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이천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자리가 애매한 선수들에게는 지금쯤이 매우 민감한 시기다. 개막 엔트리 등록 여부가 결정되는 때. 넓게 보면 한 팀의 주전임을 공인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LG 외야수들에게는 더욱 그럴 수 있다. 누가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이천웅은 다른 선수들에게 뒤처지는 걸 걱정하면서도 "시즌은 길다"며 100% 기량을 발휘할 그때를 기다렸다.

이천웅은 시범경기에 6번 나왔다. 첫 주 원정 경기는 전부 빠졌다. 양상문 감독은 "아직 컨디션이 덜 올라왔다"면서도 "이천웅이 오면 2번 타순에 들어갈 수 있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천웅은 "캠프에서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했는데 저보다 더 잘 준비한 선수들이 많았다. 작년에도 그렇고 늘 2월이 컨디션이 떨어질 때다. 갈수록 방망이가 안 맞아서 고민이 많아졌다. 안 나던 두드러기가 나더라"며 캠프부터 뜻대로 마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캠프를 준비하면서 정한 목표가 생각보다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작년에는 바깥쪽 변화구, 체인지업에 자주 당해서 그 점을 보완하려고 했다. 많이 밀어치려고 노력했는데 그러다 보니 장점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삼진을 덜 당하자는 생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랬더니 반대로 소극적으로 치게 됐다. 지금은 조금씩 좋아지는 중이다. 코치님도 작년보다 안정적이라고 하시고, 뭘 바꿨는지 물어보시더라. 그대로 말씀을 드렸더니 좋게 봐주셨다"고 말했다.

이천웅은 "이천에서는 신경식 타격 코치님과 거의 붙어 지냈다. 딱 하나, '결을 만들라'는 지시만 하셨다. 그걸 일주일 붙잡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타구 질이 좋아졌다. 찍어서 치지 말고, 공이 오는 대로 받아치라는 의미다. 맞는 면이 넓어지면서 라인드라이브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 이천웅과 한혁수 코치 ⓒ 한희재 기자
26일 두산전에서는 9회 2사 이후 홈 송구로 경기를 끝냈다. 중계는 되지 않았지만 1만 명이 넘는 팬이 지켜봤다. 이천웅은 "코치님 지시로 전진 수비를 했다.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타구라 홈까지 노바운드로 던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송구가 정말 부정확한 편인데 갑자기 그런 게 나와서 다들 놀랐다. 운 좋게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가볍게 답했지만, 강한 어깨는 이천웅의 큰 무기다. 

양상문 감독은 우선 개막전에는 선발투수 3명만 넣고 야수를 더 많이 올릴 계획이다. 외야수는 많으면 8명까지 생각하고 있다. 다음 달 4일 홈개막전부터 선발투수 5명이 모두 등록되면 외야에서 2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천웅은 "다들 자기 자리가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채)은성이까지도 그렇다. 누가 퓨처스팀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고, 항상 준비해야 한다"며 "감독님이 기회를 안 주는 건 아니다. 많이 주고 있다. 미국에서부터 확실히 해야 했는데 제대로 못 해서 죄송한 마음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앞으로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