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창피해.' 위고 요리스도 토트넘의 탈락을 막지 못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젊은이의 패기는 좋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엔 오히려 힘을 뺄 줄도 알아야 한다. 베테랑이 없었던 토트넘은 또다시 부담감 앞에서 무너졌다.

토트넘은 24일 2016-17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 KAA겐트(벨기에)와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그리고 1,2차전 합계 2-3으로 탈락했다.

부담감 때문에 힘을 빼지 못한 토트넘이 스스로 무너진 경기였다. 겐트는 지난 1차전처럼 견고한 수비를 하지도, 그렇다고 빠른 역습을 하지도 못했다. 토트넘이 경기를 완벽히 장악했다. 그러나 골까지 통제하진 못했다.

주포 해리 케인은 골문 앞에서 발을 뻗지 못해 여러 번 찬스를 날렸다. 델레 알리 역시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부정확한 슛을 하다가, 반칙이 불리지 않은 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살인 태클을 해 레드카드를 받았다. 카일 워커도 몸은 가벼웠지만 골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후반 말미 손흥민의 슛도 골문을 벗어났다.

토트넘 1군 선수단의 평균 나이는 만 25.1세다. 다른 프리미어리그 라이벌과 비교해도 어리다. (맨체스터 시티 28.4세, 아스널 27.1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7.0세, 첼시 26.4세, 리버풀 26.1세) 겐트전에서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1986년생으로 30살인 위고 요리스 골키퍼다.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는 얀 베르통언과 무사 뎀벨레가 1987년생으로 만 29살이다. 경험이 적은 선수라고 보긴 어렵지만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결정적인 차이는 또 있다. 바로 우승 경험이다. 토트넘의 마지막 우승은 1998-99 시즌 리그컵 우승이다. 선수들 가운데도 유럽 클럽 대항전과 국가 대항전을 통틀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없다. 요리스와 무사 시소코가 지난 유로 2016에서 결승 무대를 경험했을 뿐이다. 우승 경험은 중요한 상황에서 흔들릴 때 침착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90분은 토트넘과 겐트의 전력 차이를 고려하면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토트넘은 탈락 위기에 처하자 서두르다 스스로 넘어졌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경기력이 자랑스럽다. 1차전에서 잘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고 있을 시간이 없다. 패배에서 회복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울고 있을 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랑스러운 경기력도 아니었다.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가 찬스를 잡은 것까진 분명 1차전보다 좋아졌지만 토트넘은 수많은 찬스에서 2골밖에 넣지 못했다. 겐트는 16개 팀이 있는 벨기에 주필러리그에서 8위를 달리고 있다. 애초에 1차전부터 토트넘이 잘해야 했다.

이제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와 FA컵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미끄러졌던 토트넘이다. 부담감이 다가올 때 '힘을 빼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토트넘은 또 우승 문턱에서 넘어질 가능성이 있다. 포체티노 감독과 토트넘이 이른바 '우승 DNA'를 만들 수 있을지가 우승 도전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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