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바람의 손자'로 불리는 넥센 히어로즈 신인 이정후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그의 미래는 아직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시범경기 타율 4할5푼5리(33타수15안타) 4타점 1도루. 놀라운 성적이지만 이 기록이 정규 시즌에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맹활약을 바탕으로 1군 엔트리에 진입했지만 가장 먼저 빠질 수도 있는 처지다. 

이정후의 앞날을 예상해 보는 건 아직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이들의 칭찬이 잇달았지만 뚜껑은 열어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다만 그의 미래가 다른 선수들보다는 탄탄한 기반 위에서 성장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은 가져 볼 수 있다. 다른 누구보다 현명한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후의 아버지는 그 유명한 '바람의 아들' 이종범(MBC 스포츠+ 해설 위원)이다. 한국에서 야구를 가장 잘했던 선수로 손꼽히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야구에 대해 누구보다 아는 것이 많은 그다.

하지만 이종범 위원은 아들에게 좀처럼 야구를 말하지 않는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오로지 "감독님과 선배님들, 특히 선배들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이정후가 중, 고교 시절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이 위원은 절대 기술적인 조언을 하지 않았다. 감독 코치 선배들에게 맡겨 두었으면 그들을 믿고 손대선 안된다는 철칙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 말이 없었을 리 없다. 눈에 뻔히 보이는 단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위원은 끝내 입을 닫았다.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라 이정후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결과 지금의 이정후의 스윙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아버지와는 다른 길이었다.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 위원은 "이정후는 아버지와 다른 타격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현대 야구에서 통할 수 있는 스윙"이라고 말한 바 있다.

넥센 스타일에 잘 맞는 스윙이다. 타격 코치 출신인 심재학 넥센 수석 코치는 "스윙이 나오는 각도가 좋다"는 말로 이정후를 칭찬한 바 있다. 팀이 원하는 스윙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아버지가 설치고 나섰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어머니 정정민 씨의 속 깊은 지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어머니들이라면 지금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어야 정상이다. 아들이 고교를 졸업하자 마자 내로라하는 지도자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성적도 뒤따랐다. 아무리 먼 미래를 대비한다 해도 5명뿐인 신인 개막 엔트리라는 훈장은 들뜨기 충분한 성과다.

하지만 정정민 씨는 보다 냉정하게 아들을 바라봤다.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먼저 흥분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정 씨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무척 많다. 지금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언젠가 내려올 때가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뭔가 해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군대도 빨리 가야 한다. 군대에서 또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그런 준비가 끝난 뒤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람이 들어가 있는 부모라면 아시안게임 등 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미래를 꿈꿀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정후의 부모는 주위 사람들보다 냉정하게 아들을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더욱 믿음이 간다고 할 수 있다.

이정후는 분명 타고난 재능이 빼어난 선수다. 여기에 부모의 엄하면서도 바른 교육이 더해져 있다. 그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그 기대치를 조금은 더 가져 봐도 좋은 이유다. 이종범의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부모 손에서 크고 있다는 것은 미래의 이정후에게 보다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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