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아티스타 다시태어나다'에서 갤러리 대표 재범 역을 연기한 배우 박정민. 제공|샘 컴퍼니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큰 범주 안에서 볼 때 모든 이들은 아티스트다. 자신의 일, 그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예술가로 살아간다. 아티스트가 되기는 어렵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스스로 아티스트라고 믿는다면 어디에서도 아트(예술)를 하며 살아갈 수 있다.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미술계 이야기를 담았다. 이름 없는 화가,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한국으로 돌아온 화가 지젤(류현경 분)의 이야기와 함께 그를 진정한 아티스트로 포장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안에서 언제나 충돌하고, 출돌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이상과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박정민은 영화에서 아티스트를 통해 진짜 예술을 만들어내고 싶은 아티스트, 갤러리 대표 재범 역을 맡았다. 그는 고민했던 지점과 맞닿아 있는시나리오에 끌렸고, “모두가 아티스트라는 말에 동의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고,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다.

배우로서 내가 가진 신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현실과 늘 충돌한다. 그런 부분들을 이야기하는 작품 같다. 지젤도, 재범도 나름의 소신이 있는 예술가다. 하지만 현실에 부딪히고, 지젤은 양심의 범주 안으로 돌아오려고 하고, 재범은 너무 먼 곳으로 벗어나고 만다. 실제 삶이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보통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책임을 지며 살아간다. 그런 지점들이 시나리오에 보였다.”

갤러리 대표인 재범은 어린 나이지만 타고난 이 있다. 그 능력을 믿고 할 말은 다 하고 살아가는 아티스트다. 자신이 선택한 그림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을 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까지 지녔다. 하지만 욕망에 사로잡히고, 양심까지 버리게 된다.

재범은 상황이 만든 괴물이다. 지젤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드디어 내가 생각했던 작가와 작품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작품을 세상에 내보내려고 하는데, 그녀가 죽고 상실감에 빠졌을 것이다. 지젤을 위대한 아티스트로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그림 값을 올리는데, 마지막 선물이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 않나.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낸 괴물인 것이다.”

▲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다 도피 유학까지 떠올렸다는 박정민. 제공|샘 컴퍼니

본질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현실과 이상, 이상과 현실. 이 두 가지가 잘 맞으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박정민 역시 연기를 하고 싶어 연기를 시작했고, 연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데뷔를 하니 다른 것들을 신경 써야 할 일이 생기기도 했다.

정말 연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데뷔를 하니 아니더라. 날 바라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내 욕심과 충돌하기도 했다. 가끔은 타협을 해야 한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작품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시행착오를 겪었다. 돌이켜 보면 처음 내 생각이 내 성향과 가장 맞는 것 같다.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하.”

도피유학이라는 자극적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 파수꾼을 통해 호평을 받았고, 그렇게 소망하던 연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주’에 들어가기 전, 연기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여기서 도피유학이 나왔다.

유학은 아니고, 도피가 맞다. 너무 힘들었다. 그때는 정말 도망가고 싶었다. 과거 일이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스스로가 배우를 하기엔 어려운 성향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나약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때 정말 유학을 갔다 해도, 돌아와서 다시 연기를 하고 있을 것 같다. 가서도 별 것 없구나를 느끼고 돈만 쓰고 돌아왔을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정말 하고 싶은 연기를 하는 중간에 나약한 생각이 들었고, 도피까지 고민했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지점도 비슷했다. 지젤은 소원했던 전시회를 열게 됐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표정이 밝진 않다. 어쩌면 언제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 왔는지도 모른다.

그 장면이 가장 공감이 됐다. 영화 전설의 주먹에 정말 출연하고 싶었다. 오디션을 다섯 번 정도 보고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불안하더라. 영화를 준비하면서 다 털어 버리긴 했다. 내가 갈망하던 것이 이뤄졌을 때,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과연 이게 맞나?’라는 불안감이 생기는 것 같다.”

▲ 박정민은 연기자로서 작품마다 고민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제공|샘 컴퍼니

고민의 연속이다. 배우로 살아가는 것은 고민을 하고 또 해도 해결이 나진 않는다. 어느 정도 해소가 됐냐는 물음에 아마도 죽을 때까지 하지 않을까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를 찍을 때 뿐만 아니라 작품마다 드는 고민이었다.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입을 통해,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할 지에 대한 고민도 포함이다. 이런 고민이 좋은 배우 박정민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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