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형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치러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가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이 대회 최고 관심사는 남자 싱글이었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뉴 유즈루(22, 일본)와 '점프 괴물' 네이선 첸(17, 미국)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는 첸의 승리였다. 하뉴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하며 흔들렸다. 첸은 믿기 어려운 고난이도의 점프 구성으로 하뉴의 벽을 넘었다.

첸(307.46)과 하뉴(303.71)는 모두 총점 300점을 넘어섰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는 유럽선수들이 빠졌지만 세계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막내 이시형(17, 판곡고)은 개인 최고 점수인 195.72점으로 16위를 차지했다.

김진서(21, 한체대)는 195.05점으로 17위, 이준형(21, 단국대)은 187.58점으로 18위에 그쳤다. 이들은 개인 최고 점수 실패는 물론 200점을 넘지 못했다.

4대륙선수권대회는 아시아, 북미와 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지역 국가 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회다. 이 대회는 실질적으로 아시아와 북미 선수들이 경쟁하는 무대다. 남자 싱글은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이 4파전을 펼친다. 유럽 선수들까지 이 무대에 동참하면 경쟁한 한층 치열해진다.

▲ 김진서 ⓒ 곽혜미 기자

이런 무대에서 한국 남자 선수들은 10위권 안 진입에 실패했다. 김진서는 지난해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10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안방에서 열린 이번 대회 성적은 부진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쿼드러플(4회전) 점프로 피겨스케이팅의 한계에 도전했다. 4회전 점프 등 기술에서 한국 선수들이 떨어지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선수 가운데 처음 트리플 악셀을 뛰었고 1991년 삿포로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 싱글 은메달리스트인 정성일(48) 코치는 “중요한 것은 빙판에 들어섰을 때 나는 속도에 있다. 국내 선수들은 이 부분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교해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빙판 위에서 나타나는 속도는 스케이팅 스킬에서 나타난다. 스케이팅 에지 사용과 스트로킹(활주)은 이 종목의 뼈대를 이루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피겨스케이팅 초급 심사 기준에 이 부분에 포함돼 있고 국내 선수들도 이 부분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문제는 연습 시간 때 이 부분을 얼마나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지의 여부다. 정 코치는 "러시아 선수들은 오전에만 에지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어릴 때 반드시 필요한 기본기를 확실하게 훈련하고 성장한 점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정 코치는 야구와 비교하며 "점프 훈련을 하며 새 점프를 익힐 때 느끼는 맛이 있다. 야구와 비교하면 홈런 맛을 알면 안타보다 홈런을 때리려고 한다. 그러면 타율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피겨스케이팅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 2016~2017 시즌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우승을 차지한 네이선 첸(가운데)과 하뉴 유즈루(왼쪽) 우노 쇼마 ⓒ Gettyimages

가장 중요한 기본기에서 오는 문제점이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스케이트 에지 사용과 스트로킹, 스텝 등 뛰어난 스케이팅을 갖추면 빙판을 지배할 수 있다. 4회전 점프만 강조하는 상황에서 정작 중요한 부분은 여기에 있었다.

한국 국가 대표 선수들은 드미트리 드미트렌코(43, 우크라이나) 코치에게 스트로킹 수업을 받고 있다. 올해 전국 남녀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우승자인 임은수(14, 한강중)는 지난해 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뒤 "국제 대회를 경험한 뒤 느낀 점은 스케이팅 스킬의 보완이었다. 외국 선수들과 비교해 이 부분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이는 현란한 기술이 승패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기본기에서 시작된다. 4회전 점프를 자유자제로 뛰는 세계적인 선수들은 빠른 속도로 빙판을 질주하고 있었고 부드러운 스케이팅으로 빙판을 장악하고 있다.

정 코치는 "1년 뒤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은 총점 300점을 넘어야 메달 경쟁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4회전 점프를 두 번 뛰는 것이 관건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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