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리 슈틸리케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 준 선수 기용은 '0점'이었다.

한국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7차전 시리아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한국은 4승 1무 2패 승점 13점으로 2위를 지켰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기존에 슈틸리케를 괴롭힌 전술 부재 문제 외 선수 기용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첫 번째 고명진(알 라이얀)의 오른쪽 측면 기용이다. 슈틸리케는 기존의 4-2-3-1에서 변화를 준 4-1-4-1형태로 나섰다. 평소에는 기성용과 짝을 맞춰 2명으로 중원을 꾸리고 그 앞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출전시켰다. 하지만 이날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고 공격적으로 나서야 해 수비적 위치에 기성용만 배치하고 그 위에 구자철과 남태희(레퀴야), 양쪽 날개에 손흥민(토트넘), 고명진을 내보냈다. 기성용의 수비 부담이 커졌지만 6경기에서 2골 밖에 넣지 못할 정도로 득점력이 빈약한 시리아였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이 포메이션 변화의 의도는 좋았지만 오른쪽 측면에 배치된 고명진 카드는 완전히 실패했다. 고명진의 주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다. 앞선 중국전에서도 기성용(스완지)과 짝을 맞춰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도 가능하지만 선수가 제 몫을 할 수 있는 포지션에 배치하지 않았다.

고명진의 깜짝 측면 기용 실패는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고명진은 좀처럼 새로운 자리에 적응하지 못하며 겉돌았다. 크로스나 돌파가 날카롭지 못했고 공격에 활로를 뚫지도 못했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공격은 손흥민이 있는 왼쪽 측면에 치우쳤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왼발을 잘 쓰는 고명진을 오른쪽에 배치해 중앙에서 돌파하는 황희찬(잘츠부르크)에게 많은 패스를 주려는 의도였다"며 고명진을 기용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고명진은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황희찬에게 좋은 패스를 주지 못했다. 황희찬과 고명진이 콤비로 공격 기회를 만드는 장면이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먼저 골을 넣은 후 시리아의 반격이 심해지자 고명진을 다시 중앙으로 돌렸고 후반 8분 한국영(알 가라파)과 교체했다. 슈틸리케의 용병술이 완벽하게 실패한 증거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대로 왼발을 잘 써 황희찬에게 좋은 패스를 주려했다면 굳이 중앙 미드필더 고명진을 측면에 기용할 이유가 없었다. 한국 선수들은 대체로 양발을 자유자재로 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부임할 당시 "선수들이 양발을 자유롭게 써 놀랐다"라고 말할 정도로 양발 사용이 가능한 선수들이 많다. 시리아전에서 중앙에 기용된 남태희도 양발을 사용한다. 평소 측면 공격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좌우 측면은 물론 중앙 기용도 가능한 김보경(전북)도 있었지만 슈틸리케는 고명진을 고집했다. 김보경과 남태희가 고명진에 비해 왼발을 크게 못 쓰거나 패스가 나쁜 것도 아니다. 측면에서 뛸 선수가 2명이나 있었지만 슈틸리케는 고명진 기용이라는 이상한 고집으로 화를 자초했다.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주로 오른쪽 측면에 기용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탓이 컸다. 가용할 선수 1명이 줄었다. 문제는 지동원이란 주전을 대신해 선발한 선수가 황의조(성남)였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다.

▲ 고명진(왼쪽) ⓒ 한희재 기자

두 번째 황의조와 허용준(전남)이다. 슈틸리케는 자신의 선수 보는 눈을 증명하려는 선수 기용 움직임을 보였다. 승리보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데 관심이 더 많아 보였다. 슈틸리케는 0-1로 진 중국전 후반 39분 허용준을 투입했다. 허용준은 이번에 처음으로 국가 대표 팀에 소집됐다. 슈틸리케가 국가 대표로 발탁했고 중국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문제는 한국은 중국전에서 반드시 승점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1골 차로 뒤지고 있었다.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A매치 경험이 전무한, 슈틸리케 자신이  발탁한 허용준을 투입했다. 이미 황희찬, 김신욱(전북)을 교체 투입해 가용할 공격 요원이 김보경을 제외하면 마땅하지 않았지만 슈틸리케는 허용준을 선택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경험 많은 선수들보다 자신이 발탁한 선수에게 기대를 걸었다. 자신이 뽑은 선수의 활약을 기대하며 승리에 대한 생각만이 아닌,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보여 주고 싶어 했다.

지동원 대신 발탁된 황의조도 다소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다. 황의조는 대표 팀에 꾸준히 얼굴을 내민 선수지만 이번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4경기 출전해 무득점에 그쳤다. 이정협(부산)의 경우 3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는 등 선발에 대한 비판에서 어느 정도 변명할 여지가 있었지만 황의조는 그렇지 않았다. 황의조 발탁 후 굳이 황의조를 발탁한 이유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눈을 입증하고 선수 선발에 대한 능력을 보이려는 듯 황의조를 시리아전에 투입했다. 후반 40분이었지만 1점 차에 불과했고 굳이 공격수인 황의조를 투입했다. 한국은 후반 막판 추가 골을 넣기 보다 리드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 지키는 전술을 이어 가려면 차라리 수비 포지션인 선수를 넣는 방법도 있었으나 슈틸리케는 선수 선발에 대한 비판을 걷어 내려는 듯 해당 선수를 고집하며 출전시켰다.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중국전과 시리아전은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 실패 잔해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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