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결정인가 말이야!" 경질된 레스터 시티의 라니에리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레스터 시티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그러나 성적 부진이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로 해결될지, 새 감독으로 적절한 인물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구단 역사 132년 만에 1부 리그 우승을 이끈 영웅은 우승 확정 뒤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레스터는 24일(한국 시간) 구단 홈페이지에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과 작별한다고 발표했다.

레스터 시티는 1994-95시즌 블랙번의 우승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첼시, 맨체스터 시티를 제외하고 우승을 차지한 유일한 클럽이다. 중계권료의 상승과 함께 중하위권 팀들의 전력이 크게 상승한 프리미어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지난 시즌의 우승은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시즌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라니에리 감독은 지난 시즌 성공을 이끌었던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의 뼈대를 유지했다. 레스터는 조직력으로 성공을 만든 팀이지만 대체할 수 없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은골로 캉테다. 캉테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7경기에 출전한 핵심 선수다. 많은 활동량과 정확한 태클 능력으로 1차 저지선 임무를 다했다. 공을 빼앗긴 뒤에도 빠르게 뒤를 쫓아 재차 공을 뺏는 장면은 전매특허 같았다. 캉테는 첼시에서도 핵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캉테는 공격적으로도 중요한 선수였다. 캉테가 공을 빼앗은 뒤 빠른 역습이 시작됐다. 더구나 캉테는 수비를 하다가도 곧장 공격에 가담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선수였다. 중원의 엔진을 잃은 레스터는 이전과 같은 팀이 아니었다. 대체 요원으로 영입한 낭팔리 멘디는 부상으로 쓰러졌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야 윌프레드 은디디를 영입할 수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레스터의 경기 전략을 파악한 것도 문제였다. 지난 시즌을 보내며 제이미 바디의 속도를 살린 역습은 이미 파악이 끝났다. 지난 시즌과 달리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레스터를 상대로 수비 라인을 높이지 않았다. 리야드 마레즈까지 기복을 보이면서 레스터는 '마법'을 잃었다.

여기서 돌아봐야 할 것은 라니에리 감독의 큰 실책이 있었는가다. 레스터는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이번 시즌도 생존이 주요 목적이 될 것이었다. 대부분 주전 선수를 지켰다고 했지만 대체 불가능한 캉테를 잃은 것은 되돌릴 수 없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팀이라곤 하지만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할 수 없었다. 부상 변수도 감독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니에리 감독의 잘못을 굳이 꼽자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성공을 이룬 전략의 틀을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레스터의 선수 구성은 풍부하다고 보기 어렵다.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은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선택이기도 했다.

세비야와 2016-17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1-2로 패했지만, 원정 골을 성공시켜 홈에서 반전이 충분한 가능한 상황이었다. 후반전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마이클 오언, 리오 퍼디난드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은퇴 선수들 역시 SNS로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감독들은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 앨런 파듀 감독이다. 두 감독이 적임자인지도 의문이다. 만치니 감독은 인터밀란에서 성공을 거둔 뒤 맨체스터 시티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뤘다. 그러나 빅클럽을 지도한 경험이 대부분이다. 당장 강등을 눈앞에 둔 레스터를 수습해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파듀 감독은 불과 2달 전에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감독이다. '분위기 전환용'으로 우승 감독을 경질한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는 결과가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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