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메인 데 란다미가 홀리 홈을 꺾고 UFC 초대 여성 페더급 왕좌에 올랐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저메인 데 란다미(32, 네덜란드)가 UFC 초대 여성 페더급 왕좌에 올랐다.

데 란다미는 12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센터에서 열린 UFC 208 메인이벤트 전 여성 밴텀급 챔피언 홀리 홈(35, 미국)과 UFC 여성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5라운드 종료 3-0(48-47, 48-47, 48-47)으로 판정승했다.

데 란다미는 난전을 유도하는 홈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경기 내내 침착한 경기 운용과 리치 우위를 앞세운 타격으로 영리하게 이겼다. 

5라운드가 끝났을 때 공격 시도(157-93), 유효 타(76-45) 모두 홈에게 앞섰다.

홈은 세계 복싱 챔피언 출신의 사우스포 아웃 파이터, 데 란다미는 입식타격기 전적 37전 37승의 네덜란드 킥복서다. 둘 다 테이크다운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선 채로 타격전을 이어 갔다.

홈은 펀치 연타를 휘두르면서 거세게 돌진했다. 로우지를 꺾었던 헤드킥을 섞어 데 란다미를 압박했다. 타격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데 란다미의 대응이 완벽했다. 홈이 콤비네이션 공격을 시도할 때 타이밍을 재다가 오른손 카운터 펀치를 홈의 얼굴에 연거푸 꽂았다. 홈의 공격은 시도 횟수에 비해 효과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데 란다미의 침착한 대응에 흐름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데 란다미의 카운터 펀치가 데란다미의 유효타가 홈의 얼굴에 쌓여져 갔다

게다가 데 란다미의 공격이 2라운드와 3라운드에 종료 공이 울린 뒤 연달아 적중했지만 심판은 연속 동작으로 보고 감점을 선언하지 않았다.

데 란다미는 크리스 사이보그와 타이틀 방어전을 치른다. UFC는 이날 사이보그가 미국반도핑기구(USADA)로부터 약물 치료용 사용 면책(TUE, 금지 약물을 치료 목적으로 쓸 경우 복용 허락)을 받아 출전 징계를 받지 않고 타이틀에 도전한다고 발표했다.

데 란다미는 손 수술이 필요하다면서 "사이보그와 대결은 재활하고 난 뒤 하겠다"고 밝혔다.

전 여성 밴텀급 챔피언 홈은 역대 네 번째(랜디 커투어, BJ 펜, 코너 맥그리거) 두 체급 동시 석권을 노렸지만 무산됐다. 미샤 테이트, 발렌티나 셰브첸코전에 이어 3연패에 빠졌다.

▲ 앤더슨 실바(왼쪽)는 뉴욕 관중의 뜨거운 환호를 등에 업고 4년 4개월 만에 승리했다.

앤더슨 실바 4년 4개월 만에 승리…감격의 눈물

미들급 7위 앤더슨 실바(41, 브라질)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미들급 타이틀 10차 방어에 성공한 전설이다. UFC 타이틀 최장 방어 기록. 그러나 2013년부터 승리가 없다. 최근 5경기 전적 4패 1무효다. 간절하게 바라던 마이클 비스핑과 재대결을 위해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미들급에 떠오르는 파이터 랭킹 8위 데릭 브런슨(33, 미국)은 만만치 않았다. 체력 우위를 앞세워 실바에게 맞섰다. 적극적으로 태클을 시도해 실바의 원거리 잽과 발차기를 차단했다. 실바가 공격 강도를 높이면 클린치로 막았다.

하지만 실바는 UFC에서 잔뼈가 굵은 파이터.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전진하고 또 전진했다. 특유의 앞차기로 브런슨의 가드를 뚫었다. 3라운드에선 힘을 쥐어 짜 브런슨과 클린치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공격 빈도를 줄이지 않으면서 점수를 쌓아 3-0(30-27, 29-28, 29-28)으로 판정승 했다. 

2012년 10월 스테판 보너전 이후 4년 4개월 만에 승리. 실바는 "팀 동료들과 가족, 모두에게 고맙다. 젊은 선수들이 나보다 빠르고 강하지만 난 팬들을 위해 싸운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커리어 34번째 승리다.

미들급에서 새 얼굴로 주목을 끌어 온 브런슨은 2연패에 빠져 숨고르기에 들어 갔다. 지난해 11월 로버트 휘태커와 경기에서 TKO패에 이어 이날 실바를 넘지 못했다.

▲ 호나우두 자카레 소우자(오른쪽)는 1라운드 만에 경기를 끝냈다.

돌진형 악어…자카레 팀 보우치에게 완승

세계 주짓수 챔피언 호나우두 자카레 소우자(37, 브라질)는 압박과 태클의 귀재다. 자카레는 포르투갈어로 '악어'라는 뜻. 랭킹 13위 팀 보우치를 맞아서도 여느 때와 똑같이 악어처럼 케이지를 성큼성큼 걷다가 호시탐탐 태클 기회를 엿봤다.

