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골을 내준 이운재 골키퍼.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2010년 2월. 일본 도쿄에는 비가 내렸다. 경기가 열린 아지노모토경기장에는 수천 명의 관중이 들어섰다. 관중 대부분은 오성홍기를 든 중국인이었다. 중국 응원단은 연신 ‘짜요’를 외치며 열렬히 응원했다. 수백 명의 한국 관중들이 외친 ‘대한민국’은 중국 응원단의 목소리에 묻혔다. 

허정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10년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과 맞붙었다.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중국에 선제골을 내줬다. 중국은 위하이가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흐름을 내준 한국은 전반 27분 곽태휘가 실수하며 추가 골까지 내줬다. 중국은 후반 15분 쐐기 골까지 넣으며 한국에 3-0 완승을 거뒀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32년 동안 중국을 상대로 27경기 연속 무패(16승 11무) 행진을 벌인 한국의 첫 패배였다. 당시 중국을 이끈 가오홍보 감독은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중국 팬들의 열렬한 응원이 승리의 요인이다. 12번째 선수인 중국 응원단이 승리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32년 동안 앓았던 중국의 공한증(恐韓症)을 깬 중국은 한국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한국에 2-3으로 분패했다. 중국 내에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 한국은 중국 원정에서 0-1로 졌다.

마르셀로 리피 감독이 이끈 중국은 홈에서 이를 갈았다. 중국은 23일 한국과 경기를 앞두고 슈퍼리그까지 중단하며 한국전을 대비했다. 중국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시작되자 3만 1천여 명이 가득 찬 중국 응원단은 90분 내내 환호를 보냈다. 

전반 34분 코너킥 상황에서 위다바오가 선제골을 넣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한국은 후반전에 김신욱과 황희찬을 투입하며 동점 골을 노렸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중국 팬들은 뜨거운 함성을 질렀다. 

압도적인 응원과 궂은 날씨, 답답한 경기력은 7년 전 첫 패배를 떠올리게 했다. 한국은 중국과 상대 전적에서 18승 12무 2패를 기록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두 번째 패배는 더욱 뼈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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