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웅은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차고 펑펑 울었다. ⓒ랭크5 정성욱 편집장(www.rank5.kr)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기쁨의 눈물이었다.

지난 18일 서울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TFC 14에서 김재웅(23, 익스트림 컴뱃)은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차고 하염없이 울었다. 임재석 관장과 세컨드들을 끌어안고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예상치 못한 그림이었다. 5연승의 최승우(24, MOB)가 타이틀을 손쉽게 방어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도전자 김재웅은 경기 시작 36초 만에 최승우를 눕히고 벨트의 새 주인이 됐다. 최승우의 오른쪽 팔꿈치를 살짝 피하면서 던진 오른손 카운터펀치가 제대로 들어갔다. 충격에 쓰러진 최승우에게 파운딩 연타를 퍼붓자 이남호 심판이 경기를 중단했다. 찰나의 순간에 승패가 갈렸다.

김재웅은 케이지 인터뷰에서 "이 승리를 아버지께 바친다"고 외쳤다. 

김재웅은 금빛 챔피언벨트를 매고 백스테이지 인터뷰실에 들어와 환하게 웃었다.

"긴장을 거의 안 했다. 최승우의 공격이 다 보였다. 사실 판정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람들은 내가 진다고 했다. 내 실력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쁨 뒤 다른 감정을 감추고 있었다. "케이지 위에서 승리 후 왜 그렇게 많이 울었냐?"고 묻자 많은 생각이 오갔는지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눈물을 쏟았다.

그것은 분명 슬픔의 눈물이었다.

"꿈에 그리던 벨트를 갖게 돼 너무 기뻤다. 아버지가 간암 말기라서 수술도 못하는 상태"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택시 기사를 하셨다. 어머니도 편찮으셔서 혼자 우리 남매를 먹여살리셨다. 그전에 아버지는 한 번도 아프신 적이 없었다. 처음 병원에 갔는데 간암 말기라고 했다. 아프다는 말 한 마디 안 하시고 병원도 안 가셨는데, 그땐 이미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

김재웅은 흐느꼈다. 파이터의 길을 가겠다는 아들을 묵묵히 응원하던 아버지가 병마와 싸우고 있으니 그는 반드시 이겨야 했다.

"3개월 선고를 받았다. 같이 산을 오르면 헉헉거리셨는데 이젠 정상도 다 올라가시고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 아들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곧 죽을 수 있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았을 때 아버지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난 그런 상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 이겨 내는 걸 꼭 보여 드리고 싶었다."

▲ 김동현, 방태현, 김재영, 곽관호 등 많은 스타 파이터들이 김재웅 아버지의 쾌유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TFC 제공

김재웅은 2012년 파이터가 됐다. 싸움꾼 기질이 다분한 타격가다. TFC에서 구영남과 이민구에게 이겼고 2014년 5월 김동규에게 KO로 진 뒤 군대에 다녀왔다. 지난 1월 복귀전에서 홍준영에게 KO로 이기고 타이틀 도전권을 받았다.

TFC 페더급은 챔피언이 자주 바뀌고 있다. 초대 챔피언 최영광, 2대 챔피언 이민구, 3대 챔피언 최승우까지 타이틀 방어에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천금 같은 기회를 잡은 김재웅은 첫 타이틀을 차지하고 "이제 챔피언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것은 자신과 약속, 그리고 아버지와 약속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진짜 아프다는 내색 한 번 안 하셨다. 열심히 일만 하셨다. 여태까지 아버지와 여행 한 번 못 갔다. 이제 아버지와 계속 같이 여행을 다니고 싶다"며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기쁨의 눈물, 그것은 또 슬픔의 눈물이었다. 그리고 희망의 눈물이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