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2017 시즌 ISU 4대륙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하는 최다빈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기대주 최다빈(17, 수리고)이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자존심을 살렸다. 그는 일장기가 물결치던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태극기 물결로 바꿨다.

최다빈은 18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2.84점 예술점수(PCS) 57.95점을 더한 120.79점을 받았다. 최다빈은 종전 프리스케이팅 개인 최고 점수인 116.92점(2016년 4대륙선수권대회)을 넘어섰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61.62점과 합친 총점 182.41점을 기록한 최다빈은 종전 총점 개인 최고 점수 173.71점(2016년 4대륙선수권대회)도 경신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개인 최고 점수를 받으며 8위에 오른 그는 이번 대회 5위를 차지하며 4대륙선수권대회 개인 최고 성적을 냈다.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김연아는 2009년 금메달을 땄다. 김나영(27)은 2008년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다. 박소연(20, 단국대)은 지난해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다빈은 김나영, 박소연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 경기에 실패했다. 프로그램 초반에 배치된 점프에서 실수가 나왔지만 후반부에서 이를 만회했다.

▲ 2016~2017 시즌 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하고 있는 최다빈 ⓒ Gettyimages

3+2+2 점프를 3+3+2 점프로 바꿔 뛰는 대범한 플레이

최다빈은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실수했다.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의 착지가 약간 흔들리며 후속 점프를 시도하지 못했다. 이어진 트리플 플립은 깨끗하게 뛰었지만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후속 점프가 회전수 부족으로 언더로테 판정이 지적됐다.

최다빈은 프로그램 초반 중요한 2개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실수했다. 출발은 좋지 못했지만 후반부에 발휘한 집중력은 뛰어났다. 최다빈은 트리플 루프에 성공했다.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가운데 두 번째 점프를 3회전으로 시도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더블 토루프 점프를 시도하며 초반 실수를 이겨 냈다. 두 번째 점프가 언더 로테 판정을 받았지만 초반 점프 실수를 만회하는 방법을 보여 줬다. 이어진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와 더블 악셀도 실수 없이 해냈다.

플라잉 카멜 스핀과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 그리고 레이백 스핀은 모두 최고 등급인 레벨 4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초반에 배치된 점프에서 실수가 나왔지만 최다빈은 프리스케이팅 개인 최고 점수인 120.79점을 받았다.

최다빈은 이번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 총점에서 모두 개인 최고 점수를 갈아 치웠다.

▲ 4대륙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키스 앤드 크라이 존에서 관중들의 갈채에 답례하는 최다빈 ⓒ Gettyimages

박소연-김나현 공백 이겨 내며 韓 피겨스케이팅 자존심 살려

올 시즌 ISU 그랑프리 대회에 2번 출전한 그는 7위(스케이트 캐나다)와 9위(NHK 트로피)에 그쳤다. 지난달 열린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181.48점을 받으며 선전했다. 그러나 '동갑내기 라이벌' 김나현(17, 과천고, 181.78)에게 0.3점이 뒤져 다음 달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 실패했다.

종합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최다빈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제 98회 전국동계체육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고등부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에서 그는 여자 싱글을 통틀어 최고 점수인 187.98점을 받았다. 최다빈은 체전의 상승세를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이어 갔다.

최다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쇼트프로그램 곡을 바꾸며 변신에 도전했다. 올 시즌 그의 쇼트프로그램 곡은 '맘보'였다. 그러나 러시아 안무가의 조언으로 쇼트프로그램 곡을 영화 '라라랜드'의 OST 곡으로 바꿨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최다빈은 한층 성숙하며 다양한 표현력을 펼쳤다. 기술 점수와 비교해 예술 점수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그는 올 시즌 프로그램 구성 점수(PCS)를 높였다.

점프 성공률도 한결 향상됐다. 경기를 마친 최다빈은 "많이 긴장했는데 실수가 초반에 있었지만 후반에 만회할 수 있어서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첫 점프가 가장 어려운 기술이다. 그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 실수가 나왔지만 당황하지 않고 다음 점프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다빈은 국내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고 경기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안방에서 갈채를 받고 경기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그동안 강릉 아이스아레나 관중석은 일본 팬들이 점령했다. 관중석은 일장기로 물결을 쳤지만 최다빈은 이를 태극기로 바꿔 놓았다.

▲ 2016~2017 시즌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 점수를 받은 최다빈 ⓒ Gettyimages

이번 대회에서 최다빈에게 자신감은 물론 보완할 점도 나타났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없었다면 4위도 노려볼 만했다. 최다빈은 "이번 경기처럼 긴장을 했을 때 잘 풀어 가는 법을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큰 대회에서 위축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점이 중요하다. 최다빈은 많은 관중이 모인 프리스케이팅에서 긴장했다고 밝혔다. 긴장을 이겨 내는 강한 정신력은 물론 몇몇 점프에서 나온 회전수 부족도 최다빈이 보완할 과제다.

최다빈은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선전했다.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진서(21, 한체대)와 이준형(21, 단국대)은 실수가 나오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대를 모은 김나현은 악화된 부상으로 프리스케이팅을 기권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다빈의 선전은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한 줄기 빛이었다.

박소연과 김나현 등이 부상하면서 최다빈의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출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다빈은 "엔트리가 결정돼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만 가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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