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웠던 김신욱.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창사(중국), 유현태 기자] 슈틸리케호의 공격에 팀은 없었다. 오로지 개인만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3일 창사 허롱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6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0-1로 졌다. 한국은 3승 1무 2패(승점 10점)로 A조 2위, 중국은 1승 2무 3패(승점 5점)를 기록했다.

슈틸리케호의 공격은 무력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점유율 64.3%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은 같은 12개 슈팅을 기록했다. 유효 슈팅 수로 따져도 한국이 5개로 중국보다 고작 1개 많을 뿐이다. 더구나 체감하는 공격의 날카로운 맛은 중국 쪽이 더 뛰어났다. 한국이 중국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린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개인만 있었다. 구자철은 전반전 가벼운 몸놀림으로 중원에서 공을 받아 볼을 지켰다. 정즈가 구자철을 따라붙었지만 여러 번 수비에 실패했다. 구자철의 트래핑과 드리블에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구자철은 정즈를 몇 번 제쳤을 뿐 중국 수비 전체를 혼자 무너뜨릴 수 없었다. 후반 체력이 떨어지자 구자철의 몸놀림도 점차 무거워졌다.

‘돌격대장’ 남태희도 마찬가지였다. 낮은 무게중심으로 페이크로 중국 수비를 완전히 속였다. 빠른 발도 돌파에 힘이 됐다. 그러나 혼자서 모든 선수를 제치고 골까지 넣을 순 없었다.

중국은 팀으로 맞섰다. 수비 조직을 촘촘하게 짜서 빠른 커버 플레이를 노렸다. 한국과 1대1론 승산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중국이 쌓은 수비 조직의 바깥 쪽인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수들이 1대1에서 뚫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뒤를 제대로 커버했다. 한국이 점유율을 잡고 흔들었지만 중국의 수비는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1대1의 우위는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는다. 다만 수비수 1명을 제칠 수 있다면 공격에 실마리를 푸는 것이다. 1명이 무너지면 수비진의 작은 균열이 생긴다. 이 균열을 정확하게 연쇄적으로 노리면 그 틈이 벌어진다. 공격의 짜임새가 중요한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의 공격 전술 부재가 위기를 불렀다.

슈틸리케의 교체 카드도 오로지 선수 개인 능력에만 의존했다. 김신욱은 후반 교체 투입 때 “골대 근처에서 싸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신욱의 장점인 높이는 너무 뻔한 전술이었다. 김신욱의 머리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구체적인 전술적 약속은 없어 보였다. 김신욱의 머리를 거친 공도 번번이 중국 수비가 걷어 냈다.

황희찬도 “1대1 돌파를 많이 하라고 지시하셨다”고 말했다. 또 1대 1뿐이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선수들 가운데 여러 명은 선제 실점이 패인이 됐다고 짚었다. 홍정호는 “실점을 먼저하다 보니 공격 쪽에서 압박감을 가지며 부담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고, 김신욱은 “전체적으로 급해서 원하는 패턴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긴 패스만 했다”고 말했다. 선제 실점 뒤 마음이 급해졌다는 것이다.

축구에서 선제골의 중요성은 대단하다. 그러나 한국이 지난 최종 예선에서 보였듯 역전승이 빈번하게 나온다. 그러나 역전승에 대한 희망을 품으려면 골을 넣을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공격을 차근차근 풀 수 없으니 선수들의 마음이 급해지지 않겠나. 여유를 찾고 공격을 펼칠 만큼 공격에 대한 확신이 선수들 사이에서도 없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책임은 당연히 사령탑에게 있다.

슈틸리케호엔 ‘팀 골’이 없다. 1대 1에서 우위를 이용한 단순한 형태의 골이 대부분이다. 측면에서 1대 1로 상대를 압도하던 손흥민의 부재는 곧 답답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손흥민이 없다고 해서 무력해질 공격에 전술이란 있었던 것인가. 손흥민이 부상해 전열에서 이탈할 경우 슈틸리케호의 공격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공격을 팀이 함께 펼쳐야 한다. 축구는 선수 개개인이 상대 선수들을 1번 제친다고 해서 점수가 오르는 스포츠가 아니다. 중국은 수비를 팀으로 뭉쳐서 펼치는데, 한국은 제각각 공격을 펼쳤다. 아무리 한국 선수의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고 한들 중국 선수 모두를 이길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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