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춘천, 박현철 기자] “결승으로 올라가기까지 모든 경기가 역전승으로 이어졌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그 기운을 믿고 그라운드에 섰는데. 마지막 경기를 지게 되어서 아쉬웠습니다.”

174cm 왜소한 체구의 소년. 그러나 그는 경기 처음부터 끝까지 마운드와 외야를 오가며 '다윗의 기적'을 노렸다. 단단한 조직력과 끈기로 봉황대기 결승까지 오른 장충고. 그 중심에는 투타 다방면에서 재능을 떨친 좌투좌타 투수 겸 외야수 김덕진(18, 3학년)이 있다.

장충고는 지난 28일 강원도 춘천 의암야구장에서 열린 제4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경북고와의 결승에서 1-10으로 패하고 말았다. 창단 43년 만의 봉황대기 첫 우승을 노렸던 장충고였으나 최충연-박세진 두 고교 특급 원투펀치를 앞세운 경북고의 벽은 넘지 못했다. 게다가 결승까지 모든 경기를 역전승으로 일궜던 만큼 선수들의 체력도 많이 떨어졌던 상태라 경기 전 객관적 전력에서도 열세에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노력은 1-10 일방적 점수 차가 알려주지 못한다. 특히 0-6으로 뒤지고 있던 1회말 2아웃 세 번째 투수로 나선 김덕진의 분전은 대단했다. 당초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있던 김덕진은 6⅔이닝 5피안타 4탈삼진 4실점 1자책을 기록한 뒤 김보경에게 바통을 넘기고 다시 중견수 자리로 이동하며 경기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단순한 성적이 아니라 김덕진의 투지가 돋보였던 경기다.

투타 양면에서 모두 재능을 보여준 김덕진은 투수로는 봉황대기 6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다. 볼을 연달아 내주는 등 도망가는 피칭이 아닌, '칠 테면 쳐봐' 식의 파이터형 투구가 눈부셨다. 타자 김덕진도 뛰어났다. 6경기 타율 0.385(13타수 5안타) 1타점 2도루에 출루율이 무려 0.667. 삼진은 단 하나도 없던 대신 볼넷을 11개나 얻어냈다. 비록 팀은 우승하지 못했으나 동료들과 함께 팀의 준우승을 이끈 김덕진의 수훈은 대회 감투상으로 이어졌다.

“결승전 초반부터 위기가 찾아왔지만 주눅 들지 않았어요. 저희 이번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기까지 모든 경기를 역전승으로 올라갔거든요. 그래서 '반드시 역전한다'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섰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대회가 막을 내린 후 만난 김덕진은 말 그대로 순진무구한 소년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눈빛이 뿜는 투지는 분명 끝까지 포기하지 않던 그 선수임을 증명했다.

팀이 결승까지 오르는 데 있어 김덕진은 위기 순간 마운드에 오르던 장충고 '전가의 보도'였다. 타선에서는 주로 6번 타자로 나서며 중심타자들을 후위 지원했다. 지금은 고교 무대에서도 지명타자 제도가 적극 활용되어 투타 분업이 이뤄지는 편. 그러나 경북고 좌완 에이스 박세진, 휘문고 주축 좌완 정동현 등과 함께 김덕진도 투타 겸업을 하는 재능 있는 유망주다.

“투수도 타자도 모두 매력있어요. 투수로는 제가 타자를 막고 팀이 이겼을 때 가장 짜릿하거든요. 타석에 섰을 때는 끝까지 투수를 괴롭히고 안타를 치거나 볼넷을 얻어서 살아 나가는 것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투수와 타자 모두 매력 있는데 아무래도 체격이 작은 편이다 보니 프로 지명을 받으려면 투수는 힘들 것 같기도 하고요.” 미소를 보이다가도 오는 8월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자신의 장래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답한 김덕진이다.

경기 모습을 보며 김덕진에게서 수원 유신고 시절 정수빈(두산)도 볼 수 있었다. 2009년 2차 5라운드 두산 입단 당시 김덕진과 비슷한 체구였던 정수빈도 사실 고교 시절 좌투좌타 외야수 겸 투수였다. '얼핏 정수빈 선수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다'라는 말을 건네자 김덕진은 환하게 웃었다.

“사실 제 롤모델이 정수빈 선배님이거든요. 정말 외야 수비는 최고 수준이잖아요. 그리고 타석에서도 누상에서도 끈질긴 근성으로 안타를 치고 도루를 하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저도 프로 선수가 된다면 정수빈 선배 같이 악착같은 모습으로 팀에 공헌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고개를 떨궜던 김덕진은 다음 기회를 위해 다시 투지를 불태웠다.



[사진] 장충고 김덕진 ⓒ SPOTV NEWS 춘천, 한희재 기자

[영상] 김덕진 인터뷰 ⓒ SPOTV NEWS 영상편집-춘천,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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