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민규 칼럼니스트]’괴물류현진이 서서히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아니, 시범경기 성적만으론 이미 예전의 기량을 모두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류현진은 지난 22(이하 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안타 하나만을 내주고 4이닝 동안 실점없이 탈삼진 2개를 잡아내며 좋은 투구를 했다. 4회 말에는 2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적시타를 치며 현재 몸  상태가 쾌조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2013년의 폼으로 돌아온 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 기쁘다라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류현진이 기록한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92마일로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치곤 나쁘지 않았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체인지업과 커브를 비롯한 변화구가 패스트볼과 상당한 구속 차를 보였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스트라이크 존 바깥을 중심으로 밀워키 타선을 잘 공략했다는 점이다. 류현진 본인 역시 2013년 시즌과 비슷한 느낌이라며 자신의 투구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올 시즌에 앞서 LA 다저스의 선발 뎁스차트에 이름을 올린 투수는 모두 8. 그러나 스캇 카즈미어는 지난 7, 왼쪽 엉덩이 부위 통증으로 인해 정규 시즌 준비가 늦어져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이 84마일 정도에 그치고 있다. 또한 다저스의 미래라 불리고  있는 훌리오 유리아스는 최근 투구 컨디션이 좋지 않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팀 내부에서 그의 투구 수 관리를 시작했기 때문에 선발투수로서 시즌을 시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확정지은 투수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리치 힐, 마에다 켄타 뿐이다. 4, 5선발 자리가 공백인 상황에서 류현진의 선발 로테이션 재진입은 매우 긍정적이다. 카즈미어와 유리아스가 빠지며  경쟁자가 브랜든 맥카시와 알렉스 우드로 압축되었기 때문. 이번 시범 경기에서 맥카시가 평균자책점 4.85(13이닝)로 성적이 가장 좋지 않은 반면 류현진(1.00ERA/9이닝)과 우드(3.18ERA/11.1이닝)는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몸값을 우선으로 선수 기용을 한다. 부상과 같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를 우선으로 기용한다. 올 시즌 류현진은 맥카시(1150만 달러)보다는 적지만 우드(280만 달러)보다는 많은 783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이로 인해 선발진 탈락이 유력해진 선수는 다름아닌 우드다). 때문에  적지 않은 연봉과 훌륭한 시범 경기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은 이미 커쇼--마에다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안정권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합적으로 다저스의 4, 5선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투수가 류현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로버츠 감독은 아직까지 4, 5선발 투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이 명심해야 할 점은 시범 경기 동안 그가 상대한 타자들 대다수가 정규 시즌에 주전으로 나설 만한 선수들은 아니었고 카즈미어와 맥카시가 부상없이 막판에 좋은 투구를 한다면 이들의 더 높은 연봉으로 인해 선발 후보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 하더라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된다.

 

류현진의 부상에 대한 여러가지 원인

 

2015년 시즌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아시아 선발투수들에게 있어 위기의 한 해였다. 한 시즌을  오롯이 소화해낸 아시아 투수는 한 명도 없었을 뿐더러 사이영상 후보로 꼽히던 다르빗슈 유 역시 그해 3 18, 토미존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되었다. 류현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당초 류현진은 부상자 명단(DL)에 두 번이나 오르며 2014년 시즌을 일찍 마무리했다. 그리고 2015 5, 결국 류현진은 어깨 수술을 받고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시즌을 접고 말았다.

 

류현진이 시즌 아웃되자 그의 어깨 부상에 대한 여러가지 원인이 제기되었다.

 

류현진의 어깨는 과부하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인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에도 많은 공을 던졌다. 2004년 토미존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류현진은 KBO리그 데뷔  첫 해였던 2006년 한 시즌 동안 3020구의 공을 던졌다. KBO리그에 활약한 7년간 류현진은 총 19801(연평균 2829)의 공을 던진 바 있다.

 

 

본래 류현진의 트레이드 마크는 체인지업이었다. 그러나 2014, 체인지업을 줄이고(22.4%17.9%) 슬라이더의 구사율을 높인(14.1%15.4%) 류현진은 FIP와 탈삼진 비율, 볼넷 비율 등 모든 면에서 2013년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기존의 그가 던지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슬라이더였다. 평균 구속 84.5마일, 최고 구속이 90.2마일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빠른 슬라이더였으며 수직 무브먼트 또한 위로 더 많이 휘는  움직임을 보였다(0.852.49).

