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한국의 천영석 코치가 우승 컵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편집국장]한국은 1958년 제 3회 도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탁구 종목에 출전해 여자 단체전에서 2위, 여자 단식에서 조경자가 동메달, 여자 복식에서 위쌍숙-최경자 조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단체전에서는 한국이 7개 출전국 가운데 필리핀과 공동 꼴찌를 했다. 월남(남베트남)이 일본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한 게 눈길을 끈다. 남베트남은 1959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전에서 중국과 공동 동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어 1962년 제 4회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남자 단체전과 이정희-황율자 조의 여자 복식에서 은메달,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단체전은 국제 대회 출전 사상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2편에서 계속>   
 
탁구인들은 1966년 방콕에서 열린 제 5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거둔 성적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일본 탁구는 1960년대에 접어들며 세계 무대에서는 서서히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지만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독무대였다. 이런 가운데 제 5회 아시아경기대회 탁구는 남자 단식에서 김충용이 금메달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로 한국이 종합 2위를 하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김충용은 금메달 숫자에서 태국에 11-12로 뒤져 있는 가운데 극적으로 금메달을 한국 선수단에 안겼다. 한국은 개최국 태국과 금메달은 12개로 같았으나 은메달에서 18-14, 동메달에서 21-11로 앞섰다. 마지막 순간에 종합 2위를 탁구 때문에 한국에 넘겨 준 태국은 얼마나 화가 났던지 한국으로부터 떠안은 1970년 제 7회 대회 때 탁구를 정식 종목에서 뺏다는 뒷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김충용의 금메달은 한 편의 드라마다. 김충용은 준결승에서 기무라 고지를 세트스코어 3-2(12-21 21-18 13-21 21-19 21-18), 결승전에서 하세가와 노부히코를 세트스코어 3-2(12-21 23-21 21-17 11-21 21-16)로 각각 물리쳤다. 하세가와 노부히코는 이듬해인 1967년 스톡홀름(스웨덴)에서 열린 제 29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식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일본으로서는 충격이었고 한국으로서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쾌거였다.  

1973년 한국 스포츠를 화려하게 장식한 건 여자 탁구였다. 1967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체코슬로바키아) 준우승에 농구에 이어 한국은 여성을 앞세워 세계 무대에 다시 한번 '스포츠 코리아'를 알렸다. 1973년 제 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4월 5일부터 15일까지 유고슬라비아의 사라예보에서 60개국이 출전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은 김창원 대한탁구협회 회장을 단장으로 총감독 이경호, 남자 코치 김창제, 여자 코치 천영석으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하고 남자 선수로는 홍종현 최승국 김은태 강문수 이상국을, 여자 선수로는 정현숙 이에리사 박미라 나인숙 김순옥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 197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우승 주역 이에리사(오른쪽)의 경기 장면. ⓒ대한체육회


대회를 4개월여 앞두고 전지훈련을 겸해 출전한 1972년 스웨덴 오픈에서 한국은 여자 단식의 이에리사, 여자 복식의 이에리사-박미라 조가 우승해 세계선수권대회 호성적을 예고했다. 유럽의 탁구 강국 스웨덴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경기력 수준이 세계선수권대회에 버금간다.     

여자 단체전은 예선 리그를 펼친 뒤 예선 A, B조를 통과한 4개국이 예선 전적을 안고 돌려 붙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선 리그 B조에 속한 한국은 이에리사와 정현숙을 단식, 이에리사와 박미라를 복식에 기용한 전략으로 스웨덴과 유고슬라비아, 서독을 잇따라 3-0으로 완파한 뒤 중국과 일전을 벌이게 됐다. 

한국은 1, 2번 단식에서 이에리사와 정현숙이 중국의 정후아잉과 후유란을 각각 2-1로 꺾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은 3번 복식에서 이에리사-박미라 조가 중국의 정후아잉-장리 조에게 0-2로 졌으나 4번 단식에서 이에리사가 이 대회 단식 챔피언인 후유란을 2-0(21-15 21-18)으로 눌러 우승으로 가는 최대 고비를 넘었다. 

결승 리그에서 한국은 헝가리와 일본을 각각 3-1로 물리치고 예선 리그를 포함해 8전 전승으로 세계 여자 탁구 정상에 올랐다. 1956년 제 23회 도쿄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후 17년 만에 거둔 값진 성과였다. 아 대회에서 한국은 여자 단체전 우승 외에 여자 단식에서 박미라가 3위를 차지했다.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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