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영상 김소라 PD·글 이교덕 기자] 마지막은 늘 아쉬운 법. 케이지 안에서 용맹하게 싸워 온 파이터들도 은퇴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보이곤 한다.

'원 펀치' 브래드 피켓(38, 영국)은 지난 19일(이하 한국 시간) 자신의 고향 영국에서 치른 은퇴전에서 말론 베라에게 하이킥으로 졌다.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모든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늘 밤이 내겐 마지막이었다. 내가 이길 수 있다고 믿었지만, 지고 말았다. 경기를 중간에 그만둘 바엔 차라리 죽어서 나가겠다는 심정이었다. 계속 싸우고 싶었다. (경기를 중단하는 건) 당연히 심판이 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여기 모든 걸 남겨 두고 떠난다. 여러분들은 내게 이 세상 모든 것이었다."

통산 전적 25승 14패의 피켓은 눈물을 머금으면서 할아버지가 물려준 모자를 케이지 바닥에 놓아두고 떠났다.

▲ 패자 브래드 피켓(왼쪽)도, 승자 말론 베라도 지난 19일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전 WEC 페더급, KOTC 밴텀급 챔피언 유라이야 페이버(37, 미국)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고향 새크라멘토에서 은퇴전을 치렀다. 상대는 브래드 피켓이었다.

페이버는 판정승으로 34번째 승리(10패)를 장식한 뒤 "종합격투기 선수 생활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환상적이었다. 너무 사랑하는 일이었다. 종합격투기 세계와 같지 않겠지만, 새 길을 향해 전진할 준비가 됐다. 위대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응원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댄 헨더슨(46, 미국)은 지난해 10월 은퇴전을 UFC 미들급 타이틀전으로 치렀다. 이례적인 경우였다.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에게 판정패해 '챔피언에 오르고 은퇴한 파이터'라는 수식어를 달지 못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남자답게 웃어넘겼다.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보내 준 응원에 감사할 따름이다. 여러분들이 경기에 앞서 내게 야유를 퍼부을 때도 내 가슴과 영혼을 이 스포츠에 바쳤다. 날 계속 경쟁할 수 있도록 했다. 종합격투기를 사랑한다. 이런 기회를 준 비스핑에게 감사하다. 내 은퇴전에서 벨트까지 다가가지 못했지만, 늙은이치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지?"

헨더슨은 1997부터 20년 동안 32승 15패 전적을 남겼다. 프라이드에서 웰터급과 미들급 챔피언, 스트라이크포스에서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 댄 헨더슨은 지난해 10월 은퇴식을 UFC 미들급 타이틀전으로 치렀다.

여러 은퇴전 가운데에서도 미들급 마크 무뇨즈(39, 미국)의 마지막은 팬들의 가슴속 깊게 남아 있다. 2015년 5월 부모님의 나라 필리핀에서 루크 바넷에게 판정승하고 UFC 역사에 기록될 은퇴사를 남겼다.

"어렸을 때 만화를 봤다. 슈퍼 히어로들이 나오는 만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케이지에 들어설 때마다 슈퍼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

"내가 꿈꾸던 것, 내가 바라던 것이었다. 케이지에서 성취하려고 했던 것을 결국 이루지 못했다는 걸 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오랜 시간을 종합격투기를 위해 투자했다. 팬들의 가슴속에 보물을 안겨 줬다.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그들에게 밝은 영향을 줄 수 있어 기뻤다."

"필리핀으로 돌아와 내 재능과 능력을 여러분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필리핀 레슬링의 발전을 위해 나서고 싶다. 그것이 내 목표다.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14승 6패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무뇨즈는 자신의 오픈 핑거 글러브를 바닥에 놓고 옥타곤을 떠났다.

▲ 마크 무뇨즈는 부모님의 나라 필리핀에서 2015년 5월 은퇴전을 치렀다.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 정상까지 오른 챔피언은 당연히 박수받아야 한다. 그러나 더 나아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모든 파이터들에게도 박수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종합격투기가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포츠로 성장하는 데 이바지한 선수들은 이제 자신의 인생 제 2막에서도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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