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웅은 시범경기에 6번 나왔다. 첫 주 원정 경기는 전부 빠졌다. 양상문 감독은 "아직 컨디션이 덜 올라왔다"면서도 "이천웅이 오면 2번 타순에 들어갈 수 있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천웅은 "캠프에서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했는데 저보다 더 잘 준비한 선수들이 많았다. 작년에도 그렇고 늘 2월이 컨디션이 떨어질 때다. 갈수록 방망이가 안 맞아서 고민이 많아졌다. 안 나던 두드러기가 나더라"며 캠프부터 뜻대로 마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캠프를 준비하면서 정한 목표가 생각보다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작년에는 바깥쪽 변화구, 체인지업에 자주 당해서 그 점을 보완하려고 했다. 많이 밀어치려고 노력했는데 그러다 보니 장점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삼진을 덜 당하자는 생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랬더니 반대로 소극적으로 치게 됐다. 지금은 조금씩 좋아지는 중이다. 코치님도 작년보다 안정적이라고 하시고, 뭘 바꿨는지 물어보시더라. 그대로 말씀을 드렸더니 좋게 봐주셨다"고 말했다.
이천웅은 "이천에서는 신경식 타격 코치님과 거의 붙어 지냈다. 딱 하나, '결을 만들라'는 지시만 하셨다. 그걸 일주일 붙잡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타구 질이 좋아졌다. 찍어서 치지 말고, 공이 오는 대로 받아치라는 의미다. 맞는 면이 넓어지면서 라인드라이브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26일 두산전에서는 9회 2사 이후 홈 송구로 경기를 끝냈다. 중계는 되지 않았지만 1만 명이 넘는 팬이 지켜봤다. 이천웅은 "코치님 지시로 전진 수비를 했다.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타구라 홈까지 노바운드로 던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송구가 정말 부정확한 편인데 갑자기 그런 게 나와서 다들 놀랐다. 운 좋게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가볍게 답했지만, 강한 어깨는 이천웅의 큰 무기다.양상문 감독은 우선 개막전에는 선발투수 3명만 넣고 야수를 더 많이 올릴 계획이다. 외야수는 많으면 8명까지 생각하고 있다. 다음 달 4일 홈개막전부터 선발투수 5명이 모두 등록되면 외야에서 2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천웅은 "다들 자기 자리가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채)은성이까지도 그렇다. 누가 퓨처스팀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고, 항상 준비해야 한다"며 "감독님이 기회를 안 주는 건 아니다. 많이 주고 있다. 미국에서부터 확실히 해야 했는데 제대로 못 해서 죄송한 마음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앞으로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