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두원은 25일 2년 만에 가진 복귀전에서 TKO로 이겼다. ⓒ랭크5 정성욱 편집장(www.rank5.kr)

[스포티비뉴스=올림픽홀, 이교덕 기자] 오랜만에 케이지에 올랐다. 그리고 오랜만에 밝게 웃었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서두원(35)은 25일(한국 시간)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새 종합격투기 대회 글리몬 FC(GLEAMON FC) 01 메인이벤트 페더급 경기에서 후지타 무네히로(35, 일본)에게 3라운드 26초 만에 로킥 TKO승을 거뒀다.

2년 만에 나선 복귀전에서 이긴 뒤 기자회견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치르는 모든 과정이 다 좋았다"며 웃은 서두원은 "오는 5월 두 번째 글리몬 FC에 출전하고 싶다. 오랫동안 활동한 베테랑들과 인생과 인생을 건 경기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서두원의 경기력을 기준으로 삼아 다른 파이터의 경기력을 평가하는 측정 단위 SDW가 있다. 서두원은 "SDW를 좋아한다"며 "(2년 전 서두원이) 1 SDW라면 지금은 1.3 SDW다. 은퇴하기 전까지 1.8~2.0 SDW까지 올라가고 싶다"며 웃었다. "'싱어 송 파이터'로도 기회가 되면 찾아뵙겠다"고 했다.

하지만 로드 FC와 송가연의 진실 공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내 잘잘못을 따지 전에,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때가 빨리 오길 바란다"며 복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아래는 기자회견 일문일답 전문.

- 승리 소감을 편하게 말해 달라.

"오랜만에 경기를 준비하는 것부터 너무 좋았다. 부상 없이 케이지 위에 올라올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세컨드에서 지시했던 대로 경기하려고 했는데, 그 지시를 잘 따를 수 있어서 좋았다. 모든 과정이 다 좋았다."

- 주변에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다. 복귀전 준비하는 데 어렵지 않았나?

"사실 심리적으로 흔들리기도 했다. 기도의 힘을 빌어 버틸 수 있었다. 내 옆에서 힘이 돼 주는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지금 주변의 상황들에 대해 생각해 놓은 대응 방안이 있는가?

"어떤 말씀하는 것인지 잘 안다. 그런데 내가 섣불리 말하지 못하는 건,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전부 잘했고 혹은 전부 잘못했고, 이런 것을 따지기 앞서 이제는 서로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정말 좋아서 계속할 수 있는 때가 얼른 왔으면 좋겠다."

- 다음 출전 계획은?

"대회사와 약속했던 내용은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치면 오는 5월에 열릴 글리몬 FC 두 번째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다치치 않고 경기를 마쳤다. 5월에 바로 뛰고 싶다."

- 다음 상대로 거론되는 이름이 있는가?

"아직은 다음 상대에 대한 말은 없다. 글리몬 FC는 내 실력을 아주 냉정하게 평가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까 아직 큰 네임밸류가 있는 선수를 거론하고 있지 않다. 다시 데뷔했다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고 싶다."

- 1981년생이다. 어쩌다 보니 나이가 꽤 들었다. 즉 노장이 됐다. 노장으로서 계획이 따로 있다면?

"(웃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김동현, 정찬성처럼 하지는 못하겠지만 몸 관리 잘해서 오랜 시간 선수로서 머물고 싶다."

- 주짓수도 꾸준히 수련하고 있다. 주짓수 훈련 계획은?

"도복 주짓수를 2년 동안 계속해 왔다. 사부님(장덕영)께서 종합격투기에 복귀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해 포지션 잡는 방법, 나쁜 포지션에서 빠져나오는 이스케이프 방법 등을 따로 가르쳐 주셨다. 앞으로 종합격투기에서 쓰는 주짓수 기술뿐 아니라 도복 주짓수도 심혈을 기울여 계속 훈련하려고 한다."

- 국내 주짓수 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을까?

"주짓수는 사제 관계가 중요한 무도 스포츠다. 그래서 사부님이 허락하는 한에서, 그리고 종합격투기 출전 일정과 겹치지 않는 한에서 우리나라 도복 주짓수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

- 경기 끝나고 케이지 위에서 울먹였던 이유가 따로 있는가?

"2015년 2월 최무겸 선수와 경기를 마지막으로 하고 그해 6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병상에 계시면서 아들이 복귀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셨다. 빨리 복귀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곁에 계실 때 못 보여 드리고 하늘에 계실 때 보여 드리게 된 게 죄송스럽고 아쉽다. 지금도 아버지가 곁에 있다고 믿고 있지만, 이기고 나서 아버지 품에 안길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울컥했다."

- 예전에 싸웠던 요아킴 한센처럼 정말 선수로서 맞붙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어떤 특정 선수보다 나처럼, 또는 나보다 더 오랫동안 열정을 갖고 종합격투기 경기를 하고 있는 선수들과 만나고 싶다. 후배들에게 더 좋은 여건을 열어 줄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1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한 파이터들과 인생과 인생을 걸고 경기하고 싶다. 둘 다 함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경기를 갖고 싶다."

- 온라인에서 돌고 있는 SDW(선수의 능력을 비교 측정하는 단위, 서두원 이름의 앞 글자를 딴 준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SDW 좋은 것 같다.(웃음) 누군가는 희화화될 캐릭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김동현, 정찬성, 최두호 등 다들 너무 잘하지 않나. 팬들이 누구 하나를 비꼬면서 재밌게 얘기하고 싶어 했고, 그러다 보니까 내가 됐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서두원은 그런 캐릭터로 남을 수 있어 좋다. 다만 그에 반비례해서 실력을 쌓아 선수로서도 인정받고 싶다."

- 2년 전 마지막 경기할 때가 1 SDW였다면 지금은 몇 SDW인가?

"온라인에서 격투기 팬들이 SDW를 측정하는 걸 많이 봤다. 지금은 1.3까지 올라왔다고 믿는다. 은퇴하기 전까지는 SDW 1.8에서 2.0까지는 가고 싶다. '싱어 송 파이터'라는 별명도 좋아한다. 노래를 한 지 오래됐다. 조만간 좋은 기회가 온다면 '싱어 송 파이터'로 찾아뵙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