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텍사스로 돌아온 마이크 나폴리

[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지난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108년’과 ‘68년’의 저주에 걸린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맞대결이 이뤄졌다.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컵스가 우승을 차지했고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열기 속에 2016년 시즌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의 뜨거웠던 열기가 스토브리그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새로운 CBA 협정(메이저리그 노사협약) 체결이 늦어지면서 구단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느려졌다. FA(자유계약) 시장에는 마무리투수 빅 3(아롤디스 채프먼, 켄리 잰슨, 마크 멜란슨)를 제외하면 대어급 선수가 많지 않았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무려 7명의 선수가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었지만 이번에는 요에니스 세스페데스(4년 1억 1000만 달러)가 유일하게 대박 계약에 성공했다.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면서 예년에 비해 한파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던 스토브리그도 사실상 막이 내렸다. 2017년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각 팀들은 이번 겨울 어떻게 전력의 밑그림을 그렸는지 지구별로 살펴본다.

▷ 텍사스 레인저스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1위를 차지하고도 디비전시리즈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발목이 잡힌 텍사스는 스토브리그에서 지구 라이벌 팀들이 바쁜 움직임을 보인 것과는 달리 조용한 오프시즌을 보냈다. 특히 타선에서 이안 데스몬드, 카를로스 벨트란, 이안 데스몬드가 떠났지만 마이크 나폴리(1년 850만 달러)만 영입했을 뿐 다른 영입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33경기에서 타율 0.284 8홈런 24타점으로 활약한 카를로스 고메즈와 1년 1,1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더 이상의 전력 유출은 막았지만 AL 팀 타율 3위(0.262), 장타율 4위(0.433)를 기록했던 공격력의 약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 선발진은  지난해 AL 다승 공동 8위(54승), 평균자책점 9위(4.38)의 1위팀 답지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텍사스는 한때 선발진을 이끌었지만  부상 이후 기량이 눈에 띄게 떨어진 콜비 루이스, 데릭 홀랜드와 결별을 택했다. 대신 앤드류 캐시너(1년 1,000만 달러), 타이슨 로스(1년 600만 달러)와 FA 계약을 맺으며 선발진의 빈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캐시너(목 통증, 햄스트링 파열)와 로스(흉곽출구증후군 수술) 두 선수 모두 지난해 부상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는 점은 텍사스에게 큰 불안 요소다.


▷ 시애틀 매리너스

지난 겨울에도 선수단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애틀은 이번 겨울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여줬다. 단장 부임 후 공격적인 트레이드 전략을 펼치고 있는 디포토 단장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10차례가 넘는 트레이드를 완료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많은 젊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시애틀은 2015년 11승, 2016년 8승을 거두며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가던 타이후안 워커(24)와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유격수 케텔 마르테(23) 애리조나로 보내고  내야수 진 세구라와 2명의 유망주(미치 해니거, 잭 커티스)를 받았다. 트레이드의 중심에 있던 세구라는 지난해 타율 0.319 20홈런 64타점 33도루를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2루수로 주로 뛰었던 세구라는 로빈슨 카노가 있는 시애틀에서는 유격수를 맡을 예정이다.

워커가 떠난 선발진은  드류 스마일리와 요바니 가야르도를 영입하면서 공백을 메웠다. 스마일리는 지난해 32개의 피홈런을 허용(AL 5위)하며 데뷔 후 한 시즌 가장 많은 12패를 당했고 가야르도는 데뷔 후 가장 높은 5.4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시애틀은 나름대로 눈에 띄는 약점을 보완하느라 바쁘게 겨울을 보냈지만 실속 있는 겨울을 보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 선수단으로 새로운 시즌을 맞게 됐다.

