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 숙인 OK저축은행 선수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지난 2시즌 연속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OK저축은행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OK저축은행은 3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5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15-25, 18-25, 21-25)으로 완패하며 봄 배구 탈락을 확정했다. 4승 22패 승점 13점으로 최하위인 OK저축은행은 남은 10경기에서 모두 승점 3점을 챙겨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다.

"지금 상태면 이길 수 있는 팀이 없다." "천천히 갈 생각이다." "준비를 잘 못한 제 잘못이다." "팀이 너무 망가졌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의 답답한 마음이 묻어나온 말들이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악재의 연속이었다. 송명근과 박원빈, 강영준 등 주축 선수 3명이 지난 시즌을 마치자마자 수술대에 올랐다. 세 선수가 복귀할 때까지 공격을 책임질 대체 선수를 꾸려야 했고, 외국인 선수 선발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트라이아웃으로 뽑은 외국인 선수 롤란도 세페다(쿠바)가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대체 선수로 영입한 마르코 보이치(몬테네그로)는 팀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발목을 크게 다쳐 8주 진단을 받으면서 팀을 떠났다. 터키 리그 할크방크에 적지 않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온 모하메드 알 하치대디(모로코)는 승부처에서 결정력이 떨어졌다. 

▲ 김세진 감독 ⓒ 곽혜미 기자
시즌 초반까지는 젊은 패기로 덤비는 팀 색깔이 어느 정도 통했다. 라이트 전병선은 '백업 반란'을 일으키며 잠시나마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후 모하메드가 합류하고 송명근과 강영준, 박원빈이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OK저축은행은 후반기 반전을 꿈꿨다.

부상 악령은 다시 찾아왔다. 어렵게 복귀한 박원빈이 경기 도중 발목을 다치며 시즌 아웃 됐고, 송명근은 수술 부위를 신경 쓰며 뛰다가 몸에 무리가 왔다. 김 감독은 "없는 살림에 계속 끼워 맞추고 있다"며 "세터가 공을 믿고 올릴 공격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고비를 넘겨 줄 에이스의 빈자리가 가장 컸다. 김 감독은 "그동안 실책을 많이 해도 공격력으로 밀어붙이면서 이기는 경기를 했는데, 지금은 공격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평했다. 수비에 치중하며 상대를 물고 늘어지려 했지만, 점수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수비로만 버티기 쉽지 않았다.

악재가 겹쳤다고 하나 디펜딩 챔피언이 한순간에 무너질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김 감독 역시 "팀 세팅을 다 하고 시즌을 시작해도 힘든데,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느낀다"고 본인을 탓하면서도 무너진 팀을 보며 당혹스러워 했다.

다른 팀보다 일찍 다음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전력 강화를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뒀다. 선수 영입부터 시스템까지 다 재정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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