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의 홀렌 로페테기 감독.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강호 프랑스와 친선경기에서 스페인의 로페테기호가 '실험'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스페인은 29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프랑스를 2-0으로 완파했다. 다비드 실바의 페널티킥 선제골과 헤라르드 데울로페우의 추가 골을 기록한 스페인이 적지에서 미소를 지었다. 로페테기호 출범 이후 8경기 무패(6승 2무) 상승세도 이어갔다.

△'실험' 택한 선발 라인업

친선경기에 나선 양 팀의 키워드는 '실험'이었다. 스페인은 직전 이스라엘전과 비교해 4명의 변화가 있었는데 4명 중 3명이 공격수였다. 디에고 코스타, 실바, 비톨로를 대신해 알바로 모라타, 이스코, 페드로가 스리톱을 구성했다. 나머지 한 자리 변화는 미드필더였다. 볼을 소유하고 패스에 능한 티아고 알칸타라를 대신해 코케를 투입했다. 훌렌 로페테기 스페인 감독은 다양한 공격 카드를 실험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 로페테기 감독이 실험하기 위해 선발한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오른쪽).

△전방압박+다이렉트 플레이, 역동성 살아난 스페인

2014 브라질 월드컵과 유로 2016에서 실패하면서 스페인은 로페테기 감독을 선임했다. FC 포르투에서 빠른 공·수 전환을 바탕으로 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던 로페테기 감독은 스페인을 한층 젊고 역동성 있는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로페테기호는 '티키타카'로 대변되는 점유 축구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볼 소유에 집중하지만 볼을 전방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후방에서 한 번에 롱패스를 시도하는 장면도 여러 번 눈에 띄었다.

공격 진영에선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했다. 전반 28분 전방 압박을 통해 볼을 탈취한 스페인은 페드로와 이니에스타 두 명만으로 위협적인 슈팅을 만들었다.

다만 전반전 스페인은 프랑스가 전체적인 라인을 후방에 집중하면서 많은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실험을 위해 새롭게 구성한 모라타, 이스코, 페드로 스리톱 조합 역시 호흡이 맞지 않았고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개인 능력만 돋보였다.

▲ 로페테기 감독의 새로운 공격 옵션 데울로페우(오른쪽).

△다양한 공격 옵션 투입, 결과를 쟁취한 로페테기

후반 시작과 함께 티에무에 바카요코를 투입하면서 프랑스의 흐름이 살아났다. 후반 2분 앙투앙그리즈만이 라방 쿠르자와의 크로스를 받아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주심이 비디오 판독을 거쳐 득점은 취소됐다. 로페테기 감독은 볼 점유에 어려움을 겪자 실바와 티아고 알칸타라를 동시에 투입해 점유율을 회복했다.

후반 21분엔 페드로를 대신해 데울로페우를 투입했다. 한때 바르셀로나 라마시아의 최고 유망주였던 데울로페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실패한 이후 이탈리아 세리에A로 무대를 옮겨 폼을 회복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후안 마타와 세르지 로베르토 옵션도 있었지만 데울로페우를 3월 스페인 대표 팀 명단에 과감히 선발했다. 데울로페우는 스페인에서 드물게 스피드로 측면을 붕괴시킨 이후 크로스를 올리는 윙어 유형의 선수다.

로페테기 감독은 대표 팀 부임 이후 첫 대표 팀 선발 당시에도 "우리는 현재의 스쿼드를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상대할 팀은 각기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안이 필요하다"는 말로 6명의 각기 다른 유형의 공격수를 선발해 실험했다.

데울로페우는 투입과 함께 부지런히 움직였다. 특히 로랑 코시엘니와 쿠르자와의 사이 공간을 공략했다. 바카요코의 백패스를 가로채 코시엘니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후반 32분엔 자신이 직접 팀의 두 번째 득점을 성공시켰다. 2년 10개월 만에 치른 대표 팀 복귀전에서 데울로페우는 스페인의 새로운 공격옵션 가능성을 증명했다.

▲ 안데르 에레라(왼쪽)과 데울로페우 모두 로페테기호의 새로운 핵심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미래가 기대되는 팀

로페테기 감독은 선제골 이후 안데르 에레라를 투입했고 사실상 2-0으로 승부가 갈리자 이아고 아스파스, 나초 페르난데스를 그라운드에 내보내 컨디션을 점검했다. 프랑스가 만회 골을 위해 총공세를 펼치면서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지만 로페테기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경쟁체제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스페인은 이번 친선 경기에 앞서 이스라엘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전이 있었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좀 더 주전급에 가까운 코스타, 실바, 티아고를 선발출전시켜 4-1 대승을 거뒀다. 오히려 강팀 프랑스와 친선경기를 오히려 실험의 장으로 삼았다. 약팀보단 강팀과 경기에서 보완할 점을 명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을 연이어 제패하며 황금기를 구가했지만 이제는 정점에서 내려왔다. 로페테기 감독은 정점에서 내려온 스페인을 다시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회귀시킬 임무를 맡았다. 프랑스전에서 보여줬듯이 로페테기호는 올바른 방향으로 순항하고 있다.


[영상]스페인의 '현재와 미래', 이니에스타-데울로페우 프랑스전 활약상. ⓒ임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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