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효하는 김사니(가운데)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5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저력이 돋보였다. IBK기업은행 맏언니 김사니(36, 세터)와 남지연(34, 리베로)은 정신적 지주로 활약하며 지친 동생들을 이끌었다.

기업은행은 28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21-25, 25-20, 24-26, 25-21, 15-8)로 역전승했다. 매디슨 리쉘이 42득점 맹공격을 퍼부었고 박정아 23점, 김희진과 김미연은 11점씩 보태면서 리쉘의 부담을 덜었다. 기업은행은 1패 뒤 2연승을 달리며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섰다.

경기 초반 선수들의 몸놀림이 둔했다. 지난 18일부터 약 열흘 동안 플레이오프 3경기와 챔피언 결정전 2경기를 치르면서 22세트를 뛴 여파가 있었다. 기업은행은 1세트를 내주며 흥국생명에 끌려가는 듯했다.

김사니와 남지연이 선수들을 격려했다. 김사니는 허리 통증으로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지만, 이고은이 흔들릴 때마다 코트에 들어가 중심을 잡았다. 남지연은 흥국생명 쌍포 타비 러브와 이재영의 공격 길목을 지키면서 쉴 새 없이 공을 걷어 올렸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칭찬했다. 이 감독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이길 수 있었다. 3세트에 치고 나가는 흐름에서 내줬는데, 사실 이런 경우 흐름을 뺏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선수들이 챔프전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어려운 순간에도 끝나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고 냉정하게 헤쳐나가는 멘탈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남지연은 "저희가 어렵게 올라왔는데 '꾸역꾸역 잘 올라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왔으니까 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한 거 같다"고 했다.

▲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우승을 욕심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곽혜미 기자
김사니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해 공을 배분하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김사니는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고 해도 (체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있다. 컨디션 보면서 올리려고 하고, 기회에 공이 왔을 때 컨디션 좋은 선수한테 올려 줘서 회복하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포스트시즌을 처음 경험하는 김미연은 언니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미연은 "경기 전에 제가 조용하게 있으니까 (김)사니 언니, (남)지연이 언니가 말도 많이 걸어 주시고, 괜찮다고 해 주셔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챔프전 자체가 저는 처음이라 모든 게 생소하다. 팀은 우승을 많이 해서 큰 경기에 강하고 집중력이 좋은 거 같다"고 덧붙였다.

남지연은 코트 안에서 외국인 선수 리쉘까지 챙기며 큰 언니 노릇을 했다. 남지연은 "잔소리를 많이 한다. 리쉘에게 자리 어디를 지키라고 이야기하는데, 늘 같은 말을 반복해도 잘 들어 준다. 감독님께서 리쉘을 혼내면 잊어버리라고 다독이기도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욕심내지 않고 동생들을 이끌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사니는 "4차전에서 끝내면 좋겠지만, 욕심부리면 안 된다. 저희는 늘 '입방정 떨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선수들끼리 약속이다. 모두가 우승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는다. 우승은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힘줘 말하며 늘 해왔듯이 경기를 풀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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