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은 애덤 이튼을 얻기 위해 많은 유망주를 포기했다.

[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지난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108년’과 ‘68년’의 저주에 걸린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맞대결이 이뤄졌다.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컵스가 우승을 차지했고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열기 속에 2016년 시즌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의 뜨거웠던 열기가 스토브리그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새로운 CBA 협정(메이저리그 노사협약) 체결이 늦어지면서 구단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느려졌다. FA(자유계약) 시장에는 마무리투수 빅 3(아롤디스 채프먼, 켄리 잰슨, 마크 멜란슨)를 제외하면 대어급 선수가 많지 않았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무려 7명의 선수가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었지만 이번에는 요에니스 세스페데스(4년 1억 1000만 달러)가 유일하게 대박 계약에 성공했다.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면서 예년에 비해 한파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던 스토브리그도 사실상 막이 내렸다. 2017년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각 팀들은 이번 겨울 어떻게 전력의 밑그림을 그렸는지 지구별로 살펴본다.


▷ 워싱턴 내셔널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워싱턴의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는 '1번 타자'와 '중견수' 문제였다. 2016년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벤 르비어(LA 에인절스)가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전혀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덕분에 워싱턴은 지난해 내셔널리그(NL) 팀 중견수(0.705) OPS 순위에서 14위를 기록했고 1번 타자 출루율(0.303)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맹활약을 펼친 트레이 터너(타율 0.342 13홈런 40타점 33도루)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보다 더 낮은 성적을 기록했을 것이다. 워싱턴은 중견수와 리드오프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줄 선수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애덤 이튼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튼을 얻기 위해 팀 내 최고 유망주였던 루카스 지올리토를 포함해 레이날도 로페즈, 데인 더닝까지 3명의 유망주 출혈을 감수했다. 세 선수는 이적하자마자 유망주 순위에서 2위(지올리토), 4위(로페즈), 10위(더닝)에 오르며 화이트삭스의 팜을 풍족하게 만들었다.

워싱턴은 지난해 공수 양면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포수 윌슨 라모스(탬파베이 레이스)를 잡지 않았다. 라모스는 타율 0.307 22홈런 80타점 OPS 0.850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지만 시즌이 끝날 무렵 무릎 인대 수술을 받으며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워싱턴은 2017년 시즌 초반 출전이 불투명한 라모스 대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주전 포수였던 데릭 노리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이어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FA로 풀린 맷 위터스와 2년 2,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야수진에 비해 투수진에서는 눈에 띄는 영입이 없었다. 후반기 팀의 뒷문을 확실하게 책임졌던 마크 멜란슨(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을 비롯해 맷 벨라일, 유스메이로 페티트, 마크 젭친스키 등 많은 불펜 투수들이 팀을 떠났다. 확실한 즉시 전력감 투수를 보강하지 않은 워싱턴은 숀 켈리, 블레이크 트레이넨, 코다 글로버 등의 선수들이 내부 경쟁을 통해 마무리투수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 뉴욕 메츠

메츠의 겨울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메츠는 FA 자격을 얻은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를 지키는데 모든 힘을 쏟았을 뿐 다른 외부 영입에는 전혀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세스페데스는 지난해 1월 메츠와 3년 7,5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었지만 이 계약에는 한 시즌을 마친 뒤 남은 2년 계약을 포기하는 옵트 아웃 조항이 포함되어있었다. 세스페데스는 2016년 시즌 홈런(31개), 타점(86개), OPS(0.884) 등 공격 여러 부문에서 팀 내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다시 한 번 FA 시장에 나선 세스페데스는 LA 다저스,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의 관심을 받았지만 결국 4년 1억 1,000만 달러를 제시한 메츠에 잔류했다. 메츠가 세스페데스와 맺은 계약은 대체로 시장이 얼어붙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총액이 유일하게 1억 달러를 넘는 계약이었다.

세스페데스를 잡은 메츠는 더 이상 움직임이지 않았다. 15승을 기록한 바톨로 콜론 정도를 제외하면 팀을 떠난 선수들은 대부분 전력에 크게 영향을 주는 선수들이 아니었다. 메츠는 팀의 핵심인 젊은 투수들의 부상 회복을 기대하며 조용하게 2017년을 준비하고 있다.


▷ 마이애미 말린스

마이애미는 스토브리그에서 많은 선수들과 '관심'이라는 단어로 연결되었지만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특히 마무리투수 빅 3 가운데 2명(아롤디스 채프먼, 켄리 잰슨)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지만 영입경쟁에서 빈손으로 돌아섰다. 마이애미는실패의 아쉬움을 브래드 지글러(2년 1,600만 달러), 타자와 준이치(2년 1,200만 달러)의 영입으로 달랬다.

