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3년 6개월, 정확히 1,281일 만이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29, 코리안 좀비 MMA/㈜로러스 엔터프라이즈)은 오랜 공백을 뚫고 5일(한국 시간) UFC 파이트 나이트 104 옥타곤에 올랐다.

처음엔 불안했다. 상대 데니스 버뮤데즈(30, 미국)는 168cm로 키가 크지 않은 레슬러지만, 아주 빨랐다. 원거리에서 휘두르는 라운드 훅이 위협적이었다. 틈만 나면 테이크다운을 시도해 정찬성의 리듬을 흔들었다.

정찬성은 버뮤데즈에게 정타를 여러 번 허용했다. 스텝이 유연하지 않았다. 경기 감각을 되찾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코리안 좀비는 결정력의 사나이다. 레너드 가르시아를 트위스터로, 마크 호미닉을 7초 KO로, 더스틴 포이리에를 다스 초크를 잡았다. 옥타곤에서 거둔 3승은 모두 피니시 승리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정찬성은 번쩍하는 순간 경기를 끝냈다. 왼손 잽을 뻗고 빠지려는 버뮤데즈의 턱에 오른손 어퍼컷을 터트렸다. 정확한 한 방에 버뮤데즈는 풀썩 주저앉았다.

1라운드 2분 49초 정찬성의 KO승. 1,726일 만에 거둔 짜릿한 승리. 정찬성은 옥타곤 케이지에 올라가 만세를 불렀다. 태평양 건너 한마음으로 응원한 한국 팬들과 함께 승리를 기뻐했다.

정찬성은 언더독이었다. 전문가들과 도박사들은 버뮤데즈의 우세를 점쳤다. 3년 6개월의 '링 러스트' 때문이었다. 링 러스트는 오래 경기를 뛰지 않아 실전 감각과 실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정작 정찬성은 공백을 불안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20대 초반 몸을 혹사했다. 6~7군데 수술했는데도 특별한 휴식기가 없었다. 이번 기회에 몸 상태가 좋아졌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인스타그램에 "링 러스트는 허구"라고 썼다.

▲ 정찬성은 옥타곤에 오르기 직전까지 어퍼컷을 연습하고 있었다.

옥타곤을 떠나 있어도 정찬성은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2년 동안 사회 복무 요원으로 일할 때도 매일 땀을 흘렸다. 얼른 경기를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지만 기술을 보완하며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복귀전 승리 요인 가운데 하나는 공백기에 키운 레슬링 방어 능력이었다. 2015년 코리안 좀비 MMA에 합류한 레슬러 길영복과 틈만 나면 굴렀다. 친정 팀인 코리안 탑팀에서도 그래플링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 결실이 나왔다. 실전 감각이 바로 올라오지 않았으나, 버뮤데즈의 테이크다운 시도를 세 번 모두 방어해 주도권을 넘기지 않았다. 정찬성은 경기를 앞두고 "레슬링 훈련을 많이 해 근력이 늘었다. 힘이 좋아졌다는 게 느껴진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링 러스트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정찬성도 옥타곤 인터뷰에서 "스파링과 달랐다. 이게 옥타곤인데, 이제야 실감이 난다"며 "레슬링과 스텝을 가장 많이 연습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링 러스트를 뛰어넘은 건 특별한 작전이 아니었다. 바로 단순 반복 훈련이었다. 정찬성은 마지막 어퍼컷에 대해 "항상 연습했던 것인데 거리가 가까워지자 자연스럽게 나왔다"며 겸손해했다.

어퍼컷은 지겹게 반복해 체득했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 터질 수 있었던 기본 기술이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프로 10년 동안 매일매일 해 온 것이다.

링 러스트는 허구가 아닐지 모른다. 다만 강산이 바뀔 동안 반복해 온 코리안 좀비의 기본 기술이 링 러스트를 무너뜨렸다.

반복이 힘이다. 그리고 언제나 기본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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