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게임 스코어 3-2로 꺾은 남북 단일 팀 코리아 선수들이 우승의 기쁨을 함께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편집국장]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탁구는 다시 한번 역사를 쓴다. 한국은 남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일본을 게임 스코어 5-0으로 잡고 결승에 올랐다. 또 다른 준결승에서는 북한이 마원거와 천룽칸 등이 버티고 있는 홈 테이블의 중국을 게임 스코어 5-1로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켰다. 각각 3명의 선수가 나서 돌려 붙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단체전에서 한국과 북한은 게임 스코어 4-4로 팽팽히 맞섰다. 마지막 9번 단식에 나선 김택수는 북한의 신예 최경섭을 맞아 첫 세트를 21-13으로 따 쉽게 승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2세트에서는 거꾸로 일방적으로 몰리며 15-21로 세트를 내줬다. 김택수는 마지막 세트에서 1-8, 3-9로 계속 밀리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이때 승리를 자신한 최경섭의 무리한 공격이 실수로 이어지면서 김택수의 반격이 시작됐고 내리 7점을 뽑아 10-9로 역전했다. 그리고 최종 스코어는 21-19. 한국은 5시간에 걸친 대접전 끝에 대회 2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여자 복식 결승에서는 새로운 국가 대표 짝꿍이 된 현정화-홍차옥 조가 중국의 차오훙-덩야핑 조를 세트스코어 2-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6편에서 계속>

탁구는 1973년 제 32회 사라예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는 등 한국 스포츠를 세계에 알리는 데 많은 공을 세운 종목이다. 그리고 1945년 남북이 분단된 이후 처음으로 단일팀 ‘코리아’를 만들었다. 남과 북은 1991년 4월 24일 일본 지바에서 막을 올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일 팀 구성을 위한 접촉을 활발히 진행했다. 남 측 장충식 대표와 북 측 김형진 대표를 수석으로 하는 양측 대표단은 1990년 11월 29일 1차 회담을 시작으로 1991년 2월 12일 4차 회담에 이르기까지 73일 간 마라톤 협상을 거쳐 마침내 단일 팀 구성에 이르렀다.

세부적인 실무 협상에서 양측은 팀 명칭을 ‘코리아(KOREA)'로 합의하고 단기는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도가 들어간 직4각형으로 했고 단가는 민족 고유의 민요 아리랑을 택했다. 단일 팀 구성을 위한 실무공동위원회는 북 측이 단장을, 남 측이 감독을 맡기로 하고 선수 선발은 남북을 안배해 대회 개막 1개월 전인 1991년 3월 25일부터 4월 20일까지 나가노와 나가오카에서 합동 훈련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코리아 선수단 가운데 여자부는 남 측의 현정화, 홍차옥, 홍순화, 박경애, 박해정 등 5명과 북 측의 리분희, 류순복, 안희숙, 김혜영, 한혜성 등 5명을 합해 10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단체전 주전은 남 측의 에이스인 왼손잡이 현정화, 북 측의 간판 스타인 왼손잡이 리분희와 오른손 셰이크핸드 드라이브 공격수 류순복으로 짜여졌다.

‘코리아’는 1991년 4월 29일 지바시 컨벤션 센터인 마쿠하리 메세에서 벌어진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과 맞붙었다. 세계 랭킹 3위 리분희와 9위 현정화가 준결승전까지 8경기를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주전으로 뛰면서 체력의 한계에 도달해 있었던 데 비해 선수층이 두꺼운 중국은 세계 랭킹 1위 덩야핑, 2위 가오준을 준결승전까지 전 경기에 내보내지 않고도 쉽게 결승전에 올라 이들 두 주전이 우선 체력적으로 ‘코리아’의 주전들에게 앞서 있었다.

그러나 ‘코리아’ 선수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게임 스코어 2-2로 맞선 가운데 5번째 단식에서 류순복이 가오준을 세트스코어 2-0으로 꺾고 코르비용 컵을 남과 북이 함께 들어 올렸다.

▲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 팀 코리아로 출전해 여자 단체전 우승을 이뤄 낸 선수단이 도쿄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종목 가운데 하나인 탁구는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에서 유승민이 금메달을 차지할 때까지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우승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 ‘탁구 신동’으로 불리던 유승민은 아테네 대회 준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1위를 5년 동안이나 지켰던 스웨덴의 얀 오베 발드너를 4-3으로 꺾고 결승전에 오른 뒤 이면 타법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중국의 왕하오를 세트스코어 4-2로 눌러 올림픽 챔피언의 꿈을 이뤘다.

탁구는 엘리트 스포츠뿐만 아니라 생활 스포츠로도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종목이다. 그러나 최근 10여년 넘게 이렇다 할 국제 대회 성적을 올리지 못해 탁구 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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