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했는데 보너스 안 주시나." 손흥민(왼쪽)과 카일 워커가 경기 뒤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토트넘의 스리백에서 윙백이 핵심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그러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포백 전환과 함께 윙어를 배치하면서 대응했다. 두 감독의 전술 싸움이 치열했던 경기였다.

토트넘은 22일(한국 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시즌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토트넘은 지공 때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스리백을 쓰기 시작했다. 공격수 해리 케인 밑에 패스와 연계 플레이가 뛰어난 델리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배치하고 좁은 공간에서 공격을 펼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를 돕기 위해 두 윙백 카일 워커와 대니 로즈가 적극적으로 측면 공격에 가담해 수비의 좌우 간격을 넓게 벌린다. 케인, 알리, 에릭센이 이 공간을 활용해 골을 노린다. 윙백이 공격적으로 전진하지 못하면 토트넘의 스리백 전술은 의미가 없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토트넘의 스리백의 약점을 정확히 짚었다. 맨시티는 4-1-4-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는데 좌우 측면에 르로이 사네와 라힘 스털링이 선발로 출전했다. 개인기가 뛰어나고 주력도 좋은 선수들을 측면에 배치하면서 '맞불'을 놔 토트넘이 자랑하는 두 윙백을 누르려고 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토트넘은 전반전에 고전했다. 맨시티의 거센 공격 때문에 두 윙백 대니 로즈와 카일 워커는 평소처럼 공격에 가담하지 못했다. 토트넘의 공격이 답답했던 이유다. 윙백이 전진하지 못하자 중앙에만 집중된 토트넘의 공격은 맨시티의 압박에 막혀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전반전 슈팅 2개, 유효 슈팅 0개를 기록했다.

토트넘의 스리백은 수비에도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 맨시티는 원톱 세르히오 아구에로 아래 배치된 4명의 미드필더가 침투하면서 찬스를 만들었다. 토트넘 3명의 중앙 수비수가 아구에로를 돌아가면서 막는 것은 낭비였다. 중앙 수비수 2명이 아구에로를 막고, 미드필더에 수를 더해 맨시티 미드필더의 침투를 막는 것이 더 적절한 수비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전반 20분이 지날 쯤 다이어를 미드필더로 올리고 포백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선수 구성의 문제로 측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선발 출전한 미드필더 가운데는 측면에서 활약할 선수가 없었다. 알리와 에릭센도 종종 측면에 위치하곤 하지만 측면을 흔들 기동력은 없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손흥민을 투입했다. 토트넘은 포백 전환과 손흥민 투입으로 윙어와 측면 수비수를 두면서 측면에 배치된 선수가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공격이 살아났다.

후반 13분 알리의 만회 골은 측면 공격에서 시작됐다. 에릭센이 중앙으로 침투하자 맨시티 왼쪽 수비수 가엘 클리시가 따라가느라 오른쪽 측면에 공간이 났다. 공격에 가담한 워커가 편안한 상태에서 정확한 크로스로 알리의 골을 도왔다.


후반 32분 손흥민의 득점 역시 측면에서 시작됐다. 오른쪽에서 손흥민이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만든 공간으로 에릭센이 이동했다. 에릭센이 케인에게, 케인이 손흥민에게 간결한 패스를 연결하면서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찬스를 잡았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움직인 손흥민을 마크한 선수가 없었다. 역시 측면 공격수를 배치한 결과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날카로운 전술 분석으로 토트넘의 약점을 제대로 짚었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 역시 빠르게 전술 변화를 시도하면서 과르디올라의 전술에 대응했다. 벤치에 왜 감독이 있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명승부였다. 다만, 페널티킥을 내줄 위기에서 휘슬이 울리지 않는 운이 토트넘에 따랐던 것은 사실이다.

[영상] 만회골을 터트리는 델레 알리의 헤더 / 후반 12분, 요리스도 살리고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손흥민의 동점골 / 후반 31분 ⓒ스포티비뉴스 정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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