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색 운동복을 입고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설기현 코치.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울리 슈틸리케호의 과제는 '디테일'이다.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하려면 수비 조직을 무너뜨릴 공격 속도를 가다듬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3일 창사 허롱스타디움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6차전 중국과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3승 1무 1패(승점 10점)로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최종 예선 1차전에서 3-2로 힘겹게 중국을 꺾었다. 중국이 이번 대결을 벼르고 있는 것은 후반 29분부터 2골을 기록하며 한국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승점 2점으로 최하위에 밀려 있다. 러시아행 기적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분위기 반전을 위해 한국전에 총력전을 예고했다. 

주장 기성용은 "초반 흐름이 중요하다. 초반 10분, 15분이 중요하다. 상대가 강하게 나올 때 밀리기 시작하면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할 것"이라며 중국의 기세를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해결책은 골이다. 한국이 먼저 골을 기록하면 "이번엔 다르다"는 중국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

한국의 공격은 시원하지 않았다. 최종 예선 5경기에서 8골을 기록했다. 수치상 빈약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들쭉날쭉했다. 원정으로 치른 시리아전, 이란전에서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5차전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밀집 수비에 고전하며 0-1로 끌려가다가 후반 22분 남태희와 후반 40분 구자철의 골로 2-1 역전승했다. 밀집 수비만 만나면 작아진다. 

지난 최종 예선 5경기에선 수비 뒤를 노린 과감한 패스와 침투 움직임이 없었다. 패스가 선수 발 아래로 향하다 보니 공격 템포가 떨어졌다. 주로 수비 조직 외곽에서 공이 돌아서 공격이 답답했다. 손흥민처럼 1대 1에 강한 선수들이 풀어 주지 않으면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 설기현 코치가 슈틸리케호의 공격에 속도를 더할 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

설기현 코치가 합류했다. 설 코치는 성균관대를 이끌며 공격 축구로 주목 받았다. 과감한 전진 패스와 수비 뒤 공간 침투를 적극 시도했다. 이런 설 코치의 역량은 중국전 대비 훈련에서도 잘 나타났다.

설 코치는 공격 전술 훈련을 주도했다. 전체 공개된 20일 훈련은 컨디션 조절과 함께 빠른 템포의 패스를 몸에 익히는 훈련을 진행했다. 조깅과 스트레칭을 마친 선수들은 5명씩 사각형을 이루고 중앙에 한 명이 들어간 형태로 한 조를 이뤘다. 중앙에 있는 선수가 훈련의 핵심이었다. 동료들에게 패스를 받아 리턴패스로 돌려 줬다. 선수들은 자유롭게 패스 방향을 선택했지만 모든 패스는 한 번 또는 두 번의 터치로 연결했다. 템포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연습이었다.

이후엔 8대5로 좁은 공간에서 패스 게임을 진행했다. 5명씩 녹색 조끼 팀과 조끼를 입지 않은 팀으로 나눠졌다. 흰 조끼를 입은 선수 3명은 수비를 하지 않고 공을 점유한 팀의 공격을 돕는 '깍두기'가 됐다. 좁은 공간에서 강한 패스와 원터치 패스로 공이 돌아갔다. 점유율과 주도권을 높이는 슈틸리케 감독의 색을 살릴 수 있는 훈련이었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 부임과 함께 중국은 보다 공격적인 형태로 변했다.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수비력이 약해졌다고 단언할 순 없다. 어차피 중국 수비수들의 개인 기량은 한국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 조직력이 높아졌다면 4명의 수비수로도 더 뛰어난 방패를 구축할 수도 있다.

김신욱과 기성용은 21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카타르전을 봤을 때 중국의 조직력과 전술에 짜임새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이 다시 한번 밀집 수비를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다.

'형님'이라기엔 조금 멀고, '코치님'이라기엔 가까운 설 코치가 조금 부족했던 슈틸리케호의 공격에 속도를 더할 수 있을까. 한국 팬들은 뛰어난 경기력과 승리 모두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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