 

슬라이더는 어깨와 팔꿈치에 많은 무리를 주는 구종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어깨와 팔꿈치에 가장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은 빠른 구속의 패스트볼이라고 밝혀졌다. 그러나 슬라이더는 패스트볼만큼 강하게 던져야 하는 구종이며 미국야구협회에서는 여전히 슬라이더에 대한 경고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시즌 중, 체인지업이  공략당하자 짧은 기간 동안 슬라이더의 구사율을 높였다. 또한 기존의 슬라이더와는 다르게 변화를 주기 위해 어깨 각도를 틀어서 던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어깨의 무리를 줬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눈여겨볼 만한 새로운 주장도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류현진의 오른쪽 엉덩이 부상. 20148 14, 류현진은 애틀랜타 브레이브를 상대로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6회 말, 오른쪽 엉덩이 부상을 당했었다. 당시 류현진은 멜빈 업튼 주니어를 상대로 9번째 공을 던진 후 오른쪽  엉덩이 부위에 통증을 느끼고는 곧바로 트레이너를 불렀고 결국 그대로 교체된 바 있다.

 

우리 몸의 근육은 서로 연쇄적인 유기체라 할 수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사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 오른손을 좌뇌가 관리하는 것과 같이  오른쪽 하체 근육과 코어 그리고 등은 왼쪽 어깨와 연결되어 있다. 모든 부상은 전조 증상을 드러내기  마련인데 류현진의 오른쪽 엉덩이 부상이 바로 그것이라는 주장이다. 2015년 미국 스포츠 컨벤션에 따르면  골반과 코어 파워가 22% 떨어지면 어깨 회전력을 34% 증가시켜야  어깨와 팔꿈치의 가동 범위가 회복된다고 한다. 결국 류현진의 골반과 코어 파워가 떨어지면서 어깨와 팔꿈치의  회전력을 늘릴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어깨와 팔꿈치 부상이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류현진의 첫 번째 과제, 꾸준함을 증명하라

 

부상에서 회복하고 돌아온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첫 번째 과제는 무엇일까. 바로 경기에 꾸준히 뛸 수 있는 몸 상태임을 보여줘야 한다. 류현진 또한 건강하고 꾸준하게 경기에 등판할 수 있고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2011, ‘저널 오브 어슬레틱 트레이닝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류현진과 같은 관절와순 수술을 받고 메이저리그 복귀에 성공한 투수는 통산 216승의 커트  실링과 현재 뉴욕 양키스에서 뛰고 있는 마이클 피네다 뿐이다. 이 밖에 라몬 마르티네스, 롭 넨, 마크 프라이어, 벤  시츠 등 많은 뛰어난 투수들이 어깨 수술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하고 말았다.

 

어깨 수술을 받고 돌아온 투수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속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들의 경우 수술을 받고 복귀한 이후의 구속이 그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어깨 수술을 받고 돌아온 투수들은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약 1~2마일 갸량 하락했다. 아직  시범 경기 기간에 불과하지만 류현진 또한 패스트볼의 구속이 확실히 예년보다 떨어진 상태다.

 

 

프로 구단에 오래 몸담았던 한 트레이너는 어깨 수술 후 2, 3년간 열심히 재활했을 경우 성공적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골반 파워와 코어, 반대쪽 어깨 등 균형적으로 재활에 임했다면 복귀  후에도 좋은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 정규 시즌이 시작되면 트레이너들이 세세한 관리를 하기 힘들며  모든 부상은 한 번씩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위기가 왔을 경우 그냥 지나치지 않고 본인 스스로  몸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근력과 유연성 등 보강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전조 증상을 무시하지 마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구속이 잘 회복되지 않는 어깨 수술의 특성상 앞으로의  류현진의 투구는 지난날과 다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현재의 류현진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험난한 경쟁  속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과연 올 시즌, 류현진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제 남은 것은 정규 시즌에서의 류현진의 활약을 기다리는 일 뿐이다.

 

※ 참조 : baseball-reference,  fangr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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