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의 고등학교 때 반 석차는 43등. 지금은 UFC 웰터급 세계 6위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스턴건' 김동현(35, 부산 팀 매드/㈜성안세이브)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종합격투기 선수를 꿈꿨다. 일본 종합격투기 대회 슈토(Shooto)를 보고 가슴이 쿵쾅했다. 그라운드 기술에 타격까지 가능한, 신기한 투기 스포츠에 마음을 빼앗겼다.

김동현은 파이터가 되기 위해 공부보다 유도에 열중했다. 그러다 보니 반 석차가 계속 떨어졌다.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 반에서 43등 했던 기억이 난다. 대전 충남고라는 명문 고등학교를 다녔다. 반 친구들은 다들 공부를 잘했지만 난 운동에 더 전념했다"고 돌아봤다.

주위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김동현은 용인대학교 유도학과에 진학했다. "내가 대학교를 못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용인대에 입학하면서 등수에 비해 가장 대학교 잘 간 학생으로 유명해졌다"며 웃었다.

괴짜였던 '종합격투기 키드'는 약 20년이 지나 세계적인 UFC 파이터가 됐다. 22승 1무 3패 1무효 전적을 쌓았다. UFC에서 아시아 선수 최다승 타이기록(13승)을 갖고 있다. UFC 웰터급은 선수층이 두껍기로 악명 높은 지옥의 체급이다. 평소 체중 80~90kg인 단단한 체구의 선수들 가운데서 아시아 파이터로는 유일하게 톱 15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 지치지 않고 노력한 결과다.

김동현은 지난주 발표된 랭킹에서 웰터급 6위까지 올라갔다는 소식에 뿌듯해했다. "6위는 처음이다. 너무 기쁘다. '6위를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내 위에 선수들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밝혔다. "상위 랭커나 하위 랭커들도 무시무시했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올라왔다. 더 높은 것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도전의 기회"라고 힘줘 말했다.

김동현은 딱 세 번 졌다. 카를로스 콘딧, 데미안 마이아, 타이론 우들리 등 강자들에게 패배를 기록했다. 타이틀 도전권을 향해 막 치고 올라갈 때 마신 쓴잔이라 아쉬운 마음이 컸다.

김동현은 이번이 6위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UFC 웰터급 6위까지 왔다. 선수 생활을 마흔을 넘어서까지 하고 싶지 않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마무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그래서 이번을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1~2년 동안 내가 꿈꿔 왔던 스타일로 경기하고 싶다. 그리고 멋지게 은퇴하겠다. 마지막 도전을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전했다. "얼마 전에 크게 공감하는 말을 들었다.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결실을 맺는다'는 말이 있다. 빨리 뭔가를 이루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지는 경우가 있다. 무리하다가 지치는 경우를 봤다. 꿈을 이룰 때까지, 결실을 맺을 때까지 일직선으로 갈 수 없다. 비바람을 버텨야 한다. 후배들이 그걸 알아 주길 바란다."

▲ 김동현은 어렸을 적 꿈이 개그맨이었다. 김동현만의 '개그 코드'가 있다.

아래는 김동현과 일문일답.

- UFC 207 후 벌써 한 달 지났다. 타렉 사피딘 경기 승리 후 어떻게 보냈나?

"아는 분은 다 알지만 대전에 동전 노래방과 VR 체험관을 열었다. 그 일 외에는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경기 끝났다고 놀지 않는다. 운동하고 남는 시간에 업무를 본다.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 파이터와 사업가를 병행하는 건가?

"사업에 큰 뜻이 있는 건 아니다. 운동이 주(主)다. 부모님과 같이할 수 있고 운동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이 사업을 택했다."

- 기쁜 소식이 나왔다. UFC 웰터급 랭킹 6위까지 올랐다. 역대 최고 순위인데 기분이 어떤가?

"6위는 처음이다. 너무 기쁘다. '6위를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내 위에 선수들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예전에 7~9위 할 때는 솔직히 아니었다. 상위 랭커나 하위 랭커들도 무시무시했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올라왔다. 더 높은 것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도전의 기회다."

- 갑작스럽지만, 학창 시절에 공부로 제일 높았던 등수는?

"고등학교 때 반에서 43등 했던 기억이 난다. 대전 충남고라는 명문 고등학교를 다녔다. 반 친구들은 다들 공부를 잘했지만 난 운동에 더 전념했다. 내가 대학교를 못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용인대학교 유도학과에 입학하면서 등수에 비해 가장 대학교 잘 간 학생으로 유명해졌다.(웃음)"

- 다음 경기를 언제쯤으로 예상하는가?

