 주시지 않으셨으면 이런 자리도 없었다. 특출난 선수도 아닌데, 끝까지 믿고 써 주셔서 감사하다고 꼭 말씀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먼저 호주와 괌으로 개인 훈련을 떠난 동료 선수들과 함께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박건우는 "저는 준비가 하나도 안 됐다. 23일 대표 팀 유니폼 맞추는 것부터 다 준비해야 한다. 몸은 일찍부터 시즌을 준비하려고 만들고 있었다. 당장 계획은 모르겠지만, 준비가 되면 하루 이틀이라도 먼저 (해외로)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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