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영수.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시범경기가 한창이던 때 이야기다.

한화 배영수는 대전 넥센전서 4이닝 동안 2개의 안타를 맞으며 1점만 내주는 좋은 투구를 했다.

4이닝을 던지는 동안 투구 수는 41개에 불과했다. 사사구가 하나도 없었던 덕에 투구 수를 줄일 수 있었다. 

최고 구속 143km까지 나왔고 41개의 공 가운데 직구(10개) 슬라이더(17개) 체인지업(8개) 포크볼(4개) 커브(2개)를 던졌다.

그러나 배영수는 경기 후 불만을 먼저 이야기했다. 슬라이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나쁜 결과는 아니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슬라이더 2개가 실투가 됐던 것이 아쉽다"고 했다.

17개를 던지는 과정에서 2개가 손에서 빠져 실수가 됐다는 뜻이다. 비율로는 10% 정도 밖에 안됐다. 최고의 투수들도 할 수 있는 실수 수준이었다.  

그러나 배영수는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2개의 실수도 용납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배영수는 "아무래도 실전에 대한 부담이 큰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실수가 좀 더 나올 수 있다. 2개의 실투가 많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만족할 수 없다. 올 시즌 슬라이더를 다시 무기로 삼게 된 만큼 좀 더 확률 높은 승부구로 삼고 싶다"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붙어 보고 있다. 슬라이더가 좋아지고 있지만 실수를 더 줄이고 싶다. 최대한 마음먹은 대로 던질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배영수는 4일 대전 NC전에서 개막 첫 등판에 나섰다. 결과는 널리 알려진 대로 완벽에 가까웠다.

6이닝 동안 3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 시즌 첫 등판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배영수가 1군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015년 8월9일 롯데전 이후 604일 만이었고 5이닝 이상을 무실점으로 막은 것은 2013년 9월7일 LG전 이후 무려 1,305일만이었다.

그렇다면 배영수의 슬라이더 적중률은 얼마나 좋아졌을까. 배영수는 경기 후 "오늘(4일) 경기서는 실투율이 제로에 가까웠다"고 자평했다.

물론 마음 먹은 곳에 모든 공이 꽂혔다는 뜻은 아니었다. 실수로 가운데로 몰려 들어가는 슬라이더가 없었다는 뜻이었다.

슬라이더는 전성기 배영수를 만들어 준 구종이다. 옆으로 휘는 일반적인 슬라이더와는 달리 종으로 떨어지는 각도를 보이기 때문에 더욱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 이후 조금씩 그의 슬라이더는 무뎌졌다. 확실하게 꺾이는 각도가 줄어든 대신 쓱 밀려 들어가는 공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피홈런이 늘어났다. 여기에 우타자 바깥쪽 승부가 약해지니 장점이던 몸쪽 승부마저 살아나지 않았다. 2015년 시즌, 풀타임 선발로는 가장 적은 101이닝을 던지는데 그쳤지만 데뷔 이후 최다인 21개의 홈런을 허용한 이유가 됐다.

하지만 올 시즌 첫 등판에서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했다. 슬라이더로 실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은 1승 이상의 의미였다.

배영수는 "맘 먹은 대로 안 들어가면 차라리 슬라이더가 땅에 박히는 것이 낫다. 오늘 등판에서는 그 게 잘됐다. 이전처럼 슬라이더가 맥 없이 밀려 들어가 큰 것을 맞는 비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첫 승에 만족하고 말 배영수가 아니다. 배영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더 이상 기뻐하지도 않을 생각이다. 마지막을 각오하고 달려든 만큼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 한 시즌을 잘 끝낸 뒤에 그때 가서 웃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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