"올해는 아시아에서 대회를 많이 연다고 한다. 오는 6월 싱가포르 대회 가능성이 있다. 일본 대회도 열릴 수 있다고 들었다. 내가 시차 적응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아시아에서 싸우면 더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할 수 있다. 나이가 있다 보니 부상이 꽤 많다. 일일이 다 밝힌 순 없다. 이젠 100% 몸 상태로 싸울 수 없다. 최대한 감수하면서 옥타곤에 오른다. 감량도 자주 하면 내구성이 많이 떨어진다. 회복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경기를 준비하는 격렬한 운동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몸을 회복한 뒤 초여름 출전을 예상하고 있다."

- 데미안 마이아가 지난달 한국에 와서 김동현 선수와 재대결을 꺼리면서 타이틀전을 기다리겠다고 하더라.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난 당연히 순위가 높고, 더군다나 싱겁게 끝난 경기의 상대와 다시 붙고 싶다. 하지만 마이아는 강한 선수를 많이 이겼기 때문에 타이틀 도전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마이아가 챔피언 되고 나면 내가 도전자가 돼서 싸우는 그림을 그리겠다."

- 호르헤 마스비달은 2015년 11월에 서울 대회에 붙기로 했던 선수다. 이번에 도널드 세로니를 이기고 랭킹 5위로 올랐다.

"마스비달은 잘할 거라고 예상했다. 심장이 강한 '상남자' 스타일의 싸움꾼이라고 봤다. 주눅 들지 않아서 적진에서도 잘할 수 있는 파이터라고 평가한다. 2015년, 그때는 만날 타이밍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제 조만간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 붙었던 거보다 지금 붙는 게 더 좋은 상황이다. 물론 이길 자신 있다. 타격으로 이길 자신 있다.(웃음)"

- 다음에 바로 붙어도 좋은가?

"난 좋다. 마스비달은 나보다 랭킹이 높고 상승세기 때문에 이런 선수를 이기면 좋다."

- 2위 로비 라울러, 4위 카를로스 콘딧, 5위 호르헤 마스비달 가운데 싸우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마스비달이 괜찮다. 라울러나 콘딧은 분위기가 주춤하다. 곧 랭킹에서 하향세를 그릴 것 같은 느낌이 있다."

▲ 김동현은 마흔 살이 되기 전 은퇴를 생각한다. 이번이 타이틀까지 도전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이 있다. 혹시 카마루 우스만이라고 아는가? 김동현을 꺾고 마이아에게 가겠다고 도전장을 던졌다. 전혀 모르는 선수인가?

"전혀 모른다. 너 누구니?(웃음)"

- 도전을 받아 줄 가치도 없는 건가?

"누군지를 모르니까 우선 누군지 봐야겠다. 내가 모른다는 거는 15위 안에 없는 선수라는 의미다."

- 이번에 랭킹에 들어왔다. 14위에 올랐다.

"아. 좀 하는구나. 그러면 타렉 사피딘 이기고 오면 되겠다.(웃음)"

- 지난해 11월 싸우기로 했던 거너 넬슨은 어떤가?

"지난번에 했어야 하는데 넬슨이 다쳐서 경기 못 했다. 난 한 번 더 이겨서 올라왔다. 넬슨은 10위권 선수를 한 번 더 이겨야 싸울 조건이 된다."

- 최두호가 오는 12일 먼저 결혼한다. 노총각인데 마음이 궁금하다.

"너무 부럽다. 어머니가 날 스무 살 때 낳으셨다. 나도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다. 최두호는 그걸 이뤄서 부럽다. 이러려고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했나 싶다. 시간을 돌리고 싶다. 어느덧 돌아보니까 37살이다. 심각하구나,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급해졌다."

- 마흔 전에는 가겠지?

"지난해까지는 일부러 찾지는 않았다. 36살은 30대 중반인데, 37살은 30대 후반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올해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 운동만 하니까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해야 하나 싶다."

- UFC 파이터들의 맏형 위치에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얼마 전에 크게 공감하는 말을 들었다.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결실을 맺는다'는 말이 있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 김동현 선수도 지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매일매일 운동하고 사는 게 너무 행복하다. 난 한 번도 지친 적이 없다. 후배들이 빨리 뭔가를 이루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지는 경우가 있다. 무리하다가 지치는 경우를 봤다. 꿈을 이룰 때까지, 결실을 맺을 때까지 일직선으로 갈 수 없다. 비바람을 버텨야 한다. 후배들이 그걸 알고 가 주길 바란다."

- 팬들에게 메시지.

"UFC 웰터급 6위까지 왔다. 선수 생활을 마흔을 넘어서까지 하고 싶지 않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마무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다. 1~2년 동안 내가 꿈꿔 왔던 스타일로 경기하고 싶다. 그리고 멋지게 은퇴하겠다. 마지막 도전을 응원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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