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은 2015~2016시즌 민소매 유니폼을 입었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약 25분 동안 진전 없는 실랑이가 이어졌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과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서로 목소리를 높였고, 경기 감독관과 심판진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흘려보냈다.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은 1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시즌 NH 농협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대한항공이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챙겼지만, 두 팀 모두 찝찝한 경기를 했다.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이 푸른색 원정 유니폼이 아닌 빨간색 홈 유니폼을 챙긴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한국전력은 급하게 파란색 유니폼을 가져왔고, 1세트 1-4에서 경기 감독관의 허락을 받은 뒤 강민웅을 투입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거 같던 문제가 커졌다. 한국전력이 7-6으로 흐름을 뒤집은 가운데 박기원 감독은 강민웅과 한국전력 다른 선수들의 유니폼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강민웅은 민소매, 나머니 선수들은 반팔이었다. 자세히 보면 디자인도 달랐다. 강민웅의 유니폼만 오른쪽 가슴 위에 KOVO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KOVO 규정 제 47조 1항에 따르면 '각 팀은 대회 40일 전까지 KOVO에 제출해 승인 받고 제작된 유니폼만 입을 수 있고, 시즌 도중 등록된 것과 다른 유니폼을 착용할 경우 1주일 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제 48조 1항에는 '한 팀의 모든 선수는(리베로 제외) 같은 색과 디자인의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강민웅이 입은 민소매 유니폼은 두 가지 규정에 모두 위배된다.

▲ 한국전력은 2016~2017시즌 반팔 유니폼을 입고 있다. ⓒ 한희재 기자
미숙한 경기 운영이 일을 키웠다. 운영진은 박기원 감독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야 규정을 찾기 시작했고, 12-14에서 경기를 중단했다. 그리고 한국전력만 강민웅 투입 시점으로 되돌려 1-14에서 경기를 다시 진행했다. 

KOVO 관계자는 15일 스포티비뉴스와 통화에서 "강민웅은 부정 선수로 분류된 게 아니다. 유니폼을 잘못 입었을 때 부정 선수가 된다는 규칙이 FIVB(국제배구연맹)나 어디에도 없다. 사례도 없다. 처음 나온 사례라 기존 사례에 준해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뛸 수 없는 선수가 뛰었으니까 로테이션 폴트나 불법적인 선수 교대로 보고 점수를 강민웅 교체 시점으로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유독 유니폼으로 애를 먹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1월 13일 우리카드와 원정 경기에 나서면서 푸른색 원정 유니폼을 입었다. 우리카드의 홈 유니폼이 푸른색이라 붉은색 홈팀 유니폼을 챙겨야 하는 사실을 잊은 탓이었다. 한국전력은 경기를 마치고 벌금을 물었다.

3개월이 흘러 한국전력은 다시 한번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 홈팀은 흰색, 원정 팀은 색깔 있는 유니폼을 입는 야구와 달리 배구는 홈·원정 경기 유니폼을 일관되게 입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헷갈리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연맹은 이 문제는 구단의 부주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KOVO 관계자는 "시즌 전에 모든 경기 일정에 맞춰 팀별로 경기마다 어떤 색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지 공문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였다.

KOVO는 16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미숙하게 경기를 운영한 관계자들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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