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은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14살 소녀 임은수(14, 한강중)의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첫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비록 메달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총점에서 개인 최고 점수를 갈아치우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임은수는 18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0.16점 예술점수(PCS) 56.87점 감점(Deduction) 1점을 합친 116.03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64.78점과 합친 총점 180.81점을 기록한 임은수는 자신의 종전 프리스케이팅(111.03 : 2016년 주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과 총점(173.21 : 2016년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 개인 최고 점수를 갈아치웠다.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임은수는 64.78점을 받으며 종전 개인 최고 점수인 63.83점(2016년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을 넘어섰다.

애초 임은수의 메달 및 상위권 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러시아와 일본 선수들의 기량은 만만치 않았다. 올 시즌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자인 알리나 자기토바(15, 러시아)와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혼다 마린(16) 그리고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동메달리스트인 사카모토 가오리(17) 시라이와 유나(16, 이상 일본)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토바는 임은수처럼 올 시즌 주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그러나 선수층이 탄탄한 러시아의 경쟁을 뚫고 출전한 만큼 기량이 남달랐다. 일본 선수들은 주니어 무대에서 뛴 경험이 2~3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니어 무대에 갓 데뷔했고 나이도 어린 임은수의 선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임은수는 선전하며 4위를 차지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에 실패한 점은 아쉬웠지만 이번 무대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알렸다.

▲ 임은수 ⓒ 곽혜미 기자

'리틀 연아 삼총사'에서 '포스트 김연아 선두 주자'로 성장

올 시즌 초반 임은수의 출발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열린 2016~2017 시즌 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 파견 선발전에서 그는 3위로 간신히 2개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한 임은수는 '동갑내기 라이벌' 김예림(14, 도장중)에게 밀렸다.

지난해 9월 처음 무대를 밟은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의 벽은 높았다. 이 대회 4위에 오른 임은수는 10월 7차 대회에서 값진 동메달을 땄다. 비록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지만 국제 무대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직접 경험했다.

이런 경험은 임은수를 한층 성장하게 만들었다. 지난 1월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에서 그는 여자 싱글 우승을 차지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클린에 성공하며 191.98점으로 우승했다. 국내 대회에서 김연아(27) 이후 처음으로 190점을 넘은 그는 2주 뒤에 열린 동계 체전 여자 중등부에서 김예림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임은수는 "큰 국제 대회에서 뛴 것이 좋은 경험이 됐다"며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제 페이스를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많이 떨어도 마음을 다잡는 방법도 알았다"고 설명했다.

14살의 어린 나이지만 임은수는 성숙한 정신력과 강한 승부 근성을 지녔다. 평소 연습을 할 때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하는 버릇이 있는 그는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 경험을 살려 성장했다. 어린 나이에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이 됐지만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도전은 쉽지 않았다.

올 시즌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유망주들 가운데 임은수는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는 김연아, 박소연(20, 단국대, 2016년 그랑프리 프랑스 트로피 : 185.19), 최다빈(17, 수리고, 2017년 4대륙선수권대회 : 182.41)에 이어 네 번째로 ISU 국제 대회에서 180점을 돌파했다.

또 김연아 이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2005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년 뒤 열린 대회에서는 아사다 마오(27, 일본)를 제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후 많은 선수가 이 대회에 도전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최다빈이 2014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위에 오른 것이 김연아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임은수는 최다빈을 넘어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김연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 임은수 ⓒ 곽혜미 기자

만만치 않은 러시아와 일본의 벽, 많은 경험과 프로그램 업그레이드가 관건

현재 남자 싱글은 시니어와 주니어 무대 모두 치열한 '4회전 점프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여자 싱글은 러시아의 독주 속에 일본 선수들이 추격하고 있다. 러시아는 국가적으로 피겨스케이팅에 많은 투자를 하는 보기 드문 나라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위해 시작한 적극적인 지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시기, 유망주로 불렸던 선수들은 어느덧 국제 대회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자기토바는 쇼트프로그램은 물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점프를 프로그램 후반에 몰아 뛰었다. 모든 점프에서 가산점을 챙긴 그는 프리스케이팅 기술점수(TES)에서만 75.81점을 받았다.

임은수의 점프 구성은 이번 대회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 임은수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빙판에 넘어지는 실수를 했다. 평소 꾸준하게 스핀 최고 등급인 레벨4를 기록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3가지 스핀이 모두 레벨3에 그친 점도 아쉬웠다.

프로그램 구성 요소 점수(PCS)가 다소 낮게 나온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주니어 데뷔 첫 시즌 임은수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이번 대회 여자 싱글 5위 안에 진입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어린 선수는 임은수였다.

이번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눈도장을 찍은 점도 고무적이다.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싱글은 차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 2장을 확보했다. 출전 선수 순위를 합쳐 24위 안에 진입한 국가는 차기 대회 출전권 2장을 얻는다.

임은수가 4위, 안소현(16, 신목고)이 20위를 차지한 한국 여자 싱글은 두 선수의 순위를 합친 '24'를 기록해 2017~2018 시즌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 2장을 거머쥐었다.

애초 이번 대회는 임은수와 종합선수권대회 2위에 오른 김예림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예림이 뜻하지 않은 발가락 부상이 생기며 출전권이 대기 1순위였던 안소현에게 돌아갔다.

대타로 출전한 안소현도 최선을 다했지만 김예림의 불참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 만약 김예림이 출전했다면 임은수와 10위권 안에 진입해 차기 대회 출전권 3장을 얻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2017~2018 시즌 주니어 무대는 '피겨스케이팅 신동' 유영(13)이 데뷔한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임은수가 선두 주자로 나선 현재 '포스트 김연아' 경쟁에 나선 이들의 발걸음은 차기 시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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