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데릭 루이스(32, 미국)는 트래비스 브라운의 앞차기가 창처럼 배를 찌르자 고통스러워했다. 인상을 찌푸렸고 양손으로 배를 부여잡았다.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1라운드를 정신력으로 버텼다. 숨을 고르고 2라운드에 역습을 시작했다. 결국 무자비한 펀치 러시로 판세를 뒤집고 브라운을 쓰러뜨렸다. 20일(한국 시간) UFC 파이트 나이트 105 메인이벤트의 주인공은 대역전 드라마를 쓴 '검은 야수'였다.

6연승을 달린 루이스는 백스테이지에서도 주목받았다. 모조 챔피언벨트를 준비해 들고 다녔다.

기자회견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1라운드 위기 상황에 대해 "가스가 새지 않게 배를 잡고 호흡을 계속했다. 전국에 생중계 되는 TV 방송에서 똥을 지릴 순 없지 않은가. 만약 그랬으면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겠지. 악플이 엄청 달렸을 것"이라며 농을 섞었다.

패기도 있었다. 폭스스포츠와 인터뷰에선 싸우고 싶은 상대로 마크 헌트를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헌트는 나가서 싸울 뿐이다. 지루한 경기는 절대 없다. 헌트는 날 붙잡고 늘어지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는 것처럼, 헌트도 내게 다가와 펀치를 휘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 데릭 루이스는 경기에서 배를 잡아 대형 사고를 막았다고 주장한다.

옥타곤에선 힘과 투지, 맷집이 돋보였다. 옥타곤 밖에선 툭툭 던지는 말이 매력적이다. 몇몇 국내 팬들은 "예전 밥 샙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말을 정제하지 않고 막 하다 보니 선을 넘기도 했다. 옥타곤 인터뷰에서 가정 폭력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 있는 브라운을 공격했고, 그의 연인 론다 로우지를 '예쁜이(fine ass)'라고 불렀다.

"브라운보다 내가 더 강심장인 걸 알고 있었다. 브라운은 자신을 사나이라고 부르지만, 그 녀석은 여자들한테나 주먹을 쓰는 놈이다. 그 친구는 잊어라. 내가 더 의지가 강하다. 그나저나 예쁜이 론다 로우지는 어디에 있는 거냐?"

UFC는 이 발언이 문제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이 부분을 자른 편집본을 유튜브에 올렸다.

루이스의 브라운 괴롭히기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인스타그램에 브라운의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효과의 합성사진을 게시했다.

23전 18승 4패 1무효 전적에서 KO율 88%, 1년 5개월 만에 UFC 6연승 상승세, 경기하다가 배를 부여잡고 도망가는 의외성, 최강 타격가 마크 헌트와 붙고 싶다는 자신감, 경기가 끝났는데도 상대를 조롱하는 악당 근성.

UFC 헤비급에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 데릭 루이스는 경기가 끝나고도 무자비하다. KO된 트래비스 브라운의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합성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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