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수비도 강하다. 올 시즌엔 이용찬 홍상삼 김명신 등의 가세로 불펜까지 한층 단단해졌다. 또 한 가지, 주전 선수 한둘이 빠져도 그 자리를 메꿀 수 있는 좋은 백업 요원들을 여유 있게 안고 있다.
때문에 김태형 두산 감독은 10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가장 행복한 감독으로 꼽힌다. 어느 감독은 "고민이야 왜 없겠나. 다만 다른 감독들과 달리 행복한 고민이 많은 것이 차이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감독도 고민이 없을 수 없다. 행복한 고민도 있지만 문득문득 찾아오는 불안감에 자다가 깨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새벽녘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중간에 깨는 일이 많다. 불안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의 가슴을 억누르고 있는 부담감의 실체는 무엇일까.
부상? 그건 두 번째 문제다. 감독이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에 두렵기는 하지만 실체가 있는 고민은 아니다. 아직 이렇다 할 아픈 선수도 없다.
김 감독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불안감의 실체는 바로 '커리어 하이'다.
커리어 하이는 말 그대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뜻한다. 지난해 두산 선수들은 대부분 생애 최고의 성적을 냈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는 데 감독은 왜 불안한 것일까.
김 감독은 바로 그 지점이 고민의 시작이라고 했다. 너무나들 잘해 줬기에 모두에게 욕심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이 갖고 있는 불안감의 실체다.
김 감독은 "3할3푼이 커리어 하이였던 선수는 3할5푼을 치고 싶어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야구가 늘 그렇게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3할1푼을 치고 있어도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다. 그 부담감이 곧 슬럼프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감독 처지에선 충분히 잘해 주고 있는데 선수들은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문제를 신경 쓰다 보면 장점마저 가려진다. 많은 선수들이 생애 최고 성적을 내면 그 이후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생애 최고 성적을 낸 선수가 이듬해 그 이상의 성적을 낸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커리어 하이'라는 말은 이미 과거형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이 가지려다 실패하게 된다. 김태형 감독이 불안감을 갖고 있는 이유다.
더 잘해 보겠다는 노력은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결과가 꼭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다 해서 노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맘처럼 풀리지 않는 것이 야구다. 수학처럼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100의 노력에 50을 더했다고 해서 50만큼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커리어 하이를 찍은 선수들은 이 법칙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때문에 자신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다른 선수들에 비해 타격이 클 가능성이 있다.
완벽해 보이는 김태형 감독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잘했던 과거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두산 선수들이 감독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는 형체 없는 걱정거리를 덜어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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