자카레는 1라운드를 넘기지 않았다. 첫 테이크다운 뒤 압박 강도를 높이다가 보우치가 펜스를 등지도록 몰아 놓어 태클을 성공했다. WWE 프로 레슬링 골드버그의 피니시 기술 스피어 같았다. 강한 위력에 보우치가 쓰러지자 지체하지 않고 기무라를 걸어 경기를 끝냈다. 2015년 요엘 로메로에게 진 뒤 2연승으로 반등했다. 통산 24번째 승리(4패).

자카레는 졌다면 타이틀 경쟁에서 떨어질 수 있을 만한 위험 부담 있는 경기에서 완승을 거둬 진가를 증명했다. 마이크를 잡고 "타이틀 도전권을 달라"고 외쳤다. 8경기를 내리 이길 동안에도 타이틀 도전권을 받지 못한 가운데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의 휴식 선언에 잔뜩 뿔이 나 있다.

▲ 글로버 테세이라는 레슬링 전략을 들고 나와 값진 승리를 얻었다.

앤서니 존슨의 가르침?…테세이라 그라운드로 승리

라이트헤비급 3위 글로버 테세이라(37, 브라질)는 지난 경기를 잊지 못한다. 지난해 8월 앤서니 존슨과 경기에서 13초 만에 졌다. 과감하게 주먹을 휘두르면서 들어가다가 존슨의 어퍼컷에 맞고 실신했다. 선수 경력 15년 만에 KO패였다.

이번 상대는 헤비급에서 내려온 '킬러 고릴라' 자레드 캐노니어(32, 미국). 9승 가운데 피니시가 7회일 정도로 존슨과 비슷한 타격가.

주짓수 검은 띠 테세이라는 존슨과 경기를 떠올렸을 때 타격전에 말려들 이유가 없었다.

테세이라는 전진을 아끼고 그라운드로 경기를 풀었다. 첫 테이크다운 성공으로 1라운드 내내 캐노니어를 깔아뭉갰다. 2라운드와 3라운드 역시 테이크다운 하나 만으로 가져갔다. 4점 차 압도적으로 3-0(30-26, 30-26, 30-26) 판정승을 챙겼다.

3연승하다가 존슨에게 덜미를 잡혔던 테세이라는 캐노니어를 잡고 타이틀을 향해 다시 시동을 걸었다. "존슨과 경기를 교훈 삼아 테이크다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고 인터뷰했다.

캐노니어는 주먹을 휘두르지도 못하고 15분 내내 테세이라 아래에서 아등바등 대다가 쓴잔을 마셨다. "쉬운 상대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주짓수 대가' 테세이라는 바라던 상대가 아니었다.

▲ 더스틴 포이리에(왼쪽)는 저돌적인 공격성을 앞세워 짐 밀러를 꺾었다.

포이리에 15분 난타전 끝에 짐 밀러에게 판정승

미국 언론은 라이트급 10위 더스틴 포이리에(28, 미국)와 짐 밀러(30, 미국)의 라이트급 대결을 두고 지난해를 끝으로 UFC를 떠난 조 실바 매치 메이커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둘 다 방어를 모르는 화끈한 타격가. 포이리에는 옥타곤에서 피니시 승리가 9회로 UFC 라이트급 역사상 두 번째로 많다. 밀러는 보너스 5만 달러를 8번 챙긴 '보너스 사냥꾼'이다.

예상대로 두 선수는 후진 기어가 빠진 자동차 같았다. 머릿속에 방어를 넣어 두지 않고 오로지 공격만 그렸다. 1라운드부터 가드를 열고 서로 뒤질새라 주먹을 휘두르면서 전진했다. 1라운드에서만 합쳐서 58회 공격을 주고받았다. 2라운드에선 더 불꽃이 튀었다. 포이리에가 유효타 48회, 밀러가 41회를 기록했다. 정확도 높은 공격을 쌓아 간 포이리에에게 경기가 조금씩 기울어져 갔다.

밀러는 2라운드 동안 머리에 66번 맞으면서도 발을 빼지 않았다. 맷집을 앞세워 계속 전진했다. 3라운드에선 기습적인 로킥을 연거푸 적중해 포이리에를 흔들었으나 마무리가 부족했다.

3라운드가 끝났을 때 포이리에의 타격이 122회 가운데 97회 적중, 밀러는 83회 주먹과 발을 휘둘러 71회 적중했다. 엄청난 타격전.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를 예약했다.

심판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포이리에의 타격 정확도에 더 높은 평가를 내렸다. 2-0 판정승.

4연승하다가 지난해 9월 마이클 존슨에게 1라운드 TKO패로 쓴잔을 마셨던 포이리에는 반등에 성공했다. 통산 전적 20승 5패, UFC 승리는 13승으로 쌓았다.

밀러는 3연승이 끊겼다. 28승 9패가 됐다. 라이트급 랭킹 재진입을 다음으로 기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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