마이애미는 지난해 에이스 호세 페르난데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앤드류 캐시너(텍사스 레인저스)가 FA 자격을 얻고 팀을 떠나면서 선발진에 공백이 생겼다. 마이애미는 FA 시장에서 에딘슨 볼케즈(2년 2,200만 달러), 그리고 신시내티 레즈와 트레이드를 통해 댄 스트레일리를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많은 선수들의 이동이 있었던 투수진에 비해 야수진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베테랑 포수 제프 매티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떠난 자리에 A.J. 엘리스(1년 250만 달러)를 영입했을 뿐이었다.

마이애미는  2월 10일(한국 시간) 구단 매각설에 휩싸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마이애미의 데이빗 샘슨 사장이 익명의 부동한 업체와 16억 달러에 구단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며칠 뒤 샘슨 사장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매각설은 소문일 뿐 2017년 팀의 목표는 포스트시즌 경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토브리그에서 대대적인 트레이드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마이애미가 오히려 전력 보강을 택한 것이 과연 구단 매각을 위한 준비였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 필라델피아와 라이언 하워드는 끝내 함께 가지 못했다

▷ 필라델피아 필리스

필라델피아는 한때 팀의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팀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라이언 하워드(37)와 길었던 동행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체이스 어틀리(LA 다저스), 지미 롤린스(샌프란시스코, 마이너)가 이미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하워드까지 팀을 떠나면서 필라델피아의 황금기(2008-2011)는 역사로 남게 되었다. 대신 오두벨 에레라(25), 세자르 에르난데스(26), 마이켈 프랑코(24) 등 젊은 선수들이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필라델피아는 젊은 클럽하우스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하위 켄드릭을 다저스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파워가 부족했던 코너 외야수(장타율 좌익수 0.330, 우익수 0.348 / NL 15위) 자리에는 지난해 토론토에서 24홈런을 기록한 마이클 손더스(1년 900만 달러)를 영입해 약점을 메웠다.

투수진 역시 팀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 줄 베테랑 영입에 힘을 기울였다. 선발진은 지난해 팀 내 최다승(12승)을 기록한 제레미 헬릭슨을 퀄리파잉 오퍼로 붙잡는데 성공했고 보스턴에서 통산 81승을 기록하고 있는 클레이 벅홀츠(32)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불펜은 지난 시즌 전반기(3승 2패 24세이브 2블론 평균자책점 2.59)와 후반기(3패 13세이브 4블론 평균자책점 8.33)가 완전히 달랐던 진마 고메즈를 받쳐줄 베테랑 호아킨 베노아(39), 팻 니섹(36)을 영입했다.


▷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새로운 홈 구장 선트러스트파크에서 2017년 시즌을 시작하는 애틀랜타는 그 동안 리빌딩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2017년 팜 랭킹 1위라는 결실을 맺었다. 애틀랜타는 여전히 리빌딩 중이며 포스트시즌과는 거리가 있는 전력이지만 새로운 구장에서 맞는 첫 해 더 나은 성적을 위해 조금이나마 지갑을 열었다.

훌리오 테헤란을 중심으로 대부분이 20대인 젊은 선발진은 현역 최다승(233승) 투수 바톨로 콜론(1년 1,250만 달러), 불혹의 너클볼러 R.A. 디키(1년 800만 달러)를 영입했다. 그리고 지난 2시즌 연속 10승을 기록한 하이메 가르시아까지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패기와 경험이 조화를 이루는 선발진을 갖췄다.

타선에서는 포수와 2루수 포지션의 전력 보강을 노렸지만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포수는 전력보강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브라이언 맥캔(휴스턴 애스트로스) 영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커트 스즈키(1년 150만 달러)와 계약을 맺는 것으로 영입이 마무리 됐다. 2루는 여러 팀이 탐냈던 브라이어 도저라는 매물이 있었지만 언감생심이었고 신시내티의 브랜든 필립스 영입이 마무리 단계까지 갔지만 필립스가 거부하면서 트레이드가 무산됐다. 결국 애틀랜타는 다저스가 지명할당 조치한 마이카 존슨을 영입하면서 전력 보강에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트레이드 무산 한 달 뒤 션 로드리게스가 자동차 사고로 어깨 수술을 받게 되면서 전력 공백이 생겼고 애틀랜타는 다시 한 번 트레이드를 추진한 끝에 2명의 유망주를 내주고 필립스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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