▲ 젊은 휴스턴에게 경험을 전해 줄 베테랑 카를로스 벨트란

▷ 휴스턴 애스트로스

2015년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던 휴스턴은 지난해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5년 3.57이었던 팀 평균자책점(AL 1위)이 4.06(AL 5위)로 높아졌지만 투수 쪽에서 눈에 띄는 선수 영입은 없었다. 지난해 12승을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 4.64로 부진했던 덕 피스터가 떠난 빈자리를 찰리 모튼(2년 1,400만 달러)로 메웠을 뿐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휴스턴은 랜스 맥컬러스, 조 머스그로브, 크리스 데븐스키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함께 댈러스 카이클, 콜린 맥휴 1,2 선발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며 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줬던 타선에는 경험을 더했다. 휴스턴은 2004년 내셔널리그(NL) 소속이던 시절 잠시 팀을 스쳐갔던 카를로스 벨트란(39)과 1년 1,6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LA 다저스에서 부진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외야수 조시 레딕(30), 9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하며 실버슬러거를 6번이나 수상한 브라이언 맥캔(33), 5시즌 동안 4팀을 거치며 메이저리거로 살아남고 있는 아오키 노리치카(35)까지 30대의  선수들을 연이어 영입했다. 호세 알투베, 카를로스 코레아, 조지 스프링어 등 20대 선수들이 중심을 이루던 휴스턴에 베테랑 선수들 합류하면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LA 에인절스

에인절스는 2016년 시즌 내내 좌익수 포지션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무려 9명의 선수가 좌익수로 출전했지만 확실하게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선수가 없었다. 에인절스의 좌익수들은 AL에서 가장 낮은 OPS 0.584를 기록했는데 14위 휴스턴이 0.649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부진했는지 알 수 있다. 때문에 에인절스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마자 디트로이트에서 트레이드로 외야수 카메론 메이빈을 영입했다. 이어 FA 외야수 벤 르비어까지 영입하면서 외야를 보강했다. 두 선수의 영입으로 지난해 좌익수 자리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라파엘 오르테가, 다니엘 나바, 닉 버스, 최지만 등은 모두 팀을 떠났다.

2015년 팀 평균자책점 3.94(AL 6위)에서 2016년 4.28(AL 12위)로 무너진 투수진은 보강이 아닌 정리를 택했다. 에인절스는 2006년부터 11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던 프랜차이즈 스타 제러드 위버를 잡지 않았다. 위버는 지난해 팀 내 최다승(12승)을 비롯해 에인절스에서만 150승(93패 평균자책점 3.55)을 기록했지만 결국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시즌 연속 13승 이상을 기록했던 C.J. 윌슨도 팀을 떠났다. 어깨부상으로 지난해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윌슨은 결국 복귀가 아닌 은퇴를 택했다.


▷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지난해 오클랜드의 외야진의 f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팬그래프닷컴)은 1.4로 AL에서 가장 낮았다. 42홈런 102타점을 기록한 크리스 데이비스가 있었지만(fWAR 2.5) 시즌 중반 조시 레딕, 빌리 번스, 코코 크리스프 등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나면서 외야진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는 오클랜드는 스토브리그에서 베테랑 외야수 라제이 데이비스(1년 600만 달러), 맷 조이스(2년 1,100만 달러)를 영입해 외야를 보강했다. 내야와 외야의 코너 포지션(1,3루수 , 좌,우익수)를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있지만 클럽하우스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대니 발렌시아(시애틀 매리너스)는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고 그의 빈자리는 미네소타에서 방출된 트레버 플루프로 메웠다.

오클랜드는 야수진에 비해 투수진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FA로 풀린 산티아고 카시야(2년 1,100만 달러)를 영입해 불펜을 보강했을 뿐이었다. 오클랜드 불펜진은 2015년 평균자책점 4.63(AL 15위)에서 2016년 4.01(AL 10위)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불펜 자원이 많았던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무런 보강이 없었던 선발진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소니 그레이(5승 11패 평균자책점 5.69)가 부활하고 켄달 그레이브먼, 션 마네아 등 젊은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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