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창용이 19일 광주 SK전서 힘껏 공을 뿌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KIA 타이거즈의 시범경기 최대 히트 상품은 단연 투수 한승혁이다. 한승혁은 벌써부터 최고 구속 157km의 위력적인 공을 뿌리며 기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2경기에 출장해 2이닝 동안 삼진을 4개나 잡아냈다.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제구력이 향상됐다는 것이 인상적인 대목이다. 아직 단 한 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고 있다.

때문에 그는 새로운 KIA의 마무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마무리 투수로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구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기태 KIA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우리 팀 마무리는 임창용"이라며 흔들리지 않는다.

김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이름 높은 지도자다. 선참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바탕에 깔려 있다. 임창용을 여전히 마무리로 신뢰하는 것 또한 이런 배려의 연장 선상에서 해석하는 눈길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임창용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아쉬운 투구 내용을 보여 준 점, 그리고 우리 나이로 40을 넘긴 조건 등이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임창용은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여전히 팀의 마지막을 책임질 수 있는 투수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임창용 역시 두 경기에 출장해 실점 없이 제 몫을 다했다. 볼넷은 1개 있었지만 삼진 2개를 잡아내며 건재함을 보여줬다.

19일 광주 SK전은 임창용이 왜 여전히 KIA의 마무리를 맡을 수 있는 선수인지를 알게 한 경기였다.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첫 타자 최정용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후 세 타자 가운데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등판을 마쳤다.

백미는 이재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대목이었다. 이날 임창용의 최고 구속은 145km가 찍혔다. 하지만 볼이 되는 공이었다. 여전히 구속은 부족하지 않았다.

임창용은 공격적인 볼 배합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능력을 자랑했다. 이재원을 상대로 볼카운트를 0-2로 유리하게 만든 임창용은 3구째 바로 승부에 들어갔다.

임창용의 이미지대로라면 직구 승부가 유력했던 상황이지만 고개를 저은 뒤 던진 임창용의 선택은 커브였다.

볼카운트 0-2에서 승부를 들어오는 경우도 많지 않지만 커브로 선 채 삼진을 잡는 장면도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볼 카운트가 0-2로 몰리면 타자는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볼이 되는 유인구가 많은 만큼 볼로 보이는 공에는 손이 나가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이럴 때 높은 볼 존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는 커브는 타자를 선 채 돌려 세울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된다. 공이 떠오르는 순간, 타자는 볼이라고 직감하고 타격을 멈추게 된다. 이 순간, 공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면 타자는 얼어붙은 채 돌아서야 한다.

임창용처럼 유리한 카운트에서 힘 있는 높은 직구로 시선을 흐트러트리는 셋업 피치를 많이 쓰는 투수에겐 더욱 효율적인 볼 배합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꺾이는 각도가 무디면 쓱 밀려 들어가며 장타를 맞기 좋은 공이 될 수 있다. 임창용은 제구와 자신감이 모두 넘치는 공을 뿌리며 강타자인 이재원을 삼진으로 막아 냈다.

베테랑 임창용이 타자를 상대하는 노하우가 빼어나다는 점, 그리고 그 수 싸움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위가 따라 주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공 1개뿐이었지만 벤치의 신뢰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의미 있는 1구였다.

이대진 KIA 투수 코치는 "볼 카운트 0-2에서 커브로 삼진을 잡는 장면은 베테랑 임창용의 가치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며 "임창용이 지난 겨울 변화구를 많이 가다듬었다. 각이 커지고 날카로워졌다. 올 시즌 변화구로도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