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글 조영준 기자, 영상 정찬 기자] 2016~2017 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남녀부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웃은 팀은 정규 리그 1위 팀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20점을 넘은 뒤 집중력에서 앞선 팀이었다.

25일 열린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웃은 팀은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에 완승한 현대캐피탈을 가볍게 3-0(27-25 27-25 25-22)으로 눌렀다. 흥국생명은 24일 진행된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IBK기업은행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25-13 20-25 25-22 13-25 15-13)로 이겼다.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은 세트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상대를 제압했다. 대등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1~2점은 매우 중요하다. 세트 내내 잘해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면 승자가 되지 못한다. 냉엄한 승부의 법칙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 김학민(왼쪽)과 이재영 ⓒ 한희재, 곽혜미 기자

가스파리니-김학민 콤비의 결정타, 현대캐피탈 추격 의지 꺾어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맞붙은 챔피언 결정전 1차전 1, 2세트는 한 치의 앞도 알 수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현대캐피탈은 믿었던 팀의 기둥 문성민(31)이 부진했지만 최민호(29)가 맹활약하며 대한항공을 긴장하게 했다.

이 경기의 승부는 1세트 현대캐피탈이 24-23으로 앞선 상황에서 가려졌다. 송준호(26)의 공격이 대한항공 코트에 떨어지며 현대캐피탈이 1세트를 따내는 듯 여겨졌다. 그러나 박기원(66)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그는 송준호가 공격하기 전, 그의 오버네트를 지적했다. 송준호는 한선수(32)와 네트를 사이에 두고 볼 다툼을 했다. 박 감독의 요청은 비디오 판독으로 이어졌고 송준호의 오버네트가 인정됐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꿨다. 24-24 듀스를 만든 대한항공은 김철홍(36)의 블로킹과 김학민(34)의 연속 득점으로 1세트를 따냈다.

▲ 2016~2017 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스파이크하고 있는 김학민 ⓒ 한희재 기자

이 상황에서 박 감독은 "송준호의 손이 네트를 넘어온 것을 확실하게 봤다. 비디오 판독을 할 때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아깝게 1세트를 놓쳤다. 그러나 2세트에서 선전하며 25-25까지 대등한 경기를 했다. 문제는 마무리였다. 문성민 대신 해결사로 송준호의 공격은 진상헌의 블로킹에 막혔다. 현대캐피탈은 다시 한번 송준호에게 기회를 줬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공격 기회를 얻은 대한항공은 곽승석(29)이 세트를 끝내는 공격 득점을 올렸다.

1세트에서 해결사 소임을 톡톡히 해낸 김학민은 "현대캐피탈이 플레이오프에서 올라오며 분위기가 좋게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개의치 않고 집중력을 잘 발휘했다. 20점이 넘은 상황에서 우리가 집중력이 더 뛰어났던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흥국생명, '강심장' 이재영 있었기에 1차전 승리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은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공통점은 한국 여자 배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들이 있다는 점이다.

김희진(26)과 박정아(24, 이상 IBK기업은행)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선과 본선에서 주전으로 뛰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재영(21, 흥국생명)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한층 성장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이들은 소속 팀의 유니폼을 입고 정면대결했다. 1차전의 승자는 해결사 소임을 해낸 이재영이었다.

이재영은 1차전에서 24점 공격 성공률 40.35%를 기록했다. 김희진은 19점에 공격성공률 45%를 기록했고 박정아는 18점에 27.45%에 그쳤다. 김희진은 매디슨 리쉘(24, 미국, IBK기업은행)과 경기 내내 팀 득점을 책임졌다. 이재영과 리쉘은 마지막 5세트에서 해결사 경쟁을 펼쳤다.

리쉘은 좀처럼 승부를 결정짓는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이재영은 대범한 공격으로 IBK기업은행 코트에 볼을 내리꽂았다.

이재영은 "5세트 막판 전위에 있었던 것이 저는 좋았다. 이런 상황에서 부담을 느꼈던 것은 한번도 없었고 느낄 순간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다. 그냥 재미있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했다"며 밝게 웃었다.

▲ 2016~2017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환호하는 이재영 ⓒ 곽혜미 기자

남은 경기도 20점 이후 득점 능력이 승패 중요한 열쇠

세트 막판에는 각 팀의 에이스들에게 볼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박미희(53) 흥국생명 감독은 "결정적일 때 해주는 이가 에이스다. 그런 점에서 이재영이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대한항공의 김학민과 가스파리니도 자기 소임을 다했기에 팀이 1차전에서 이길 수 있었다.

승부를 가리는 상황에서 팀 에이스의 해결 능력은 매우 크다. 주공격수의 득점 능력은 물론 블로킹과 서브 득점도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하나의 변수는 남자부 1차전에서 나타난 판정이다. 이런 요소는 복합적으로 나타나지만 중요한 것은 집중력에서 앞선 팀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주공격수의 득점 능력이 절실하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주공격수는 중요한 상황에서 볼이 올라가면 마무리해줘야 한다"며 "(리쉘은)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지금까지 해준 것과 비교해 한참 떨어졌다"며 아쉬워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문성민이 그 중요한 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배구 인생을 위해서라도 문성민이 꼭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26일 열리는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2차전과 27일 예정된 남자부 2차전도 세트 막판 싸움이 중요하다. 주공격수의 득점 능력과 집중력이 앞선 팀이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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