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2017시즌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하뉴 유즈루가 등장하자 일장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일본 팬들 ⓒ 강릉,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이 열리는 강원도 강릉시는 일본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자신들의 국민적 스포츠 영웅인 하뉴 유즈루(22, 일본)를 응원하기 위해 몰려든 일본 팬들은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일장기로 물들였다.

2016~2017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가 16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번 대회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열리는 테스트 이벤트다. 이 대회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 관중석은 일본 팬들이 점령했다.

대회 관계자는 "대략 4천명의 일본 팬들이 강릉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뉴만을 응원하기 위해 내한한 것이 아니다. 대회 첫날부터 여자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등 각 종목에 출전한 일본 선수들을 뜨겁게 응원하고 있다. 40대에서 50대 중년 여성들이 대부분인  일본 팬들은 자국 선수뿐 아니라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피겨스케이팅을 즐기고 있다.

이들의 열기가 정점에 이른 17일 열린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일본 선수들이 경기할 일장기를 흔들며 환호를 보냈다.

취재진이 활동하는 미디어 센터에는 일본 기자들이 가장 많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강릉을 찾은 일본 매체는 30여개로 밝혀졌다. 대회 관계자는 "일본에서 온 사진기자와 방송 취재진과 스태프, 피겨스케이팅 관계자, 신문 기자 등을 모두 합치면 100여 명이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가 끝난 뒤 가장 많이 들린 언어는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였다.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기자회견에 참석한 선수는 1위 네이선 첸(17, 미국)과 2위 우노 쇼마(20) 그리고 3위 하뉴 유즈루(22, 이상 일본)였다. 취재진의 질문은 하뉴에게 집중됐다. 질문을 한 대부분의 기자도 일본인들이었다.

▲ 2016~2017시즌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른 네이선 첸(미국, 가운데)과 하뉴 유즈루(오른쪽) 우노 쇼마 ⓒ 강릉, 스포티비뉴스

일본의 피겨스케이팅 열기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현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선수는 단연 하뉴다. 주니어 시절부터 큰 인기를 누렸던 그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후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일본 피겨스케이팅의 인기를 끌던 이는 아사다 마오(27)였다. 그의 전성기가 지난 이후 바톤을 이어받은 이가 하뉴다.

하뉴가 일본에서 누리는 인기는 한국에서 김연아의 위상과 비슷하다. 일본의 인기 스포츠 선수 순위가 발표될 때 그는 테니스의 니시코리 게이(27)와 꾸준하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일본의 관심은 하뉴의 올림픽 2연패에 쏠려 있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올림픽 연속 우승에 성공한 이는 길리스 그래프스트롬(1920년, 1924년, 1928년)과 칼 쉐퍼(오스트리아, 1932년, 1936년) 딕 버튼(미국, 1948년, 1952년) 등 3명밖에 없다.

이들은 모두 지금보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층이 두껍지 못했던 초창기에 올림픽에서 연속 우승했다. 하뉴는 66년 만에 남자 싱글 올림픽 2연패라는 업적에 도전한다.

▲ 2016~2017 시즌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하뉴 유즈루 ⓒ GettyImages

이런 이유 때문에 일본 취재진은 하뉴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한다. 하뉴는 지난해 12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이후 한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랑프리 파이널이 끝나고 열린 전일본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도 불참했다. 그동안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세계선수권대회에 집중했던 그는 모처럼 이 대회 출전을 결심했다.

이유는 내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하뉴가 출전하는 경기고 가까운 한국에서 4대륙선수권대회가 열리자 일본인들은 강릉을 찾았다.

일본의 피겨스케이팅 열기도 주목할 내용이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피겨스케이팅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다. 피겨스케이팅은 일본 인기 스포츠 순위에서 꾸준하게 10위 안에 든다. 일본의 피겨스케이팅 열기에 불씨를 지핀 이는 이토 미도리(48)다. 그는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며 피겨스케이팅의 인기를 높였다. 이토 이후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아라카와 시즈카(36)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 나온 올림픽 금메달이다.

아라카와 이후 아사다가 등장하면서 일본의 피겨스케이팅 열기는 지속됐다. 아라카와는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 해설가로 한국을 방문했다.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은메달리스트인 다카하시 다이스케(31)도 남자 싱글 해설가로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찾았다.

ISU를 후원하는 스폰서 대부분도 일본 기업이다. 일본이 피겨스케이팅에 얼만큼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지가 이 분야에서 나타난다.

▲ 2016~2017시즌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일본 팬들 ⓒ 강릉, 스포티비뉴스

올림픽 메달 후보가 없는 한국…이미 예고된 현실

일본은 여자 싱글 일인자인 미야하라 사토코(19)를 제외한 대부분의 톱 선수들이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반면 한국은 국내 대회에서 상위권을 점령하는 어린 선수들이 나이 때문에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김연아가 은퇴한 이후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어려움에 빠졌다.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선전할 선수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 포스터를 장식한 선수는 박소연(20, 단국대)이다. 그는 김연아 이후 가장 꾸준하게 국제 대회에서 선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서울 공릉동 태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스텝 훈련을 하는 도중 발목을 다쳤다.

수술을 받은 박소연은 지난달 열린 종합선수권대회, 동계체전 그리고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와 동계 아시안게임 출전을 포기했다. 올해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1, 2위를 차지한 이는 14살의 임은수(한강중)와 김예림(도장중)이다. 이들은 어린 나이 때문에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희망인 차준환(16, 휘문중)도 어린 나이로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이 상위권에 올라 있는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현실이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나타났다.

▲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하뉴가 경기를 마치자 강릉 아이스아레나 링크는 일본 팬들이 던진 곰돌이 푸우 인형으로 가득 찼다 ⓒ 강릉, 스포티비뉴스

4대륙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선전한 한국 선수는 여자 싱글의 최다빈(17, 수리고)과 남자 싱글의 이시형(17, 판곡고)밖에 없다. 평창 동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인 4대륙선수권대회는 일본의 잔치가 돼 버렸다.

남자 싱글에서 하뉴가 경기를 마치자 관중석을 점령한 일본 팬들은 곰돌이 푸우 인형을 링크에 던졌다. 곰돌이 푸우를 좋아하는 하뉴를 위한 선물은 링크에 가득 찼고 이를 치우기 위한 시간도 꽤 소요됐다.

한국과 일본의 피겨스케이팅 저변과 열기의 현실은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역력하게 나타났다. 4대륙선수권대회를 찾은 일부 일본 팬들은 벌써 내년 올림픽 숙소를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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